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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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기상! 기상! 쫄따구 쇄끼들, 동작 봐라! 아직도 모포 안에서 개기고 있지?’



다시 또 시작되는 일과. 일조점호는 추운 날씨로 얼어 붙은 병사들의 마음을 더욱 차갑게 만든다. 오래 전 기억 속에서 조차, 군 생활의 기억은 돌아보기 싫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구지 부르지 않아도 될 어머님 은혜를 차가운 연병장에서 오돌돌 떨어가며 불러야 했던 새벽녘의 일조점호는 군 생활을 이가 갈리게 만드는 첫번째 관문 이었다. 신참시절이 언제 였는가 싶게, 짝대기 두개를 달고 일병이 되었다고 기뻐하는 내 앞에 제대를 앞둔 고참병 중의 하나는 그렇게 얘기 했었다.



‘하이고, 우리 막내, 일병 다니 좋아? 니 국방부 시계는 언제나 돌아 갈려나? 내가 똥깐에 앉아있던 시간이 니 군대 생활 한 시간보다 많으니 어쩜 좋으냐?’



느글대며, 나를 바라보던 전역대기 고참들은 한심한 듯이 쳐다 보곤 했다. 언제나 막내 시절만 있을 줄 알았던 내 밑에도 속속 쫄다구 들이 들어오고, 그에 따라, 요즈음은 그렇지 않다고 들었지만 의례 군기가 바짝 들어 있어야 된다고 엄포가 대단했던 나를 비롯한 일병 떼기들은 시도 때도 없이 집합이 찾아왔다. 탄창고, 세면실 뒤, 변소근처 등지에서 이루어지던 집합이 끝나야 제대로 잠이 올 지경으로, 그 당시에는 구타가 엄연히 존재 했었다. 일석 점호때 주번사관으로부터 지적이 있는 날이면, 내무반 고참병장은 한마디 툭 내뱉으며, 잠에 빠지지만, 소등이 되고 내무반에 하나, 둘, 코고는 소리가 들릴 때 까지 나는 눈만 감은 채, 잠을 들지 못했다. 이마라도 건드리는 날에는 관등성명을 부리나케 대면서 일어나야만 했던 군기로 인해 집합과 연이은 구타에 대한 초조함으로 온 몸은 용수철을 잡아당겨 놓은 듯한 긴장감으로 인해 모포 속에서조차 마음을 놓을 수 없었으니까. 자대에 배치 받고서 나는 훈련소와는 조금 다르게 인간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내무반의 모습에서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니 별 다를 바 없다는 나만의 그릇된 판단으로 내무반 생활을 시작하려고 했었다. 한동안 눈칫밥을 먹어가며 지내는 동안, 나는 훈련소에서도 매를 맞아가며 다녔던 교회를 가질 못했다. 훈련소야 6주만 지나면 빠이빠이 인데다 한번 보고 다시는 안 볼 놈들 이었지만 자대는 그 의미부터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내 위의 고참이 제대할 때까지 밑 보였다가는 군대생활이 고로와 질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기 때문이다. 입대하기 전, 언제나 학교 서클실로 찾아와 주저리 주저리 군대생활을 읊퍼 대던 선배들은 언제나 웃기고, 용감무쌍한 자신의 역경 체험담을 무슨 영화 스토리같이 털어 놓곤 했기에, 귀동냥으로 들은 군대생활은 그런 대로 재미가 솔찮이 넘칠 줄 알았던 것은 나의 크나 큰 오산이었다. 게다가 계속해서 상급부대에서 지시사항으로 내려오고 있는 구타금지 조례와 구타로 인한 자살, 탈영, 영내 총기사고에 대한 정신교육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부대 내에 만연 되어 있던 구타와 집합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헌병대에서 시시 때때로 포상휴가를 미끼 삼아 소원수리를 받아가기도 하고, 병력들을 모두 사단 연병장에 집결 시킨 뒤에, 공개적으로 탈영병이나 구타사고를 저지른 병사들의 공개재판 장면을 교육적인 효과를 기대 한다며, 보여주어도 그때 뿐, 여지 없이 내무반에서는 군기와 기강 확립이라는 명분으로 구타는 일상화 되어 있었다. 고참들이 일석점호 준비로 정신이 없을 때, 내무반의 막내였던 나는 구섞 에서 부동자세로 가부좌로 앉아서 직속상관의 이름을 외거나, 멍하니 정면을 바라보면서 진땀을 흘리곤 했다. 짠밥수가 차야 식기도 만질 수 있고, 군화도 닦을 수 있으며, 군기반장도 될 수 있다며, 아무런 일도 시키지 않고 지나가는 저녁시간은 오히려 더욱 고통스러웠다. 일병 계급장을 달고 얼마 있질 않아서 나는 밑으로 세 명의 쫄다구를 받게 되었는데, 자대 배치 날짜가 2,3주 정도 차이는 있었지만 세 명을 모두 같은 동기로 끊어 쫄다구로 받게 한 것은 고참들의 의견이었다. 그것은 그 당시, 대학을 나오고, 나오지 않은 차이에서 오는 결정이었다. 대학교 2학년까지 교련학점을 제대로 이수 했을 경우에는 30개월의 복부기간에서 3개월 단축시켜주는 제도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 식으로 동기들을 같이 묶어 놓질 않고 들어 온 순서대로 서열을 매겼다가는, 전역할 때 2,3주 차이 이겠지만 쫄따구가 3개월 먼저 제대해 버려 아랫것들에게 볼 면목이 없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사실, 하루가 10년 같다는 제대 말년에 3개월이란 기간은 정말 지옥 같은 시간 이라고들 말했다. 쫄따구 때에는 어리버리, 정신 없이, 무얼 하는지도 모르게 지나가서 별 문제 없지만, 하루 왠종일 내무반에서 말년 찾아 먹는다며 뒹굴거나, 작업 감독이나 하고 있는 제대 말년의 병장들에게 있어서 그 3개월의 시간동안 동기가 제대하고 가버린 뒤에 나 홀로 내무반에 남겨진다는 것은 곧바로 쫄따구 들에 대한 분풀이 겸, 불만투하를 의미하기도 했었으니 말이다.



