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술사 - 1부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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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준비하세요~!"



"아, 네!"



"당신.. 용서하지 않겠어요!"



"컷!"



"죄, 죄송해요..."



이지헌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혼자 떠들며 움직이는 지서연을 보며 쿡쿡대며 웃고 있었다. 완전한 나체로 격한 움직임을 소화하며 대사까지 하는 지서연의 모습은 꽤나 진지하고 열정적이었다. 이지헌은 손목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30분.. 슬슬 최면이 풀릴 시간이다. 이지헌은 본격적으로 최면 각인 단계에 돌입하기로 하고 필요한 장비를 꺼내놓고 열심인 지서연을 불렀다.



"아! 무슨 일이죠? 죄송해요... 제가 아직 서툴러서요"



"아! 아닙니다. 처음 하는 것 치고는 꽤나 괜찮은 연기에요. 다만 여자가 소화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액션이 있는 것도 사실이겠죠.. 아무래도 몸이 조금 뻐근하죠?"



"아, 아.. 네.. 역시 이런 건 처음 해봐서.. 조금 힘드네요."



지서연은 이지헌이 의도한 대로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인상을 쓰고 있었다. 이지헌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말했다.



"여기 이 의자에 잠깐 앉아 보세요. 간단한 마사지라도 해드리죠."



"아,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그럼.."



지서연은 시키는 대로 이지헌의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이지헌은 지서연의 코 밑에 작은 밴드같은 것을 붙였다.



"이건 뭐에요?"



"아, 그건 아로마테라피입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몸의 긴장이 풀릴겁니다."



"아.. 역시 그런 것 같네요.. 어쩐지 몽롱해지는게.."



"편하게 계시면 됩니다."



"으응..."



지서연은 의도한대로 몸의 긴장을 풀고 축 늘어져 버렸다. 그것을 확인한 이지헌은 천천히 지서연의 어깨를 주무르며 나직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나른해.. 나른해.. 점점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다... 점점.. 점점 더 나른해진다.. 몸이 떠오른다.. 아아.. 나른해.. 여기는 어디일까... 나는 누구지?"



"나.. 나는 누구지?"



지서연의 살짝 벌어진 입가로는 몽롱한 신음소리와도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지헌은 이제는 지서연의 머리에 손을 대고 중얼거렸다.



"나는.. 나는.. 나는 인형이다... 마스터는 나의 모든 것을 명령하고 조종한다.. 나는 인형이다..."



"나.. 나는 인.. 인형?"



지서연의 눈빛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이지헌은 정신을 집중하며 지서연의 관자놀이 쪽을 압박하며 강하게 암시를 주었다.



"나.는.인.형.... 나.는.마.스.터.의.인.형..."



"나.. 나는 인형.."



"그래요.. 인형이죠... 자, 이 단어를 기억하세요... 춤.추.는.요.정..."



"추, 춤추는 요.. 요정"



"그렇죠... 이 단어는 당신의 주인임을 말해주는 단어입니다... 주인입니다... 마스터지요.. 알고있나요?"



"추,춤추는.. 요.. 요정... 마스터.."



"그렇죠.. 좋아요.. 잘하고 있어요..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요?"



"드, 드라마..."



이지헌은 완전히 풀려버린 지서연의 눈빛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성공적으로 코드를 각인하는 데에 성공한 듯 싶었다. 이제는 내면 깊숙히 필요한 기술을 각인시켜 고객의 입맛에 맞는 모양으로 만들어 내면 되는 것이었다. 총 네 단계로 나누어진 단계중에 두 개를 이미 성공한 것이었다.



"그래요, 드라마를 찍고 있죠... 자! 그럼 계속 촬영에 들어가 볼까요?"



"아, 네.."



지서연의 눈빛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원래의 것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이제 지서연의 눈에는 자신이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 마스터의 각인은 강력한 것이라서 나중에 봉인 단계를 통해 각인을 의뢰인에게 양도해도 이지헌의 각인이 남아 있게 된다. 그래서 혹시라도 발생할 사고를 막기위해 각인단계에서 아예 이지헌 본인의 모습을 인지할 수 없게 최면을 걸어두는 것이었다. 이것을 몰랐을 때에는 의뢰인에게 넘겼던 대상이 우연히 이지헌을 보고 의뢰인에 대한 각인이 팁 버리는 일이 발생하곤 했었다. 물론 이후에 완전히 이지헌에 대한 것들을 지워버리고 다시 넘기긴 했지만... 귀찮은 일은 질색이었다.



"알고 있겠지만 이 드라마는 현실세계에서 벌어지는 무협 판타지 드라마입니다. 당신은 평범한 학생이지요... 아! 지금은 체육 시간이군요. 앞에 공이 있네요 잡아보세요"



"고, 공이요? 공이 어디에..."



"거기에 있지 않나요.."



지서연의 시선이 자신의 가슴으로 향했다. 그리고 지서연의 손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렇군요. 이걸로 뭘 하나요?"



"공놀이입니다. 그것을 튀기고 노는 거죠."



"아... 어쩐지 기, 기분이.. 으읏.."



"운동을 하면서 기분이 좋은겁니다. 신경쓰지 마세요."



사실 드라마를 찍으면서 지서연이 대사가 아닌 전혀 필요없는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 안되는 것이었지만 어쨌든 지서연은 지금 드라마를 찍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최면 코드가 내면 깊숙히 인식 된 이상 마스터인 이지헌의 말은 절대적인 것이었다. 원래는 이 단계가 되기 전에 마음의 틈을 내기 위한 특별한 작업이 필요했지만 지서연의 경우에는 워낙 순진한 소녀라서 그런지 최면 유도 약물인 암브로시니로 충분했다.



암브로시니는 붉은 빛을 내는 이지헌 필살의 약물로서 이성을 흐리게 하고 최면에 빠지기 쉽게 만들어주는 일종의 환각 효과를 내는 약이었다. 언젠가 지서연이 이지헌의 사무실에서 먹었던 붉은 음료, 그리고 한소정을 놀릴때 사용했던 슬러시.. 그 슬러시의 경우에는 좀더 강한 것이었다. 또 방금 지서연의 코 밑에 붙였던 밴드도 암브로시니였다. 이지헌의 최면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들중 하나가 이 암브로시니였고 최면 작업의 첫번째 단계인 "도입" 단계의 핵심이었다.



"하, 하읏.."



스스로 가슴을 문지르며 서 있는 지서연은 저도 모르게 다리를 움찔거리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한 번의 경험도 없는 처녀의 몸으로서 처음 느끼는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양이었다. 이지헌은 손가락을 튀겨 지서연의 주목을 끌고는 말했다.



"자, 체육 시간이 끝났습니다. 공놀이는 당신의 팀이 이겼습니다. 이제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수상한 낌새를 느꼈습니다. 급하게 달려간 당신은 당신의 동료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집으로 데려와 치료를 하게 됩니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눈을 감고 당신의 동료의 몸에 손을 맞대고 있으면 됩니다. 그러면 기가 저절로 통해 치료가 이루지는 설정입니다. 다만 치료 과정에서 약간의 이상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눈을 뜨거나 소리를 지르면 안 됩니다. "



"아, 네.."



이지헌은 가만히 허공에 손을 뻗고 눈을 감는 지서연을 보며 천천히 걸어갔다. 이지헌은 어느새 옷을 하나씩 벗어제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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