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과(善惡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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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와 함께 교실문 앞까지 도착했다. 문을열고 들어갔다.



드르르륵!



교실문이 열리고 순간 이쪽으로 시선이 쏠렸다.



무,무슨일이라도 일어난건가? 매점에 다녀오는 사이에?



수업시간도 아닌데 왜 전원 자리에 앉아있는거고 왜이리 조용한거야?



서희도 심각한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아무말 없이 자리에 앉았다. 나도 뒤따라 내 자리에 앉았다.



"태진아 뭔일이냐?"



옆분단의 태진이에게 소곤소곤 물음을 던졌다.



"야 좆됐어 시발..."



"뭐가?"



"놀라지말고 잘들어."



잔뜩 긴장하며 나올말을 기다렸다.



"글쎄 이인하랑 한서희랑 얼레리 꼴레리레."



뭐?



뭐시여?



"푸하하핫!"



그 순간 교실에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그제서야 분위기 파악을 한 나와 서희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이야~ 잘 어울린다."



"학기시작 전부터 심상치 않더니 으휴~"



"둘이 했냐? 했어?"



마지막에 튀어나온 말에 발끈한 나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나야 저런 음란한 농담은 웃으면서 받아넘기면 되는데 옆에있는 서희는 아니잖아.



"뭘 해? 안했어! 안했다고!"



내 말에 여자애들이 꺅꺅 거리면서 난리도 아니다. 그러면서 누가 그런 음담폐설을 했나 찾아보니..



유진용 저놈이다.



"뭐? 너희 손도 안잡아봤냐? 아까 손잡고 교내를 활보했다는 정보가 입수됐는데?"



이것들이 지금 날 놀리는거지? 이게 언어폭력이 아니면 뭐가 언어폭력일까.



능청스럽게 말하는 녀석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넣고 싶은것을 겨우겨우 참아냈다.



"근데 니들 뽀뽀는 해봤냐?"



"무,뭐?"



갑자기 무슨 뽀뽀야 뽀뽀는.



분명 저놈이 말하는 뽀뽀는 그 뽀뽀가 아닌, 남녀간의 애정을 진하게 표시하는 행위를 말함이다.



"뽀뽀 해봤냐고?"



"어제부터 만났는데 무슨 뽀뽀야 뽀뽀는."



"그럼 지금하면 되겠네. 키스해! 키스해!"



왜 뽀뽀에서 키스로 바뀌는건데? 그 이유좀 나에게 설명해줄 사람?



내가 이정도인데 서희는 얼마나 당황했을까. 옆을 슬쩍보니 얼굴이 새빨갛게 변한게 많이 창피한 모양이다.



"키스해! 키스해!"



하나로 단합되어 외치는 우리학급 2학년 4반. 학급체육대회에서 이정도 단결력을 보이면 우승은 따놓은 당상이다.



우리반 소란이 너무 컸는지 이제 다른반에서 원정구경까지 왔다. 진짜 난감해서 뭘 어떻게 할수가 없었다.



뒤이어 선생님들 까지 구경왔다. 저기 보이는건 박연정 선생님과 남수림 선생님이다.



나와 남수림 선생님의 눈이 마주쳤다. 남수림 선생님은 무표정하게 상황을 지켜보더니 박연정 선생님 귀에다가 뭐라 말을했고 금방 자리를 떳다. 뭐라 말한걸까?



그 때 하늘이 도운건지 종이 울렸다. 사태를 수습하러온 선생님들에 의해 순식간에 상황이 정리됐다.



나이스 타이밍!



교실은 열기로 아직도 후끈후끈 달아올라 있었지만 꽤나 조이기로 유명한 영어선생님의 등장으로 대충 일단락이 났다.



와서 빵이나 빨리 해치울 생각이였는데.. 수업시간 때 몰래 까먹던가 해야겠구만.







앗 침.



