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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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난생 처음 경건한 마음을 느끼게 된 민기다.

즐비하게 늘어선 칸막이들에 사람이었다고 불리기엔 너무나 작은 흰색 항아리를 마주하게 된 민기는 옛날의 작은엄마를 떠올려 본다. 역시 매치가 되지 않는 항아리의 모습에 복잡한 심경을 느끼게 된다. 사람의 목숨이란 게.. 누구보다도 허무하게 느끼며 자신도 언젠가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질 거라는 막연하지만은 않은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민기였기에.. 이 공간만큼 숙연해지는 곳이 없었다.





"엄마... 나 시험 잘 봤어.... 봤지?"

".."

"그때 말 못했는데.. 전공 바꾸려고...... 걱정 마.. 내가 앞가림 하나는 똑부러지게 하전수....응?? 이 남자?? 아..는 오빠.... 그때 기억 안나? 엄마한테 몹쓸 짓 하는 놈들 멋지게 혼내 줬잖아........응.... 나 몸에 상처 난 것도 이 오빠 때문이긴 하지....."





말을 하다 말고 옆의 민기를 귀엽게 흘겨보곤 이내 다시 엄마와 대화하듯 말을 이어가는 아리였다.





"큭큭....몰라....그냥 얹혀살고 있는데..... 자꾸 놀리 내..............괜찮아... 나중에 엄마가 혼내주면 되지 뭐......난.. 괜찮으니까 엄만 그 곳에서 또 아프지 말고.....씁!~"





말을 하던 아리가 고개를 젖히며 눈물을 민기 몰래 훔친다..

정말로 엄마와 대화를 하는 듯 보였기에 민기는 아무 말도 못한 채 둘의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고 멀뚱히 서 있게 되었다. 그런 모습에 창피함을 느꼈는지 눈물을 몰래 훔친 아리가 결국 유리문을 닫으며 작별 인사를 한다.





"나 갈께.. 또 주책없이 눈물 나려고 한다....헤헤.. 엄마 또 올께.. 여기 사람들 많으니까 쓸쓸하진 않겠네.. 그니까.. 좋아하는 수다 떨면서 나 기다려.. 알았지?!.."

"...."

"가요.."

"얘기 끝났어?"

"치~.. 죽은 사람하고 무슨 얘길 해..."

"......."

"배고프다... 괜히 밥 먹자는 거 먼저 왔나 봐요.."

"뭐 먹을래?"

"음~~.... 자장면?"

"짜장??"

"갑자기 뭔 짜장이냐..."

"...그냥요.. 원래 그러잖아요.... 시험보고 그날 저녁은 자장면 먹었다고...."

"참나.. 요즘 세상에 누가 그래?"

"울 아빠가요."

"......"

"옛날엔 자장면이 고급 요리였데요.. 졸업식이나.. 시험 잘 보면 상으로 자장면 사줬다고...나 시험 보면 갈비 사줬는데...정작 아빤 자장면이 최고였다는 게...."

"..그러고 보니까.. 작은아................"

"응?? 뭐라고 했어요?"

"아니.. 아버님은 어디 계시냐고...."

"아빠요?.. 엄마가 강에 뿌려 드렸어요.."

"...뭐?"

"아마... 그 아저씨 때문에 서둘러 뿌려드린 거 같아요....."

"에휴...그 새낀...."

"또!~~ 욕하지 말라니까!"

"....짜장 먹으러 가자.. 여기 어딘가 분면 수타 짜장 하는 곳 있을거야."

"와~.. 수타 소리 들으니까 더 배고파진다..."





역시나 게 눈 감추듯 자장면 한 그릇을 비운 아리였고, 드라이브를 가장한 데이트에 아리는 신이 나 연신 창문을 열고 추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약간은 돌아 서울로 올라오게 된다.

그런 아리의 모습에 조용히 숨은 미소를 지으며 무심한 듯 운전만 하던 민기였고, 우선 흥신소 쪽으로 향해 엘르 앞에 차를 세워 주차를 한다. 아직 흥신소에서 일한다는 걸 밝히지 않았었기에 차를 엘르에서 빌린 것으로 핑계를 된 민기의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다.



오랜만에 찾은 엘르에 아리가 먼저 뛰어 들어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동안 서둘러 전화를 해 짱깨에게 차를 맡기곤 천천히 엘르로 들어간다.

교복차림에 파커만 입은 아리의 모습에 오랜만에 보는 교복이라며 남직원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등학생의 향기를 맡으러 코를 들이밀며 어처구니없는 실랑이를 벌였고, 그 모습을 내려오던 민기가 노려봄으로 바꿔 쳐다보자 하나둘씩 눈치를 살피며 아리에게서 떨어지게 된다. 그리곤 주방으로 향한 아리는 주방 아줌마와 뭔 할 얘기가 그리 많은지 민기를 한동안 멀뚱히 서 있게 만들었다... 엘르의 사장은.. 그 일이 있은 후 잠시 잠수중이다. 당연히 민기의 지시였고, 엘르의 사장을 몇 번이나 찾아온 김검사놈도 결국 연락 두절된 고만파의 똘마니들에 신경이 날카로워져선 연락도 없어졌기에 조만간 엘르 사장이 돌아올 거라는 말을 수지에게 전하는 민기였다.



그렇게 한참을 얘기하던 아리가 민기에게 다가와 이제는 집으로 가자고 얘길 한다.





"뭔 할 얘기가 그리 많냐?"

"큭큭.. 아줌마가 절 얼마나 아껴주셨는데요.. 지금 어디서 지내냐고.. 시험은 잘 봤냐고..하여튼 이것저것 다 물어보시느라 정신없었어요."

".....어디서 지낸다고.. 말했어?"

"오빠 집이요."

"....뭐라고 안하셔?"

"예?? 왜요?"

"아니... 다 큰 처녀가.. 나랑 지낸다고 했는데.. 그냥 보내주냐고.."

"와!~~ 이젠 또 다 큰 처녀에요?"

"......"

"맨날 쪼매나다고 해놓곤.. 이럴 땐 타 큰 처녀래.."

"에휴.. 말을 말자... 뭔 여자가 꼬투릴 그렇게 잡냐.."

"풋큭큭....오빤 나한테 안 된다니까!"

"그래?? 누가 방에 들어와서 오줌이나...."

"오빠!!!!"

"깜짝이야..."

"...다시 한 번만 더 그 얘기 꺼내 봐요!! 진짜!!"

"진짜 뭐??"

"씨~~.."

"크크.. 하여튼 넌 나중에 더 커서 술 다시 배워.. 아무대서나 오줌 싸는 버릇 생기면.. 그러다가 큰일 나!!"

"피~..그래도 오빤 걱정 없데요.. 아줌마가 오빠만큼 믿을 남자 없다고.. 대신 맛나는거 많이 사달라고 하래요.. 저 먹보란 거 아줌마는 진즉부터 알고 있었잖아요..헤헤헤헤"

"잘났다... 근데 그 많은 게 진짜 다 어디로 가냐....역시 가슴이 큰 이유가 있다니까... 생각 없이 그렇게 집어넣으니 다 어디로 가겠어.. 다 이유......"

"...씨!!!!!!!!!!"

"........실수다.... 지금은 실수였다."

"흠~... 근데... 지금 내 가슴 훔쳐본 거 인정한 거죠?!"

"떽!!!!!! 어디 볼게 없어서.."

".....흠~~."

"진짜 안 봤다고!!"

