해결사 -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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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땠습니까...”



길상과 마주앉은 나는 침을 삼키며 그에게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그는 바지춤에서 담배를 꺼내어 물며 내게도 건넸지만 나는 사양했다. 침이 말랐다.

길상은 말없이 담배에 불을 붙여 한모금 빨고 나더니 싱긋 웃는 표정으로 오히려 내게 물었다.



“그날 수경이는 잘 자던가요?”



“음...네....잘...자더군요. 사실...인기척이 나면 바로 일어나는 사람인데...그...그날 밤은 제가 아침에 출근할때까지 못일어났습니다.”



“허허...그런가요. 이거 저 때문에 본의 아니게 남편분 출근도 못챙겼군요. 흐흐흐...”



그는 ‘저 때문에' 라는 말을 강조하듯 힘을주면서 만족스러운 듯이 실실 웃음을 흘렸다. 왠지 그에게 조롱당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날 밤 그에게 완벽히 무장해제 당했던 아내를 생각하며 나 또한 저항할 힘이 생겨나질 않았다. 오히려 마음히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길상은 담배 한 대를 음미하듯 천천히 피우면서 한 마디도 하지않았다. 나는 그가 지금 무엇을 떠올리며 맛있게 담배를 피우는지 알 것 같았다. 지금 그의 앞에서 알몸의 아내가 다리를 벌리고 누워있는 듯한 환영이 보일 듯 했다.



“아...한 가지 더 물어볼게 있습니다.”



길상은 뭔가 떠오른듯 고개를 돌려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묘한 상상에 눈동자가 흐려졌던 나도 새삼 긴장하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무슨 말씀인지...”



“두 분 섹스하실때 말입니다. 피임은 어떻게 하시죠?”



그에게 우리 부부의 은밀한 사생활은 더 이상 금기가 아니었다. 길상은 아내의 음부에 삽입했을 때 처럼 나에게도 거침없는 질문을 던졌다. 부끄럽다못해 수치스럽기도 했지만, 너무도 당당한 그에게 나는 왠지모르게 최대한 협조적인 자세로 진지하게 대답해주었다.



“아..네에...그...보..보통 콘...콘돔을...합니다...제..제가...”



어눌한 나의 대답이 우스웠는지 길상은 피식 하며 나를 또 빤히 쳐다봤다. 평소 다소 소심하긴 하지만 이정도로 대책없을 정도는 아니었는데....나는 자괴감에 빠져 더욱 패기를 잃어갔다.



“후훗. 그렇군요. 근데 가만보니 님이 수경이를 안아보신지는 좀 된듯 하던데요. 여자 보지야 신축성이 워낙 강하긴 하지만, 근래에 남자한테 사타구니를 비벼댄 흔적은 잘 보이지 않더군요. 푸훗..."



그의 말은 역시 거침없었다.



“혹시 말입니다.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피임을 시켜도 되겠죠? 저는 사실 맞는 콘돔도 그닥 없고, 솔직히 콘돔을 쓰는 자체가 여자한테 지고들어가는 거 같아서 영 흥이 안나거든요. 그냥 안에다 쌀만큼 싸고 수경이한테 먹는 피임약을 쓰도록 하는게 어떨까요? 괜찮으십니까?”



잠시의 망설임도 없는 그의 말에 나는 잠시 말을 잃고 당황했다.

하지만, 내 여자의 완벽한 굴종을 보고싶지 않냐는 그의 달변에 나는 얼마가지않아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말을 하고야 말았다. 그는 나의 입으로 뱉은 ‘마음대로'라는 말이 마음에 드는 듯 자기가 다시 한번 그대로 반복하더니 ‘역시 화끈하시군요. 그럼 앞으로 저도 계속 기대에 부응해야죠. 하하하' 하며 호탕하게 웃더니 다시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나는 그 ‘마음대로'라는 말이 단지 그의 ‘질내사정'에 국한되지 않은 앞으로 많은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임을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아. 아까 어땠냐고 물으셨죠?”



그는 이제서야 나의 첫 질문이 생각이 난듯 내게 물었고 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음.......뭐라고 할까요. 딱 한마디로 대답하기는 좀 어렵습니다만...”



그는 불룩한 배를 툭툭 치며 생각을 하는 듯 뺨을 씰룩거렸다....도대체 어떻게 저런 반백살의 대머리 배나온 늙은이에게 나의 심지 곧은 아내가 그렇게 무너졌을까.......



“사실 처음 님의 제안을 받고 수경이의 사진을 봤을때에는, 그저 이쁘장한 미씨하나 작업이 잘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시도는 해보자는 생각으로 수경이가 졸업했다는 대학을 나온 사람들을 수배해봤고, ‘오성주'라는 사회에서 만난 후배가 떠올랐죠.

일이 잘 되려는지, 그 친구가 ‘설수경'이라는 후배를 알고 있다고 했고 몇번의 부추김 끝에 자리를 만들고 그 자리에 합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역시 그날부터 그는 주도면밀했다. 나는 마른침과 함께 커피를 한모금 들이켰다.