츠읍! 침을 빨아당긴 다음 입 주변을 닦아냈다. 나도 모르게 잠들었구나. 수업 중간부터 기억이 없어.



"일어났네? 오늘 엄청 피곤한가봐?"



"그러게. 나도 모르게 잠들었어. 근데 지금 무슨시간이야? 왜 아무도 없어?"



주위를 둘러보니 교실에 우리 둘밖에 없다.



"지금 점심시간이잖아."



"아.. 맞다. 그렇지."



내 기억은 4교시 시작하고 십분뒤였으니... 지금이 점심시간인게 당연하지.



그나저나 이 새끼들은 날 안깨우고 지들끼리 밥쳐먹으러 가? 밥이 넘어가냐? 넘어가?



"아 맞다. 네 친구들 내가 먼저 보냈어. 깨우지말라고."



"아.. 그런거야?"



"응. 밥먹으러 가자."



하..하하... 이렇게 되는건가?



서희와 교실을 나와 급식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남학우 여학우 가릴것 없이 눈에서 레이저가 쏟아져 나올것만 같다.



부담스럽다. 매우매우.



"부답스럽네."



서희도 그렇게 생각한듯 나를 보며 말했다.



"나도.... 소문 이렇게 빠르게 퍼질지는 몰랐는데."



커플공개된게 1교시. 2교시 때 부터 본격적으로 소문이 퍼져 타학년 까지 닿더니 3교시때는 모르느 사람이 없을정도로 소문이 나 버렸다.



그 때 삼학년 두명이 우리와 스쳐지나가면서 말을 주고받는다.



"야 쟤둘이 사귄다면서?"



"여자가 아깝지."



"쟤도 잘생겼는데 뭐."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님들.



급식실로 입성하자 주위시선들이 더욱 더 강렬해진다. 당연하듯 일학년들을 재치려고 하는데 서희는 줄을서고 있다.



그 모습이 답답한 나는 서희에게 말했다.



"먼저 가자."



"새치기하게?"



"학교전통이야."



서희가 우물쭈물 하고있길래 서희손을 잡고 일학년들을 재쳤다. 근데 그게 또 이상하게 비춰진 모양이다.



"쟤들 영화찍냐?"



"냅둬라 씨발... 서러워서 살겠나."



이럴거면 그냥 줄을서는건데.



문제는 급식을 받고도 문제였다.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았는데 주위의 시선이 화살마냥 파바바박 꽂힌다.



"와 이제 대놓고 연애질이야."



"뭘. 아까는 손잡고 학교 활보했다는데."



"와 개새끼..."



개새끼는 나보고 말하는거지? 그런거지?



분명히 수근수근 지들딴에는 조용히 말하는것일지언데 내 귀에는 왜이렇게 잘 들리나 모르겠다.



제발 나에게 관심좀 꺼줘.







"속 많이 안좋아?"



"죽을것같아."



기어히 채하고 말았다. 눈칫밥 먹더니 점심먹은 이후로 속이 영 엉망이다.



"안되겠다. 보건실 다녀와."



"괜찮아."



"내가 안괜찮거든?"



서희와 속닥속닥 밀담을 주고받는데 그게 하필 선생님한데 걸린 모양이다.



"너희들 수업시간에도 연애질 꼭 해야겠니?"



30대 초반 노처녀 히스테리 폭발전인 생물선생님의 히스테리가 여기까지 닿았다.



"쟤들 급식실에서 영화찍고 난리에요."



금방 깐족거린거 누구냐? 진용이 너냐?



"선생님. 인하 지금 채한것 같은데 보건실좀 보내야할것 같아요."



서희의 말에 생물선생님인 나를 쳐다본다.



"아파보이긴 하네."



아파보이는게 아니라 아픈건데요.



"보건실 다녀와."



"저도 같이..."



서희가 같이 따라나서려고 하는데 질투심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생물선생님이 말을 끊었다.



"채한거 죽을병 아니야. 혼자 갔다오면 되지."