"....흐음~~~~"

"믿지 말던가.. 내 참....에휴~"

"흐으음~~~~~"

"야!! 그만해라!!"

"풋...큭큭.. 아!~~ 먹는 얘기 했더니 또 배고파...."

"...뱃속에 거지가 몇 명이 들은 거야...."

"피~.. 한창 클 나이 아니겠어요!! 이럴 때 잘 먹어줘야 나중에 골다공증도 안온다고 했다고요."

"뭔 소리야....남은 다이어트 힘들게 하는 마당에..."

"음~~.. 오빠..나 편의점에서 만두 좀 사줌 안 돼요?"

"..네가 사라.. 왜 나한테 그러냐?"

"..."

"돈 줄께 사와.. 담배피고 있을 테니까.."

"저기 들어가기 그래서 그래요....."





걸으며 수다를 떨던 둘은 어느새 고시원 앞 편의점에서 발을 멈추게 된다.. 그리고 아리가 조심스럽게 가리킨 손가락 끝의 편의점의 알바 생을 생각해 낸 민기는 그 이유를 기억해 낸다.. 아리에게 고백을 했던... 그 청년이 일하는 편의점을 들어가기가 어려울 거라는 생각에 피식 웃고는 알았다는 듯 손을 들며 발걸음을 옮기는데.. 아리가 그 모습을 보곤 먼저 걸어 나가 고시원 뒤편의 골목에 몸을 숨기며 민기를 기다리게 된다..



이왕 편의점에 들른 민기는 만두 외에도 군것질 거리를 몇 가지 더 사고서 계산대 앞에 섰는데... 그 알바생이 아닌 다른 남자가 계산대를 지키고 서 있었기에 또 한 번 피식하고 웃게 된다.. 잘 알아보지도 않고 상처받을까봐 피했을 아리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나온 민기는 아리가 몸을 숨긴 골목 쪽으로 걸어가며 아리를 골려줄 생각을 하게 된다. 그냥 사실대로 말하고 왜 지레짐작을 했냐고 따질 것인지.. 아니면 편의점 알바가 널 많이 그리워한다며 골려줄것인지.. 생각에 열중하며 골목으로 향하는데.. 골목 입구에 있을 아리의 모습이 보이질 않아 민기는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되었고, 골목 깊숙한 안쪽에서 두 명의 남자와 아리의 것이 분명해 보이는 파커 입은 여자가 등을 기대고 뭐라고 말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 오빠들이 재밌게 해준다니까!.."

"이..이거 놔요!!.. 소리 지를 거예요!"

"어허~~ 교복 입은 학생이 이시간에 유흥가를 돌아다니면 뻔 한 거 아니냐고~~ 응?!! 좋은 말로 할 때 같이 가자.."

"....오..오빠!!!"

"오빠??? 엥.. 저건 웬 논팽이냐.."





걸어 들어오는 민기를 소리치며 아리가 불렀고, 일순간 고개를 돌려 민기를 확인한 남자 둘의 모습으로 민기는 기껏 해봐야 스무 살도 안돼 보이는 앳된 얼굴을 확인하곤 피식 또 한 번 웃게 된다.

두 남자가 민기의 등장에 경계하는 틈을 타고 아리가 쏜살같이 민기에게 달려가는데... 그중 한 남자가 아리의 머리채를 움켜잡았기에 넘어질 뻔했다.





"뭐냐? 너 원조 하냐? 참나.. 그럼 진작 말을 하던가... 저런 삐쩍 꼬른 새끼들보다 우리가 더 재미있게 해 줄게.. 보장한다니까!!"

"이..이거 놔요!"

"어허~~"



"큭큭큭... 내가 미쳐요..."

"오..오빠!! 뭐해요!!"

"참나.. 넌 맨날 날파리들이 왜 이렇게 많이 꼬이냐..."

"..씨!!~"



"무..뭐? 날파리??"

"저게 지금 울한테 한 소리 맞지?"

"저 씹새가!! 야!! 다치기 전에 꺼저라..확!!!!"

"아자씨.. 이 새끼 성질 더러우니까.. 이 학생은 우리한테 양보하고 그냥 꺼져주세요.. 피보기 전에!!!"



"크크.."

"웃어?!! 참나.. 야!! 이 새끼 영화 많이 봤나보네!!"

"어쩜 그리 레퍼토리가 똑같냐.. 너희 양아치들은.."

"야..양아치?!!! 아자씨.. 진짜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꺼져주시는게 몸 성하게 오래 산다는 거 모르소?"

"....아따.. 고놈 말도 귀엽게 하네.."

"이 새끼가!! 왜 반말인데!!"



"아리야.. 아무리 봐도.. 너보다 어린 거 같은데....왜 너한테 자신들이 오빠라고 하냐?"

"모..몰라요!!..아프다고요!!"





어느새 민기가 팔을 뻗어 닿을 정도로 바짝 두 남자 앞에 다가섰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봉지를 들고 있는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다가오는 민기의 행동에 두 남자는 조금씩 눈치를 살피게 된다.





"야!! 너네 이제 큰일 났어!! 울 오빠 깡패야!! 깡패!! 조폭!!! 너네 혼나기 전에 이거 빨랑 놔라!!"

"..깡패?? 이 삐쩍 꼬른 새끼가?? 참나.. 한주먹거리도 안되게 생긴 새끼가.. 야!! 뻥을 갈려면 좀 그럴싸하게 까던가.."

"이거 왜 이래!! 울 오빠가 깡패......맞다...그만 뒀지?"

"...."



"........."



"오빠 깡패 그만 뒀지만......"

"크크크.. 내가 미쳐요.. 아리야.. 넌 무슨..."

"씨!! 그래도 쌈하나는....잘 할 걸....요..."

"..."



"뭐라는데?!!"

"매..맨날 얻어터지기는 하는데.. 17대 1로 싸웠다고... 오빠네 아빠가.."



"뭔 소리야.... 구라를 칠라면 제대로 치던가... 야 씹새야.. 안되겠다.. 너 지갑 꺼내 봐...그냥 보내줄려고 했는데 자선 좀 하고 모텔비나 좀 보태...."



'퍽~~'



"욱!~~~"





손을 올려 민기의 멱살을 잡으려던 한명이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지며 주저앉는다..





"아!.. 미안.. 이게 버릇이 되서.. 누가 손을 뻗으면 선빵부터 날리는 버릇이.. 야!!..너 괜챦냐??"





민기가 오히려 주저앉은 남자에게 다가가 등을 토닥이며 때린 부위를 어루만져주기 시작했다. 침을 흘리며 주저앉아 있는 친구의 모습에 아리의 머리채를 잡고 있던 다른 남자가 아리를 내팽개치고는 뒷주머니에서 버터플라이 나이프를 꺼내들더니 요란하게 소리 내며 묘기 부리듯 휘두르기 시작한다. 연습을 많이 했는지.. 남자의 손에 들린 버터플라이 나이프는 이름 그대로 나비와 마찬가지로 날갯짓을 그리며 멋짐 모습을 보여주더니 섬뜩하지만.. 좀 짧은 칼날을 민기에게 향해 겨누며 당장이라도 찌를 듯 손을 뻗기 시작했다.





'짝짝짝짝...'





그 모습에 엉뚱하게 박수를 친 민기의 행동에 칼에 놀란 아리가 주저앉은 채 이번엔 황당하다는 듯 민기를 바라보게 된다.





"야~ 너 연습 많이 했구나.."

