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군의관의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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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14일 88사단 신병 교육대 의무실

뚜루루~

“네, 유찬수입니다.”

벨소리에 찬수는 반지를 집어넣고 전화를 받았다.



“어머나~ 누가 군인 아저씨 아니랄까봐~”

“아... 몸은 좀 괜찮으세요?”

“응. 토요일 낮에는 그렇게 머리 아프더니 일요일 하루 종일 자고 있으니까 괜찮더라. 넌?”

“네... 일요일은 쉬었으니까요.”

두고온 카드를 찾으러 가서는 다시 마시게 되었다는 말은 뺐다.



“오늘은 저녁때 뭐 하니?”

“아니요.”

“그럼 같이 저녁 먹을래?”

“뭐...”

“그날 너무 미안해서... 그날 너무 내가 심했지?”

“... 괜찮아요.”

“그럼 저녁 같이 먹자. 내가 살께.”

“... 예.”

“그럼 어디서 볼까?”

“... 멀리 가실 것 없이 율곡동이면 어ᄄᅠᆯ까요?”

“그럼 네가 너무 오잖니... 소양동 어떠니?”

“소양동이 어디...죠?”

“어머나 모르는거니? 소양교 지나서 바로인데...”

“어디인지 알 것 같네요. 멀지 않으시겠어요? 학교에서 거기까지 갔다가 다시 댁에 가시려면.”

“괜찮아. 그렇다고 우리동네까지 오긴 너도 너무 멀잖아.”





2009년 9월 14일 춘천 소양2동

“어머나 차가 너무 귀엽다.”

“나은이 덕분이죠.”

“나은이가?”

“원래는 나은이 차거든요.”





2009년 7월 19일 강원도 시내군 찬수의 자취방

“강원도니까 4륜 구동이 오빠한테 좋을 것 같거든. 거기다 경차라 세금이랑 연비도 이득이고, 그대신 그동안 내가 오빠 차 타고 있을께.”

집에 간다며 자리에서 일어난 동생이 찬수의 손에 자기 차의 열쇠를 쥐어주고는 말했다.



“어... 이거...”

갑작스런 행동에 찬수는 당황했다.



작년에 동생은 차를 알아보던중 갤로퍼와 닮은 일제 4WD 중고 차량이 비교적 싸게 나온 것을 알고는 덜컥 구매했다. 그 차가 경차라는 사실을 알고 동생은 몹시 당황했고, 그후 찬수의 차에 눈독을 들이다가 이번에 찬수의 푸조와 자기의 미쓰비시를 맞바꿨다. 정확히는 구타 사건으로 정신이 없던 지난 7월에 면회를 왔을 때 찬수의 자취집에 차를 세워놓고, 일방적으로 자기 차 열쇠를 두면서 통보한 것이지만...



“괜찮아. 난 터미널에서 버스타고 서울 가면 되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그렇게 나랑 헤어지기 싫었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오늘밤 우리 뜨겁게 보낼까?”

찬수의 목에 팔을 두르고는 몸을 밀착한 동생이 찬수의 귀에 속삭였다. 발끝을 들더니 다리로 찬수의 다리를 감쌌다.



“야!”





2009년 9월 14일 춘천 소양강

강이 보이는 자리에 잠시 차를 세워뒀다.



“미안해.”

“괜찮아요. 그집이 공사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래도... ”

“아니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 같은데요. 덕분에 저도 그런 곳을 알게 되었으니 괜찮은데요.”

경희를 보며 찬수가 말했다.



“그렇게 날 챙겨줬는데 추어탕은 좀 부족해보여서.”

“괜찮아요. 저도 그냥...”

“음... ㅇ”

경희는 무슨 생각을 하다가 눈 앞의 캔커피를 마시며 다시 말을 삼켰다.



“찬수 너랑 이렇게 여기서 볼 줄 몰랐는데...”

“저도요.”



단정한 투피스 차림. 가지런히 빗어넘겨 묶은 머리. 며칠전의 모습과 달리 전에 알던 그때처럼 어린 소녀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그녀가 가르치는 학생들 또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2006년 12월 24일 수도대학병원 흉부외과 의국

“유찬수 선생은 약속 있나봐?”