"네에..."



"갔다올게."



가서 소화제나 하나 얻어먹어야겠다. 아니면 가서 몸져누울까?



더부룩한 속을 참고 참으며 보건실에 도착했다. 보건실에 들어가려는데 왠 신발이 이렇게 많지?



의아함을 품고 보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여선생님들 보건실에서 티타임을 가지고 계셨다.



보건선생님인 박유진 선생님. 한정민 선생님. 3학년 수학담당이신 정소은 선생님 그리고 남수림 선생님까지.



이 뭐 수업없는 여선생님들 다 모인모양이다.



누나한데 듣기로는 학교 젊은 여선생님들 단체카톡방도 있다고 하던데.



"아,안녕하세요."



"그래. 어디 아프니?"



"네. 속이 좀 안좋아서 소화제나 좀 얻어먹을까 싶어서요."



"속이 안좋아?"



남수림 선생님이다.



남수림 선생님은 서희일로 내게 서운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딱히 그런 눈치도 아닌것같다.



다행이네.



"네. 점심먹었다는데 채했나봐요."



"잠시만..."



박유진 선생님은 수다를 멈추고 약통을 뒤적뒤적 거리시더니 소화제 하나를 꺼내 건내주셨다.



"물은 냉장고에 있으니 꺼내마시고."



"네."



냉장고 옆에 배치된 종이컵을 꺼내 물을 따라서 소화제를 삼켰다.



"2학년 4반 이인하. 맞지?"



보건기록을 작성하던 박유진 선생님이 확인차 내게 물음을 던졌다.



"네."



"아.... 쟤가 걔야?"



쫑긋! 하고 귀가 반응한다.



목소리는 아무래도 3학년 수학담당이신 정소은 선생님인것 같다. 정소은 선생님이랑은 말한번 섞어본적도 제대로 얼굴을 마주한적도 없는지라 날 모르는게 당연했다.



네. 아마도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쟤가 저고 걔는 한서희 남자친구 일겁니다.



"됐어. 이만 가봐도 돼."



"네. 안녕히계세요."



아무래도 여선생님들이 득시글 거리는 곳인데 부담스럽고 해서 재빨리 보건실을 빠져나왔다.



보건실을 나와 교실로 향하는데 뒤에서 날 부르는 남수림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하야."



"아. 선생님."



나에게 다가온 선생님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속 많이 안좋아?"



"아.. 괜찮아요."



차마 속 뒤집어 질것 같아요. 라고 말은 못할것같아서 그렇게 대답했다.



"잠깐 할얘기 있는데... 시간 돼?"



뭐... 보건실에 간 이상 신경쓰진 않을테니...



"네."



선생님을 따라 미술실로 향했다. 누군가와 마주치면 곤란할것 같았지만 선생님은 별로 개의치 않는듯 했다. 밖도아니고 교내인데 누가 뭐라하겠어? 라고 생각하고 계신듯 했다.



미술실 문을 열고 들어가 비밀의 방의 도어락을 해제했다. 두번째 와보는 이곳. 선생님의 권유에 쇼파에 앉았다.



"뭐 좀 줄까?"



"아뇨.. 속이 안좋아서."



"아 맞다. 그랬지."



이 선생님도 은근히 얼탄단 말이지.



"무슨일이세요?"



"서희랑 소문났더라?"



"네? 아.. 의도치않게..."



"의도치 않은건 아닌것같은데... 대놓고 손잡다가 소문난거라던데... 아냐?"



"마,맞아요."



생각해보니 내가 왜그랬을까.



"아까 교실에서 잘 어울리던데... 질투나게."



"아하하하..."



아까 인사 쌩깐것도 질투나서 그랬나?



"뭐... 서희 질투나서 부른건 아니고..."



하긴... 선생님이 그런일로 날 부를사람도 아니다. 분명히 다른 용건이 있겠지.



잠깐 뜸들이시는 선생님. 이내 입을 여신다.