"이..이 새꺄 덤벼!! 확 쑤셔 줄 테니까!! 더..덤벼 새꺄!!"

"..에휴.. 영화가 어린것들 다 망쳐 놨다니까.... 개나 소나 칼부터 꺼내들고...."

"뭔 말이 많아!! 내가 한두 번 찔러 봤는줄 알아!! 이 새꺄 배때기에 칼 한번 들어가 봐야 울면서 빌지!! 더..덤벼!!"





한숨을 길게 쉬며 민기가 발걸음을 옮긴다.

옆이 아닌 정면으로 걸어다가오는 민기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냅다 칼을 들고 있던 손을 뻗어 민기의 품에 달려든 남자였다..





"꺅!!!!!"

"..."

"깜짝이야.. 야! 너 때문에 더 놀라겠다.."

"오..오빠??"





겨드랑이에 남자의 팔을 끼워 넣은 채 그대로 민기가 무릎을 굽히자 힘없이 칼을 들고 있던 남자도 주저앉게 되었고, 어깨의 고통에 오만상을 쓰며 칼을 땅에 떨어뜨리게 된다.

그대로 남자를 놔준 민기는 땅에 떨어진 칼을 들고는 어깨를 부여잡고 있는 남자 앞에서 서툰 솜씨로 묘기를 부리다 말고는 피식 웃으며 칼집에 칼날을 넣었고, 주저앉아 있는 남자 앞에 무릎을 굽혀 똑바로 시선을 맞춘다.





"이..이 새끼..너..넌 뒈졌어....으윽.."

"무리하지 마라.. 아무리 별거 아닌 거 같아도.. 팔 빠진 거라서 좀 많이 아플 거다..."

"이..새까!.. 죽여!!"

"참나.. 이 자식들은 툭하면 죽여달래... 내가 저승사자로 보이냐?...."

"이...이...."

"곱깝게 듣지 말고.. 잘 새겨들어.... 칼을 뽑았으면 너무 크게 휘두르지 말고.. 노린 곳에 정확히 꽂을 각오로... 팔에 흔들림을 최대한 줄이란 말이다.....그리고 이게 뭔 장난감이냐.. 칼은 절대 손잡이에 심이 박혀 있는 걸로 들고 다니란 말이다.. 지 칼에 손가락 잘려봐야 제대로 된 도구 챙기면서 후회하게 된다.. 왜 조폭들이 사시미를 선호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냐? 사시미란게 얇고 길기도 해서 내장을 제대로 후빌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칼등이 없어도 칼날 끝나는 부분에 턱이 있어서 힘을 줘도 걸려서 안 다친단 말이다 이 어벙한 새끼들아.... 괜히 휘두르기만 해봐야..너희가 좋아하는 폼도 안 나는 게 이런 칼이다..그리고.. 당연히 각오부터 하고 칼을 뽑으란 말이야... 칼을 빼들고 덤비는 순간.. 당연히 정당방위에 좆도 모르는 너네 같은 새끼들은 살인미수라고 해도 4~5년은 그냥 학교에 처박혀 있어야 된다.. 재수 없게 잘 못 찔러서 뒈지기라도 하면.. 특수폭력에 가중처벌까지 최소한이 무기야... 그걸 알면서도 칼질 계속 할래?"

"무..뭐라는데?!"

"..............하긴.. 네 나이 땐 어른들 말 들을 놈들이 아니지.....빨리 병원이나 가봐라....."

"야!! 이 씹새야!"

"이게 근데 꼬박꼬박 욕이야!! 확!!"





발을 들어 밟으려던 민기는 아리를 보곤 다시 발을 거두게 된다.

잠시 아리의 존재를 잊고 새파랗게 어린것들의 칼질에 너무 많은 말을 하게 된 민기는 그제야 두 명을 부축하며 골목에서 내보내듯 같이 걸어 나가기 시작하는데... 뒤 쫓아 오던 아리가 그 모습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기에 결국 민기는 그리 멀지 않은 민이파의 단골 병원까지 그들을 데려가게 된다.





"진짜... 깡패구나.."

"어허!~.. 나 손 털었다니까....그리고.. 이건 정당방위라고.. 너도 봤잖아...."

".....말로 돌려보내면 되지..."

"야!.. 저것들이 말로 한다고 들어먹겠냐? 그럼 이 세상에 울 같은 조폭 새끼 하나도 안 생겨!!"

"흠~.. 깡패라고 자기 입으로 인정하네.."

"........"

"...아야....씨.. 무릎 까졌다.."

"괘..괜찮아?"

"....오빠."

"응?"

"근데 정말 깡패 그만 둔거에요?"

"맞다니까!!"

"그런데.. 아까 그걸 훈계라고 한 거예요?"

",...무..뭐?"

"특수폭력이 어떻고.. 가중처벌인가??? 그리고 휘두르긴 뭘 휘둘러요.. 참 좋은 거 가르치던데요!!"

"그,.그거야.. "

"진짜 정신 개조를 하던가 해야지.."

"....넌 안 놀랐고?"

"......안 놀라긴요.. 무서웠죠.."

"소리라도 지르지.."

"오빠가 금방 나올 줄 알았지..누가 그렇게 늦게 나올 줄 알았나..."

"참나.....그래 미안하다."





어느새 집에 도착한 둘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게 된다.

민기에겐 일상다반사격인 사건이었지만 아리에겐 너무나 충격적인.. 그리고 민기를 다시 보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방금 전 일어났었기에 쿵쾅거리는 가슴을 애써 숨기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볼을 어루만지게 된다. 영화처럼... 멋진 모습의 남자가 자신의 오빠란 사실에 들떠있던 아리였지만.. 이내 그런 생각이 너무나 어수룩한 혼자만의 망상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추리닝으로 완전히 탈의한 아리와 달리 민기는 양복 상의만을 벗고 주방으로 향해 쌀을 씻기 시작한다. 물소리에 서둘러 거실로 나온 아리는 그런 민기의 행동을 저지하며 자신이 쌀을 씻으려 손을 내젖다가 민기의 어깨 바로 아래팔을 보게 되곤 놀라게 된다. 하얀 와이셔츠에 길게 난 세로의 갈라진 틈에 선명하게 묻어나고 있는 빨간색의 핏자국에 입만 뻥긋거리며 손으로 부여잡는다.





"아야!!.. 아파....얘가 왜 이래....어!....."

"피..피...."

"...이 새끼들을 더 밟아 놔야지 안 되겠네.."

"가만히 있어봐요!!"

"....."

"구..구급상자.. 어디 있어요?"

"응? 구급상자라면.. 분명 수지가 저기 아래에서 꺼냈었는데..."

"...."





서둘러 찬장 아래를 뒤지던 아리는 구급상자를 꺼내들고 민기의 팔을 잡아끌어 거실로 향하게 된다. 와이셔츠의 소매를 위로 올리려다 뜻대로 안되자 민기의 단추부터 풀기 시작한 아리였다.

피로 젖어 들어간 와이셔츠의 모습대로 살이 벌어진 모습에 아리는 더 당황하며 소독약으로 보이는 흰색 통의 뚜껑을 열고는 솜에 묻혀 찍어내는 응급처치법이 아닌 냅다 부어 버렸다.





"아악!!... 아..아프다!! 그거 뭐야?!"

"..예?? 이..이거요?"

"아따... 뭐가 이렇게 쓰라려..."

"이거 소독약....이 아니네요.."

"뭐? 그럼 뭔데?"