“뭐 그때까지만 해도 예쁘고 맛있어 보인다는 생각은 했지만...하하.., 그렇게 강한 흥미까지는 느끼지 못했었죠. 그런데 좀 멀리 떨어져서 유심히 살펴보니, 자존심 강하고 남에게 신세지기 싫어하는 자존심 강한 여자에 대한 정복욕이랄까요. 그리고 제 예전 경험상 그런 여자들이 스스로의 의지로 일탈을 시작하면 오히려 더 겉잡을 수 없을만큼 무너지기도 쉽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한번 제대로 게임을 시작해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아직 수경이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할 단계는 아니지만, 저는 한번 제대로 길을 들여볼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님이 단계마다 허락을 한다면 말이죠.”



그는 내게 공범임을 상기시키듯 매번 내게 ‘허락'을 구한다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는 그에게 무언가를 허락하는 권한을 행사했던 것이 아니라 그의 게임에 ‘참여'할 자격을 얻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접근을 해보니, 수경이 자체는 마른 장착 같은 아주 강한 화력을 지닌 여자더군요. 스스로의 보호본능으로 남자를 경계하고 자신이 수치스러워지는걸 꺼리는 성향이 아주 강하지만,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 수치보다 큰 쾌락이 느껴지면 이성의 끈을 놓치고 마는 색욕에 찬 한 여자에 불과합니다. 아, 그렇다고 수경이의 기질 자체가 그렇게 천박하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모든 여자, 그리고 남자도 물론이고 자신이 느낄 수 있는 최대치의 쾌락에 빠지면 어떤 이성으로도 그걸 거부하기는 힘들죠. 누구든 마약과 도박에 중독될 수 있는 것처럼....남자의 오르가즘이 2분이상만 지속된다면 세상은 섹스로 미쳐버렸을거라고 누군가 말하지않았습니까. 허허허”



그도 목이마르는지 반 정도 남은 커피를 한번에 들이키며 입맛을 다셨다.



“아무튼 수경이는 앞으로도 님과 제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여자라고 생각되는군요. 남의 여자이긴 하지만, 그 부드러운 피부와 탄력있는 엉덩이 하며....제가 첩으로라도 데리고 살면서 밤마다 제 쾌락의 저장소로 사용하고 싶은 탐나는 여잡니다. 아, 물론 님이 ‘허락'하시면 말이죠. 크흣...”



그는 말을 마치고 일어나면서 내게 ‘앞으로 집에서 일어날 그녀의 변화를 주목해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그간 며칠동안은 그녀는 내게 아무런 내색도 하지않았고, 나도 그 동영상을 보지않았다면 아내가 길상과 그런 적나라한 정사를 즐겼으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길상과의 만남이 본격적으로 시작될수록 나도 아내에게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지 은근히 기대가 되기도 했다.









길상을 만나고나서부터 부쩍 아내와 섹스가 하고싶어졌다.

아내를 보면, 그에게 활짝 다리를 벌리고 무방비상태로 그를 받아들이고 있었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흥분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전혀 알 길이 없는 아내는 여전히 나의 시선을 살짝살짝 피하면서도 내게 상냥한 태도를 유지했다.



나는 밤마다 나의 것이면서도 나의 것이 아닌 아내를 떠올리며 소파에서 혼자 자위를 했다. 내 상상속에서 아내는 길상과 같은 멋없고 늙어빠진 중년남자들에게 둘러싸여 개처럼 울부짖었고, 입으로 아래로 항문까지 벌려가며 그들의 정액을 받아내는 창녀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는 도도한....아내는 침실에서 자고 있을 뿐이었다.









“어? 이거...뭐야? 당신 어디 아파?”



아침에 씻고나와 머리를 말리기 위해 화장대의 헤어드라이를 집으려던 나는, 모처럼 친구를 만나러 외출한다는 아내가 구석에 던져놓은 약껍질을 보고 아내에게 물었다.



아내는 급히 씻으러 들어가려다가 나의 말에 흠칫 하더니 평소답지않게 우물쭈물했다.



“응? 아..아니..그..그거 응...저기..내가 좀 몸이 안좋아서. 지..집에 있던거야 오빠.”



껍질옆에 작은 박스를 열어보니 이미 두알정도 먹은 흔적이 있고 오늘 아침에도 한 알을 먹고 버린 듯 했다. 분홍색 바탕의 박스 표면에 자주색으로 작게 써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하루 한 알, 간편하게 먹는 피임약'



아내도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의식했는지, 물어보지도 않은 말을 해가며 나의 관심을 돌리려고 했다.



“오빠. 저게 그 피임약이 생리주기도 일정하게 해주고, 여..여성호르몬도 맞춰주고 해서 나 고등학교때도 먹고 그랬어. 저거 꼭 피임할때만 먹는거 아니야. 오빠도 알지? 나 조금만 피곤하면 생기주기 달라져서 고생한거. 그거야 그거.”



나는 무덤덤한 듯한 표정으로 박스를 내려놓고 머리를 말렸다. 아내는 내 표정을 몰래 살피는 것 갈더니 이내 씻으러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아내의 샤워소리를 들으며 나는 길상이 내게 말했던 그때의 장면을 떠올렸다.



‘저는 콘돔을 쓰는 자체가 여자한테 지고들어가는 거 같아서 영 흥이 안나거든요. 그냥 안에다 쌀만큼 싸고 수경이한테 먹는 피임약을 쓰도록 하는게 어떨까요? 괜찮으십니까?.........’



오늘은 길상에게서 의미있는 정보가 들어 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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