"너희 누나... 무슨 일 있니?"



"네?"



누나 이야기가 나올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아니... 오늘 너희 누나 상태가 좀 이상해 보여서... 딱히 남자친구도 없다고 했는데 무슨일인가 싶어서... 알아?"



내심 확신을 갖고 날 떠보는것 같았다. 거짓말을 할까 싶었지만 안그래도 남수림 선생님한데 지은죄가 많아서 그런지 이런걸로 거짓말을 하고싶지는 않았다.



"그냥... 누나랑 좀 싸웠어요."



"그랬구나."



역시나. 하시는 표정이다.



"왜 그런지 물어도 될까?"



"....죄송해요."



"그래.. 알았어."



선생님은 잠깐 서운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것은 찰나의 순간이였다. 그 표정을 본 순간 말할 수 없는 사실에 가슴이 더 무거워 졌다. 하지만...



"누나랑 화해하는게 어때?"



"...."



"동생이랑 싸운걸로 그렇게 하루종일 저기압인 사람... 잘 없다? 그만큼 널 좋아하는거겠지. 그러니까... 빨리 화해하는거 어때? 그게 아무래..."



"선생님."



"응?"



"정말... 정말 죄송한데요. 저희 남매일에는 상관하지 말아 주셨으면 해요."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선생님의 입에서 우리 남매의 일이 어쩌니 저쩌니 좋아하니 마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게 너무 싫었다.



갑작스러운 내 말에 당황한 선생님은 무언가 말을하려 했지만 이내 입을 닫았다.



"저희 남매는.... 달라요. 다른 남매들이랑은.... 선생님은 이해 못하실거에요."



어찌보면 오해할만한 말이였지만 선생님은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니... 저희남매에 관한일은... 신경쓰지 말아주셨으면해요."



선생님은 나를 쳐다보더니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아니에요. 제가 더 죄송해요. 정말로... 선생님, 저... 그만 가봐도 될까요? 아무래도 수업중간이라 들어가봐야 할것 같아요."



"그래. 내가 너무 붙잡아뒀네."



"아녜요. 좀 있다가 연락드릴게요."



인사를 건낸 나는 태연스레 미술실을 나왔다. 미술실 문이 닫히자 한숨이 절로 세어나왔다.



"후우...."



기분더럽다.



-



우수작가에 등단되었네요.



축하쪽지 감사드립니다.



4월 초에 글쓰기 시작해서 7월중순. 3개월 하고 반이라는 시간동안 여러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글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우수작가가 된것을 보니 뿌듯하고 한편으로는 너무 과한자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역대 우수작가님들 보면 하나같이 대단한 작가분들 뿐이고 제가 거기에 낀다는게 뭔가 어색해보이네요.



선악과에 대해서 여러독자님 께서 많은 의견을 내주셨습니다.



아무래도 종교적인 의미를 가진 소재를 사용한게 개신교(혹은 카톨릭)을종교로 가진 독자분들이 보기에는 거슬리셨나 봅니다.



프롤로그를 수정해라. 고쳐라. 이런말씀을 해오시는데... 죄송하지만 그럴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제가 당부하고싶은 말은 선악과를 꼭 종교적인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제가 제 소설에서 선악과에 부여한 의미와 성경에서 말하는 선악과는 어느정도 공통점을 가질수는 있습니다. 아무래도 선악과는 이미 존재해왔고 저는 거기서 의미를 따왔으니.. 하지만 제 소설인 만큼 제 생각에 의해 재창조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불편하시다면.... 저로써는 할 수 없습니다. 제 글을 안읽으시면 됩니다. 저는 선악과를 타이틀로 삼은이상 포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렇게 불편한 공지를 하게되어 송구스럽지만 그래도 제 입장을 밝혀야할것 같습니다. 주문을 해오시는데 어떻게 계쇽 무시할순 없는거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제 심정을 털어놓으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우수작가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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