"vineg..a.r......"

"비너..뭐? 그게 뭐야... 으윽... 뭐가 이렇게 쓰라려???!!"

".....식초...."

"시..식초?? 으~~~~"

"자..잠깐만요.. 영어사전 찾아볼게요...분명..식초가 맞는데.. 왜 이게 구급..."

"아악!.. 아..안되겠다.. 우..우선 씻자.. 진짜 아프다고!!"

"잠깐만요.. 소독약일....거에요.....확인해 볼게요."

"뭔 확인...놔둬.. 우선 씻을 거야!!"

"오..오빠!!"





고통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욕실로 뛰어간 민기는 샤워기에 물을 틀곤 팔을 들이밀었다. 그런데도 좀처럼 가시지 않는 고통에 차라리 느낌조차 없었던 칼빵의 아픔을 그리워하며 한참동안을 샤워기 꼭지로 팔을 씻어내게 된다. 그나마 겨우 가신 고통에 물을 잠그고 나온 민기의 팔은 이제는 벌겋게 붇기까지 보여주기 시작했다.





"참나.. 갑자기 식초를 왜 붇는 건데?!!"

"..소..소독용 알코올인 줄 알았죠.. 괘..괜찮아요?"

"넌 이게 괜찮아 보이냐?"

".....엄살은.. 칼도 안 무서워하면서.. 그.....그정도....로......"

".....왜? 말까지 더듬어?"

"오빠.. 병원가자.. 안되겠다."

"먼 병원이야.. 됐어.. 거기 빨간약이나 찾아봐.."

"...안되는데.."

"에휴..."





답답해하던 민기가 결국 혼자 구급약통을 뒤져 빨간약을 꺼내 직접 상처에 붓는데.. 이 고통도 만만치 않은지 들고 있던 약통을 너무 세게 쥐어 바닥에 빨간약이 튀어 방울을 그리게 된다. 산성인 식초를 상처에 직접 붓는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도 처음 깨닫게 된 민기는 입술을 깨물며 화풀이도 하지 못한 채 가만히 감았던 눈을 떠 그 vinegar라고 쓰여 있는 하얀색의 통을 뚫어져라 노려보기 시작했다.





"참나.. 식초가 여기 왜 들어있데.."

"..."

"사람 헷갈리게.. 괜히 더 다치면 어떻게 하라고.. 이런걸 구급약통에 왜 집어넣어 놔요!....."

"..."

"마..많이 아파요?"

"..그럼.. 안 아프겠냐?"

"..............죄송해요."

"네가 왜 죄송해.. 여기 넣어둔 수지가 문제지.."

"수지 언니가 넣어 놨어요?"

"그 년이!.... 에휴.. 하여튼 말도 안 되는 민간요법은 어디서 듣고 와서...."

"......왜 여기다 넣어놨어요?"

"그 년한테 물어봐.. 옛날에 무좀이 어쩌구 저쩌구 할 때 어디서 그 미제 식초가 좋다고 듣고 얻어와가지고....뭐야! 그럼 이거 유통기한도 한 참 지난 거잖아!"

"......다행이다."

"무..뭐? 다행??"

"이거 산도가.... 오래 되서 다 날아갔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큰일 날 뻔 했어요..."

"....."

"다시 좀 봐요.. 상처....."

"....왜?"

"이거.. 기포 아니에요?"

"......."

"진짜 병원가요.. 예?!"

"..됐어.. 이딴 걸로 안 죽어.."

"지금 죽는 게 문제에요?! 살까지 타들어간거 같은데...."

"...괜찮다니까.!!"

"....."





괜한 신경질로 아리에게 큰 소리를 지른 민기로 입을 다물게 된 아리였고, 잠시 동안의 침묵에 어울리지 않게 미안함을 느끼게 된다.

고집을 꺾을 민기가 아닌걸 알고 있던 아리였기에 아무 말 없이 옆에 무릎 꿇고 앉아 상처에 다시 한 번 흰색 소독가루를 묻히곤 붕대를 감아주기 시작한다. 상처를 몇 번이고 확인하며 민기가 혹시나 아파하는 건 아닌지 눈치를 연신 살피는 아리였기에 고개를 숙인 채 민기가 멋쩍게 사과를 한다.





"소리쳐서 미안해...."

"괜찮아요...."

"....."

"오빠..."

"...응?"

"다시는 쌈하지 마세요."

"...."

"오늘 같은 일 생겨도.. 꼭 도망가요..아셨죠?!"

"도망? 널 놔두고?"

"저야.. 소리 지르면 되죠.. 저 목소리 무지 크잖아요....아마 건물에 있던 사람들 다 나올걸요."

"..."

"그러니까.. 칼 들고 막 무섭게 덤비는 사람 있으면 무조건 도망가요.. 괜히 또 다치지 말고요."

"이건 실수야.. 사실 조금 까진 정도라고.. 팔 같은건 칼 들어와도 안 죽어..."

"치~.. 누가 죽는데요.. 아프니까 그렇지...."

"....밥 먹으면 낫는다니까.."

"그러니까요.. 왜 밥 먹을 때까지 아파요.. 눈 한번 딱 감고 참으면 이렇게 아프지도 않는데.."

"...."

"에휴.. 계속 피난다...."

"...괜찮아.. 그나저나 배고프지? 내가 금방 밥 지어줄게."

"됐거든요!.. 집에 여자가 있는데 무슨 밥을 해요?.. 그러다가 고추 떨어져요..."

"무..뭐?!"

"큭큭.. 울 엄마가 옛날에 아빠한테 맨날 그랬어요. 가만히 티비나 보세요. 제가 금방 밥 차려드릴게요.."

"..."





붕대를 질끈 묶고는 종종걸음으로 주방으로 향하는 아리의 뒷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이런 감정을 느끼면 안 되는데.. 자신의 상처를 정말로 안타까워 해주는 여자가 옆에 있어주니 괜히 더 꾀병을 부리고 싶어지는 자신의 감정을 애써 참으며 입을 다물고 아리의 말대로 텔레비전에 시선을 고정하게 된다. 아리의 모습을 계속 보고 있게 된다면 공주처럼... 여왕마마처럼 모시고 싶어져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밥상까지 차릴 거 같다는 생각에 시선을 겨우 고정하고 앉아 있는다.



얼마가 지났는지 주방에서 맛있는 냄새가 민기의 코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민기였기에 점심에 먹은 자장면을 거의 반이나 남겼었고, 생각지도 않은 한 따까리를 하게 된 민기는 어느 때보다도 허기를 느끼게 된다. 아리가 옆에 있어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코를 자극하는 냄새는 그런 민기를 일어나게 만들었고 곧 요리를 하고 있는 아리의 옆을 서성이며 하고 있는 찌게와 무침들을 훔쳐보게 만들었다.





"그..건 뭐야?"

"이건 오뎅국이고요.. 무침 좀 할려고요.. 근데 기특하게 장은 언제 봐두셨데..."

"기특?? 참나... 음~~ 내..냄새는 좋네.."

"기대하시라!! 아리표 오뎅탕국!!! 깜짝 놀랄걸요."

"....배고프다.. 아직 멀었어?"

"그러니까 왜 자장면을 남기래요?"

"....알았고.. 아직 멀었냐고..."