퇴근준비를 하는 찬수에게 선배가 물었다.

“예. 전현일 선생님, 일이 있으신가요?”

”아니, 그런건 아니고... 그냥.“

“예...”

“데이트?”

“아마 그럴겁니다.”

“아마는 또 뭐야?”

“그게 아직...”

똑부러지는 타입인 전현일 선생에게 자신의 미적지근한 반응이 미덥잖케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있을 때 해둬. 레지던트때까지 못사귀면 결혼정보 업체에 사냥당하기 딱 좋아. 전화 몇 번 받아봤잖아.”

가볍게 농담조로 전현일 선생이 말했다. 물론 결혼 정보 업체에 전화를 받은 것은 사실이었다.

“예.”



‘동동~’

[아직 안끝나셨죠? 의대 도서관 로비에서 기다릴께요.]

먼저 퇴근한 미혜의 문자였다.





2006년 12월 24일 수도대학병원 의학도서관

“끝나셨어요?”

로비 소파에서 일어나더니 반가움 가득한 표정으로 미혜가 말했다.



“오래 기다렸죠? 미안해요.”

“선생님 늦는거 한두번도 아닐텐데요 뭐.”

평소 몸짓도 소녀 같은 임미혜 선생이 빨간색 체크 무늬 플레어 스커트를 입고 있는 것을 보자 여고생처럼 보였다.



‘아니 여중생이려나...’





2009년 9월 14일 춘천 소양강

“... 여전하시네요.”

“뭐가?”

“학생같은 느낌이요...”

“비행기 태우는거야?”

“아니요...”

“그래도 기분은 좋네.”

“훗...”

“다음에 학생 교복 입고 나올까?”

“아니요...”

들뜬 표정으로 말한 경희를 보며 찬수는 쓴 미소를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이젠...’

교복 차림의 여자와 만나는건 나은 하나로 충분하다 생각했다.





2007년 9월 14일 수도대학병원

“오빠 도시락이요~”

“응?”

등나무 아래 벤치에 두 사람이 앉자 도시락 반합을 꺼내 찬수에게 들이민 나은이었다.



“오늘 당직이라며요. 보나마나 짜장면일텐데 이런거라도 드셔야죠.”

“월남쌈?”

도시락을 열어본 찬수는 놀라며 말했다. 정확히 말하면 월남쌈 재료를 손질해서 들고왔다.



“그리고...”

물병을 꺼내 더니 빈 반찬통에 뜨거운 물을 붓고는 라이스 페이퍼를 적시고는 바로 쌈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은아 이렇게까지 할건...”

“오빠한테 만들어주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교복도 안갈아입고 집에서 바로 온거니?”

“아니요. 학교에서 바로 왔어요.”

“그럼 이건...?”

“미안해요. 오빠네 주방에서 했어요.”

“우리집?”

“오빠 오피스텔이요.”

“거긴 어떻게...”

“나은 언니가 가르쳐줬어요. 비밀번호도 가르쳐줬고요. 필요한 일 있으면 있으라고...”

“하아...”

동생의 막무가내 기질에 나은까지 말려든 것 같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찬수는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전화기를 꺼냈다.



“부모님께는? 온다고 말씀 드린거니?”

“예, 오늘 서울에서 자고 온다고 했어요.”

“......”

자고 온다니... 어디서 잘 것이라는 이야기인지 싶었다.



“있다가 나은 언니 오기로 했어요.”

“나은이가?”

“예. 오늘 오빠방에서 자고 갈께요. 후훗.”

둘다 이름이 같다는 사실에 재미있었는지 나은이 살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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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 출장으로 시간이 난 김에 써서 올립니다.



* 이번회에는 좀 섹스씬을 넣어보려 했는데 분량 조절에 실패했습니다. 죄송합니다.



* 2부까지 읽으면서 나은이 여자친구와 동생의 이름이란 것 알아차리신분 계신지요? 나름대로 복선은 넣었습니다만 갑자기 튀어나온 설정이냐 싶으신분이 계신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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