"다 됐어요.. 앉아 계세요,"





다시 거실에 앉은 민기 앞에 곧 잘 차려진 5첩 밥상이 대령한다. 감자조림과 시금치 볶음 거기에 햄볶음과 이름 모를 산나물까지 그러나 무엇보다 아리가 자랑한 메인 요리인 오뎅탕국의 냄새가 민기의 허기진 식욕을 자극하며 서둘러 숟가락을 들게 한다.

당연히 오뎅탕부터 한 숟가락 퍼 입으로 가져간 민기는 맛을 보곤 놀라게 된다. 생각지도 않은 깊은 맛에 몇 숟가락이나 연거푸 들이키곤 아리를 감탄이 서린 눈으로 쳐다보게 된다.





"큭큭~.. 맛있죠?"

"...와!.. 이거 진짜 대박이다.."

"어흠!~~ 제가 이래봬도 한 요리 한다니까요."

"이거 언제 배웠냐?"

"참나.. 또 잊어 먹었어.... 엘르에서 아줌마가 직접 전수해준 오뎅탕이잖아요!"

"아!~~ 맞다.. 하긴 엘르 오뎅탕이 유명하지.."

"제가 끓여서 더 맛나는 거예요!"

"크크.. 그래.. 그렇다고 하자.. 흠~.. 이런 건 언제 했냐..."

"저 솜씨 좋다니까요!"

"........."





말을 끝내며 밥과 함께 먹은 시금치를 몇 번 씹더니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르게 급속도로 민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심상치 않은 민기의 표정에 아리가 당황하며 손으로 시금치를 집어 들어 입에 넣는데.. 아리도 얼마 먹지 못하고 그대로 뱉어내게 된다.





"이..이건 실수예요... 이..게 왜 이러지.. 분명히 간을........안 봤구나..."

"....."

"다..다른 건 괜찮아요.. 이 감자조림도...........우..우웩~"

"...."

"자..잠깐만요.."





상에 올려져 있던 5첩의 반찬들이 어느새 2첩으로 줄어든 채 오뎅탕과 김치만이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아리가 하나씩 맛을 보고는 헛구역질까지 하곤 상 아래로 황급히 숨겨놓고는 고개를 숙인 채 벌 받는 아이처럼 시무룩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괘..괜찮네.. 오뎅탕 하나면 됐지 뭘 더 바라냐.. 이거 진짜 맛있네.."

"......."

"괜찮다니까.."

"오늘 왜 이러지.. 나 원래 요리 잘하는데..."

"누가 뭐래? 사람은 실수를 해야 인간미 넘친다고 하더라..뭘 그런 거 자기고 그래.. 넌 안 먹어?"

"......"

"맛있어.. 괜찮으니까 같이 먹자."

"죄송해요..."

"자꾸 그러면 진짜 화낸다.. 나.. 너 없을 땐 라면 하나도 제대로 못 먹고 살았어.... 깡패....짓 하면서.. 사람 패고 돈 벌고.. 나 같은 놈이 무슨 따뜻한 밥을 먹을 자격이 있겠냐는 생각도 들었고.. 귀찮기도 했고... 그렇게 혼자 틀어박혀 있다가 배고프면 물 끓여서 컵라면만 먹는 게 일상이었다고.. 이 정도면 나한테는 임금님 밥상보다 더 따뜻하고 맛있는 거야..."

",...."

"진짜라니까.. 저기 아직도 쌓여있는 컵라면 보면 모르겠냐? 그러니까.."

"......오빠.."

"응?"

"그런 생각하지 마세요."

"뭐? 무슨 생각?"

"나도 있는데.. 왜 오빠가 자격이 없어요.. 깡패니까 쌈한 건데.. 안 맞으려고 쌈한 거잖아요.. 그런데 자격 같은 게 어딨어요..."

"...."

"아!~~ 내가 끓였지만.. 진짜 맛있네.. 언능 드세요.."

"....그래."





밥을 다 먹고 아리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민기는 다시 텔레비전을 틀어 뉴스를 보게 된다.

달그락 거리는 설거지 소리가 이렇게 편안함을 느끼게 만드는지 미처 느끼지 못했기에 등에 쿠션을 기대곤 머리를 벽에 댄 채 자신도 모르게 잠이 서서히 들게 된 민기였다. 긴장의 끈이 풀리게 되자 거의 새벽에서야 잠을 이루던 민기의 생활패턴도 조금씩 바뀌게 된다. 아니 아리의 살림 소리에 그 패턴이란 것이 깨지기 시작했다.



가만히 누워 잠에 빠져든 민기는 얼마나 지났는지 여전히 환한 거실에서 무엇인가 무거운 물체의 압박에 의해 눈을 뜨게 된다.

자신을 조이며 압박하는.. 평소 악몽으로 치부하려던 민기였지만 그 조임의 근본자체가 달랐고 포근했기에 눈을 뜨고 확인하는데.. 언제 옆에 누운 건지 아리가 자신을 쿠션삼아 끌어안고 세근 대며 자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민기가 조금 몸을 움직이려 하자 여지없이 다시 조이는 아리의 행동에 결국 다시 머리를 기댄 채 아리의 숨소리를 조용히 감상하듯 눈을 감고 아리의 포근함을 느끼며 잠을 청한다.

딱딱한 맨 바닥인데도.. 침대에서 보다도 더 깊은 잠을 잘 수 있던 민기였고, 꿈도 꾸지 않은.. 얼마만의 깊은 수면인지 기억도 못한 채 아리의 세근되는 숨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에 빠져든 아이처럼 곧 깊은 잠에 빠져든다.











"어!...어디가?"

"깼어요?"

"지금 몇시야?"

"11시요.."

"벌써?...아..아고..."

"무슨 사람이 깨워도 안 일어난데.."

"....."

"밥 차려 놨으니까 꼭 드세요!"

"어..어디 가는데?"

"저요? 비밀요!"

"비밀??"



'쿵쿵쿵!!'





서둘러 나가는 아리의 뒷모습에 붙잡지도 못한 민기는 맨바닥에서 꼬박 10시간이나 누워있었기에 아픈 허리를 잡고는 일어나 욕실로 향한다.

볼일을 보고 세수를 하려는데.. 어느새 갈았는지 어제의 핏방울이 묻어 있던 붕대는 새것으로 바뀌어 있는 모습을 민기에게 보여줬고, 예전이라면 생각조차 못 할 어처구니없는 방심으로 붕대까지 아리가 갈았는데도 깨지 못한 자신이 황당하게 느껴진다.



세수를 하고 나온 민기는 핸드폰을 꺼내 동민에게 전화를 걸게 된다.





[일어나셨습니까 형님.]

"무슨 일 있냐?"

[그냥 일 하고 있습니다.]

"일??"

[이제 민이파는 해산된 거 아니겠습니까.. 그럼 밥벌이라도 해야지 말입니다...]

".....그래서? 무슨 일?"

[보자.....불륜 조사가 3건 들어왔고 말입니다... 음~... 가출한 년 찾아달라는게 한건이고....아! 이게 큰데 말입니다.. 무슨 캐피탈인데 뒷조사 좀 해달라는..]

"참나.. 완전히 흥신소 직원 다 됐구나..."

[저희 원래 흥신소 사무실인데 말입니다.]

"....참나."

[크크크.. 오늘은 출근 하십니까 형님?]

"그래야겠지.. 다른 일은 없고? 혹시 철민형님한테 연락온건 없냐?"

[예?? 아!! 그렇지 않아도 여기 오셨다가 갔셨습니다.]

"형님이?? 왜 전화 안했어?!!!"

[큰형님이 직접 전화 하셨던데 말입니다..]

"뭐? 나한테?"

[그게.. 형님은 분명 전화 안 받으실 거라고... 아리 학상한테 전화하시던 거 같던데..."

"뭐 이새꺄?!!! 그걸 왜 지금 말해?!!"

[그냥 지나가다가 들리신 거라고.....비서하고 한명만 대동하시고 들리셔서 별일 아닌 거 같았는데..말입니다..]

"이 미친새꺄!!. 그래서? 아리랑 뭐라고 통화했는데?"

[예?? 점심 같이 먹자고.... 혹시 형님하고 같이 약속 잡으신 거 아니십니까?]

"뭔 소리야?!!"

[이상하다... 사무실로 오라고 하시는 거 같던데.. 전 당연히 형님이 옆에 계시니까....]

"끊어!! 넌 갔다 와서 뒈진 줄 알아!"

[혀..형님....]





민기는 서둘러 와이셔츠와 상의를 걸치고 택시를 잡으러 거리로 뛰어 나가게 된다.

철민이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의 흥신소에 들릴 사람도 아니었고, 거기에 자신이 아닌 아리와 통화한 철민의 행동에 조바심을 느끼며 택시를 타려고 손을 흔들게 된다. 철민이라면... 분명 흥신소 앞에 차를 대기 시켜놓고 아리를 마중하게 했을 거라는 생각에 더 서둘러 택시를 잡으려는데 하필 빈 택시가 오늘따라 보이질 않았고, 발만 동동 굴리던 민기는 결국 짱개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튀어오라고 지시하게 된다.



거리 때문에 결국 10여분이 지나고 나서야 짱개가 운전하는 자동차에 오르게 된 민기였다.

오늘따라 유난히 없는 빈 택시로 짜증을 부리며 짱개에게 철민의 사무실로 직행하도록 지시한다.





"안녕하셨습니까."

"큰형님은?"

"예??"

"큰형님 계시지?!!"

"안 계시는데 말입니다..."

"뭐?!!! 어디 가셨는데?!!"

".....댁으로 가신다고."

"형..형수님은?"

".....모르셨습니까?"

"이 새끼가! 내가 알면 너한테 왜 물어보냐!! 형수님도 집에 계셔?"

".....지인분들하고 온양온천에......"

"뭐?!!"

"혀..형님!!?





철민의 비서와 대화를 한 민기는 더 당황하며 철민의 사무실에서 뛰어 나와 이번엔 철민의 집으로 향하게 된다. 민기의 표정에 짱개도 차를 급하게 운전하게 되었고, 총알택시보다도 더 빠르게 철민의 집에 도착한 민기는 다짜고짜 벨부터 누르게 된다.





"누구세요?"

"...저..접니다.. 고기민입니다."

"...어쩐 일이십니까.."

"회장님 좀 뵈려고 왔습니다."

"일반인이 만나실 분이 아니십니다 저희 회장님은요."

"이..일반인??"

"돌아가세요."

"야!! 문 열어 새끼야!! 형님 계시지!!"

"..기민형님은 이제 한식구도 아니신데 이렇게 느닷없이 찾아오시면 실례지 말입니다.."

"너 말라깽이지!! 이 새끼가 죽어볼래?!!"

".....죄송합니다. 큰형님께서 고기민이라는 분은 없는 걸로 치라고 하셔서 말입니다..."

"야!!! 야!!!!"





황당한 대우에 민기는 결국 짱개가 주차시켜놓은 차를 발판삼아 담을 넘게 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현관에 서 있던 남자가 민기에게 다가오는데 당장이라도 후려갈길 눈빛의 민기에 겁을 먹고 발을 빼는 모양새를 했기에 아무 저지 없이 현관문을 열고 뛰어 들어갈 수 있던 민기는 곧 보인 말라깽이라고 불린 남자에게 소리를 지르게 된다.





"너 이 씹새야!"

"기..기민형님!!"

"큰형님 어디 계셔!! 어디 계시냐고!!"

"혀..형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무..뭐?!! 이게 맞아봐야...!!"

"위..위층에 계십니다.. 그런데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아무."

"예.. 지금 아리....."

"......... "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민기는 구둣발로 계단을 뛰어 올라간다. 분명 이층의 DVD방에 아리와 함께 있을 철민이었기에 불길한 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른 채 쏜살같이 뛰어 올라간 민기는 곧 남자의 흐느끼는 소리에 얼음처럼 굳어져 방문 앞에 서 있게 된다.









"으~~..그..그렇지~~~ 으...어..어린게 보통이 아니네...~~~ 그..그렇지 조..조금 더 위쪽으로.....더 세게 흔들어 보라고....."





1초? 2초 동안의 망설임도 길게 느껴졌던 민기는 철민의 목소리를 듣고는 거의 문이 박살나도록 걷어차고 들어가게 된다..





"아리야!!"



"어...."





다시 몸이 굳어진 민기였다....

DVD방의 커다란 눕이식 소파에 철민이 누워있고 그 위에 아리가 올라탄 모습은.. 전혀 예상도 못한 민기였기에 몸이 굳어진 채 이내 철민을 무섭게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게 목숨을 내놓을 하극상이란 것도 모른 채 그런 철민에게 처음으로 살기를 드러낸 채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쥐게 된다....





"오빠??"

"으~~.. 아리 학상 계속하라고.. 하다 말고 뭐하노..."

"예?? 아!.. 예.."

"으~~ 왔냐??"





그런데.. 배를 위로 향하고 있어야할 철민이 고개를 숙인 채 엉덩이를 위로 하고 있다는 걸 그제야 확인할 수 있었다.





"크크크크크... 몇 분 걸렸냐?"

"....24분 지났어요."

"낄낄낄.... 내가 이겼제.. 30분 안에 온다니까 저 놈아는..."

"치~... 소원이 뭐에요?."

"크크크크.."



"아..아리야? 혀..회장님..??"



"형님은.. 에라이 이 후뢰자슥아.. 여자 때문에 아부지 방을 박차고 들어와??"

"......"

"이거 내기에서 이기고도 찝찝하네...그려...."

"이..이게....무슨...."

"크크크.. 와따.. 진짜 안마 잘하네 아리학상.."

"것보라니까요!.. 제가 이래봬도 엘르 이모한테 얼마나 많이 해드렸는데요.. 비싼 돈 주고 안마의자 살 필요 없다니까..."

"그라네...우와~~~..근데 그랄 라면 아리 학생이 일주일에 한번은 와야 하는데 괜찮겠노?"

"그럼요! 다른 분도 아니고 기민오빠 아!빠!신데!!..."

"크크크"





멀뚱히 둘의 대화에 머리가 새하얘진 민기는 할 말도 잊은 채 완전 동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이 무슨 일을 벌였는지... 이 뒷감당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전혀 생각 못하고 놀란 표정으로 둘만 바라보게 된다.





"그만 혀.. 울 아리학상 팔 아프겠네.."

"괜찮은데.."

"너무 시원해서 10년은 젊어진 거 같네.. 그만하고 아래층에 좀 내려갔다 와라.. 구비서가 아리학생 준다고 요리해 놨을 겨."

"헤헤헤.. 용돈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오빤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신발도 안 벗고 들어와요?"



"으..응???나???"(그제야 자신의 구두를 내려 보게 된다.)

"오빠도 빨리 내려와요. 여기 요리사도 따로 있데요."(아리가 지나가다 말고 민기에게 귓속말을 한다.)





"크크크크크크크크"

"....."





아리가 내려가자 잠시 후 방안은 삭막하게 변해간다.

아직도 멍하니 서있는 민기를 바로 앉은 철민이 무섭게 노려보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민기는 자신의 실수를 원망하며 너무도 섣부른 행동에 후회를 하게 되지만.. 이건 그런 후회로 끝날 일이 아니었기에 철민의 처우만 바라게 된 민기였다.





"이걸 어쩐다냐...아무리 이제는 가족이 아니라도.. 이건 분명한 하극상 아니냐?"

"....죄송합니다. 형님..."

"죄송은.. 참 좋은 아이야....네가 그렇게 목을 매는 것도 이해가 간단 말이야.."

"...."

"마사지도.. 진짜 시원하게 잘하고...."

"......"

"그런데.. 넌 이제 그런 버릇 고쳐야 안 쓰겄냐? 이제 민간인인데 그 주먹부터 쥐는 버릇 말이야.."

"..형님.. 이게 도대체..."

"아리 학생 말이야.. 같이 지낸다면서?"

"...예."

"둘이 배꼽 맞췄냐?"

"예???"

"둘이 사귀냐고!?"

"아리는 제 동생...........동생입니다.. 동생한테 미친 짓하는 놈으로 절 보셨습니까?"

"이제 대들기까지 하네.. 이 싸가지 없는 놈이.."

"....죄송합니다."

"허~~.. 너 그렇게 좋냐?"

"...."

"아리가 그렇게 좋냐고!! 이렇게 물불 안 가리고 지 모시던 형님한테 쳐들어올 정도로 아리 좋아하냔 말이다!"

".....죄송합니다."

"이 새끼가.. 또 대답 안하냐?!"

"...예.. 좋아합니다."

"....근데 말이야.. 내가 조사란 걸 쬐까 했거든... 솔직히 네 놈 한테 조사를 안 시키니까.. 이제 나왔지 뭐냐 그 결과가.."

"..."

"본명 권아리.. 부모는 다 돌아가셨고.. 외동딸이라서 혼자 고생은 다 한 아이더라.. 그런데.. 참 웃기지.. 그 권효만이라는 아리 아빠가 네 작은 아버지란 사실이 말이다.."

".....그런 걸 왜.. 조사를 시키셨습니까?."

"네가 아리 일에 보통 신경을 쓰는 모습이 아니던데 말이다.. 당연히 궁금한 게 형님이란 위치 아니냐.. 아끼는 아우 일에 말이야.."

"...."

"사촌사이라........"

"......"

"그런데 네가 하는 행동 보면.. 꼭 사촌동생을 대하는 사촌 오빠가 아니란 말이다.. 요즘 네 행동도 극단적으로 치우치는 경향도 있고 말이야... 칼날도 무뎌진 거 같단 말이다 이놈아.."

"...죄송합니다."

"어차피 떠난 놈이니 이런 얘기까진 할 필요 없지만... 내가 남자라면 말이다.... 잡설은 됐고, 너 아리 붙잡아라..."

"...죄송...예??"

"아리 붙잡으라고!.."

"...그런 거 아닙니다.. 조사하신대로 아리는 제 사촌동생이라고요...."

"말투도 변하는구나..."

"..예?"

"내가 널 처음 봤을 때 말이다.. 내 어릴 적 생각이 난다고 했었던 거 기억 나냐?"

"예..형님."

"내가 이 생활하면서 단 한 가지 후회되는 게 뭔 줄 아고? 지금 마누라가 듣게 되면 칼들고 내 배때기를 쑤셔 넣겠지만 말이지.. 나도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다는 거 아니냐.."

"..혀..형님이 말입니까?"

"그럼 나도 그 로만스란걸로 잠도 설치고 이 천하의 윤철민이 벌벌기면서 꽃 선물까지 하던 시절.. 근데 이 새끼가..."

"..죄송합니다."

"그때.. 그 여대생을 붙잡았다면 말이지.. 아마 지금의 윤철민은 없었을 거란 말이지... 보통의 남자들처럼 보통의 일을 하면서 말이다....."





철민이 옛날을 회상하는지 눈을 감고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한복의 없는 주머니에서 무의식적으로 담배를 찾아 더듬기 시작했다.

민기가 담배를 하나 담뱃갑에서 빼어내 그런 철민의 앞에 두 손 모아 들이민다. 철민은 인기척에 눈을 떠선 담배를 입에 물었고, 다시 눈을 감고 민기가 붙여주는 담배를 깊게 빨아들인다.





"으~~.. 이건 뭔 똥쓰레기 맛이냐... 뭐야 이거 88이잖아.. 너 아직도 이런 거 피냐?"

"..."

"후~~.. 지랑 똑같은 담배만 피어쳐썄냐..."

"..."

"하여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아리 붙잡으라고."

"아리는 제 사촌 동생입니다 형님.. 좋은 놈한테 시집 보낼 때까지만... 제가 지킬 아이 입니다."

"미친놈.. 너 아리 만나고 얼마나 변했는지 모르지?! 내가 널 왜 밀어냈는지 알겄냐? 아니.. 이제야 밀어낼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알겠냐고.. 너란 새낀 말이야 항상 날 이선 칼날 같은 놈이라서 나라도 거둬들여야겠다고.. 이 새끼 풀어놓으면 단순히 살인자로 세상 하직할 놈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이 새끼야!!"

"...."

"그런데.. 사실 그냥 내 뒤나 이어서 최고의 살인자로 키워야 하는 건 아닌지 이 내가 친히 걱정을 하는 와중에... 아리 학생이 나타났다는 거 아니냐...."

"예??"

"동민이가 연신 웃더라.. 아리 나타나고 나서 사람새끼를 형님으로 모시는 거 같다고 말이야.. 넌 어떻게 했기에 동민이가 그런 말을 하냐?!"

"..이 새끼...."

"야!!! 이놈아!!!"

"..."

"아리 때문에 변한 지금이라면... 평범한 놈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 같아서... 어차피 쌍판대기 다 알려진 네 놈이 더 이상 발 들일 곳도 없잔냐는 내 생각이다 이놈아.."

".."

"그러니까.. 사람 새끼 되고 싶으면 아리 잡으라고.."

"죄송합니다 형님.. 전 그럴 놈 아닙니다.... 사람의 탈을 쓰고 사촌동생이나 탐하는 그런 놈 아닙니다.."

"이 새끼가.. 그럼 이런 말 하는 난 사람새끼가 아니냐??..에휴 저런 깝깝한 놈을 봤나....내려가서 밥이나 처먹어 새끼야.."

"..그런데 아까.. 아리랑 무슨 내기...를... "

"이 씹새가!!.. 야! 나랑 아리랑 그 뭐시냐?? 그래 시끄릿이다 이 새끼야!!"

"..."

"밥이나 쳐드세요.... 빨랑 안내려가 새꺄!"

"....형님 식사는.."

"먹었다~~~.."

"예.."



"그리고 기민아.."

"...예 형님."

"아무리 내가 고만이한테 말을 해놨어도.. 너도 알지.. 그 새끼가 내 말을 '알았습니다~'하고 곧이곧대로 들을 놈이 아니란 걸..."

"..예 알고 있습니다 형님..."

"그래.. 알아서 하겠지... 그래도 각별히 조심하고.."

"예.."





거실로 내려가는데 아리가 민기의 모습을 보고는 한가득 입안에 음식을 담고는 말도 못한 채 손을 올려 빨리 오라는 시늉을 한다.





"웁웁...쩝쩝......켁......케...오빠!! 이거 먹어봐요!.. 진짜 짱 맛있어요!!"

"...이게 무슨 실례냐..."

"참나.. 밥 먹는데 무슨 실례 타령이래.. 빨랑 먹어봐요.. 무슨 호텔 요리사도 아니고 데커레이션도 예쁘게 막 해놓고...."

"... 맞아.."

"음음... 응??"

"호텔 주방장이 맞을 거야..."

"......"

"오성급 금성호텔인가....."

"우와... 웬지 맛있더라.. 우걱우걱..."

"야!.. 좀 매너....에휴 됐다.. 너한테 뭘 바라냐.."

"...쩝쩝....으응응!!"





민기의 말은 상관도 없다는 듯 연신 입속에 음식을 집어 밀어 넣고는 민기에게 빨리 먹으라는 시늉을 또 한다. 거의 흡입 수준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민기가 부담을 느낄 정도로 우악스럽게 먹기 시작한 아리는 그 많은 게 다 어디로 들어가는지 의문을 품게 만들 정도로 연신 다시 채워지는 음식을 입속으로 집어넣었고, 그 폭풍과도 같은 흡입의 시간이 다 지나고 나서야 산만해진 배를 귀엽게 어루만지며 포만감 가득한 미소를 보이고서야 민기가 입을 열 수 있었다.





"이제 다 먹었냐??"

"후~~.. 이거 운동을 해야겠죠?"

"....집까지 뛰어갈까?"

"큭큭.. 우리 수영장 가요."

"...뭐?"

"기민오빠 아빠가.. 실내 수영장 자유이용권 주셨어요. 오늘가요!"

"....오늘?"

"어차피 오빠 백수잖아요. 오늘 가요.."

"오늘은....좀.."

"으응!! 오늘 가요!!"

"수..영복도 없고...갑자기 무슨 수영장이야.. 목욕도 안했잖아.. 때 나와.."

"우웩.. 밥 먹고 그런 소리를 하고 싶냐..... 근데 진짜 수영복이 없구나.."



"거기 수영장이 백화점에 있는 거 아니냐.. 기사 보낼 테니까 타고 가라."

"꺅~~~ 울 아빠 멋지다!!"



"우.울 아빠?"

"아!.. 이제 울 아빠하기로 했어요.. 그쵸?!~~~"



"크크크.. 그럼.. 그렇지~~"

"......."

"너도 수영장이란 곳 좀 가봐라..거기 쭈쭈 빵빵한 여자들...이......."





계단을 내려와 '쭈쭈빵빵'이라는 말을 하던 철민을 매섭게 노려보던 아리였기에 말을 끊고 철민은 웃기 시작했다.





"가요~~~ 이 겨울에 수영장이 얼마나 멋져요!!"

"...참나.. 갑자기 무슨 수영장을.."

"..으응!! 나 수영장 가고 싶다고요!!"

"........."





결국 항복을 하게 되어 백화점까지 철민이 마련해 준 차로 도착하게 되지만.. 막상 수영복을 고르는 상황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역시 문신이 마음에 걸린 민기였다.

아리가 아니었다면.. 혼자였다면 그딴건 신경 쓸 필요도 없었겠지만...아니 이런 수영장을 올 필요도 없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신나서 수영복을 고르는 아리의 모습에 정작 민기는 한참을 더 고민하게 되었다.





"오빠.. 나 이거 입을까?"

"...그건.. 너무 야하지 않나?"

"치~.. 이게 뭐가 야해?.. 요즘 전부다 비키닌데.."

"....."

"나 요거 할래.. 오빠는?? 삼각은 흉하니까.. 사각 사요.."

"....뭐가 흉해?"

"흉해요!!.. 사각 입어요.. 음~~ 이거 딱이다.. 이거 멋있네.."

".....그거 돌고래 아니냐?"

"크크.. 아님 그냥 민무늬 이걸로?"

"....난 그냥 밖에 있으면 안 되나? 물에 꼭 들어갈 필요 없잖아.."

"..치~ 수영장에 왔으면 당연히 물에 들어가....야...."

"그래도 꼭 들어갈 필욘 없잖아.."

"...."

"..왜 갑자기 표정이 그래?"

"그러고 보니까.. 나 밥 너무 많이 먹었다.. 배불뚝이 되서 어캐 이걸 입어.. .울 그냥 집에 가요."

"뭐? 방금 전까진 죽자고 들어가자고 하더니.. 왜 갑자기 그래?"

"안돼요.. 나 너무 많이 먹었어...."

"누가 네 몸매에 관심이라도 가져줄 주 알아?..걱정하지 말고 수영장이나 들어가.. 난 밖에서....."

"됐다니까.. 집에 가서 목욕이나 하지 뭐.. 진짜 때 나오겠다. 크크..."

"아..리야........."

"집에 가요.."

"....이거? 이거 입을까? 가자!! 뭐가 문제라고..."

"...."

"가자고.. 뭐해.. 이거하고 이거 주세요."





아리의 슬픈 표정만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민기였다. 아리가 민기의 문신을 기억해냈는지 갑자기 집으로 돌아가자고 때를 시작하자 그 모습을 눈치 챈 민기는 계산부터 하고 아리의 손을 잡고 이끈다. 지하에 위치한 회원제 휘트니스 클럽에 아리가 말한 이용권이라는 VIP초대권을 들고 입장부터 했고.. 탈의실에서 사온 사각 팬티를 입고는

등에 큰 수건을 두르고 먼저 나와 아리를 기다리게 된다..



난생 처음이었다.. 민기에게 수영장이라는 장소는 말이다.. 바다라면 모를까.. 이런 실내 수영장은 더군다나 어색하게 느끼게 된 민기였다.



낯선 사람들이 거의 발가벗고 돌아다니는 모습에 결국 수건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고개를 숙이게 된 민기였다.





'툭툭...'



"응?"

"뭐해요?"





아리도 마찬가지로 수건으로 몸을 가린 채 하의실종패션으로 민기 앞에 서서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하긴 너 기다렸지.."

"우리 뭐 먹을까요? 아님 선탠 할까요? 저기 보니까 선탠기계 있던데.."

"..무슨 선탠이래.. 수영하고 싶다고 난리도 아니었으면서...수영하자....근데 정말 괜찮겠어?"

"예?? 뭐가요?"

"나...문신....지금도 사람들 너 쳐다본다.."

"....뭐야? 그럼 나 때문에 그런 거예요?"

"...응??..."

"오빠가 창피해서 그런 게 아니고??"

"...."

"뭐야!~~ 난 또... 진짜 우리 수영해요!!"

"....사람들이 쳐다볼 거야.. 수건 벗으면.."

"문신 처음 보나?!! 뭘 눈치를 봐요! 짜잔!!!! 저 이쁘죠!!"





아리가 수건을 젖히며 방금 산 비키니를 선보인다. 분홍색의 브래지어는 등을 끈만으로 이어 매는 역삼각형의 작은 비키니는 아리의 큰 가슴을 미쳐 다 가리지도 못한 채 버겁게 지탱하고 있었고,, 삼각팬티까지 너무 작은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게 된다.





"너무..... 빤..히... 보는 거 아니에요?"

"야.. 그런 걸 왜 입어!.. 야하게.."

"하여튼.. 사람을 꼭 그런 쪽으로 보냐.."

"...."

"여긴.. 다 이렇게 입잖아요!.. 빨랑 수영이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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