아직까지, 그렇듯 눈이 펑펑 오는 겨울 날이면 그날의 기억으로 마음속이 아려오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그 날은 신병이 들어오는 날이라고 저마다 어떤 놈들이 들어 올까 하고 기대들을 하고 있었다. 모두가 그 지긋지긋한 쫄따구 시절을 겪었음에도 신병이 들어 오면 대번에 놀리고, 얼르고, 구라까대는 버릇들은 버리질 못했다. 내무반의 문이 열리고 바깥의 찬바람이 q하니 실내로 밀치고 들어오는데 모포를 덮고 뻬찌카 옆에서 책을 보던 유병장이 소리쳤다.



‘문 닫그라, 좋은 말 할 때, 잉?’



그러나, 열린 문은 닫힐 줄 모르고, 우루룩 신병 한명이 내무반으로 들어오는데 뒤로 선임하사와 인사계가 따라 들어왔다. 모포 속에 있던 유 병장이 벌떡 일어나며, 인사계에게 경례를 하고,



‘동작 그만!, 병장, 유 병장! 휴식중, 근데 저 아그는 누굽니까?’



‘하이구, 저 새끼는 제대할 때 다 되서는 이름도 까쳐먹고, 씨발, 병장, 유 병장이 뭐냐?’



선임하사가 면상을 찌푸리며 한마디 던진다.



‘긍게, 거시키니, 느그들 이제 거 뭣이냐, 거시키니 있잖혀?’



나는 처음에 자대 배치를 받고, 일석점호 때, 주번사관으로서, 내무반에서 보고를 받던 인사계가 내무반 왕고참 에게, 다음 날 있을 작업에 대한 세세한 지시를 하는데도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건만 그 당시, 최고참 이었던 신하사는 말 중에 거시키니가 98프로는 차지하고 있는 인사계의 지시 사항을 하나도 빼먹지 않고 알아들어 혀를 내두르게 했었다. 그 날도 여지없이 신병을 데리고 왔다는 말을 거시키니로 시작해서 거시키니로 맺고 있었다.



‘어디 병력입니까?’



‘서울병력.’



‘아효! 또 뺀질이?’



어쩐 일인지 부대 내에서는 서울병력을 뺀질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무엇 하나 해 본 것 없이 학교만 다니다가 입대해서 낯설은 군대 문화로의 적응도 되기 전에 드러나는, 잔머리 굴리기 때문이었는지, 서울 병력들은 뺀질이로 분류되고 있었다. 그 당시에도 느꼈던 일이지만, 남자들만이 모여 지내는 군대라는 폐쇄사회 안에서도 그 지역편향주의 라는 것이 사제보다 극심하게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거시키니, 잘 좀 해주고, 거시키니 뭐냐, 군장이랑 거시키니 그거, 잉, 알지?’



도대체 무슨 마술 주문 같은 거시키니만 남발하고 돌아서 나가버리는 인사계와 선임하사를 뒤로 하고, 유 병장은 짠밥장인 김 상병 에게 지시했다.



‘김 상병, 저 아그 관물대 좀 정해주고, 따블백 쎈타 까서 모자라는 거 없나 좀 살펴 봐라.’



내 바로 위 고참 이었던 김 상병, 언제나 느릿한 말투에 점잖은 듯이 보이려고 하던 경상도 사투리, 그 말투를 나는 제대하고 TV뉴스에서 듣게 되었는데, 얼마 전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던 홍ㅅㄷ의원의 말투와 쏙 빼다 박은 것이, 나는 듣자마자, 바로 채널을 돌려 버렸다. 그 정도로 그 당시, 나와는 합이 잘 맞질 않아서 사사건건 나를 물고 늘어지며, 집합 시에 내려치는 줄빳따 속에서도 그의 개인적인 감정이 다분히 느껴져 군생활 내내 치가 떨리던 그런 인물이었다. 나는 같은 동기도 없이 김 상병 과의 차이가 많이 진 상태라 그런지, 나를 더욱 혹독하게 다구치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



‘아가, 이리 온나!’



유 병장이 또 장난기가 발동 했는가 보다. 그 신병은 관등성명을 째지게 복창하면서 유 병장 앞으로 달려 나가고…아마도 시커먼 얼굴의 훈련병들만 보다가 짠밥기가 거의 빠져 사제 인간 처럼 허여멀건한 유 병장 같은 제대 말년의 인간다운 인간을 보고 긴장하지 않을 신병은 없었으니까. 목이 쉰 것으로 보아 아마도 훈련소에서 거시게 돌려댄 듯도 했다.



‘너 누나 있냐?’



꼭 신병들을 붙들고 고참들은 누나랑 어쩐 일이 이루어 지지도 않을 거면서도 지겹게 호구조사들은 해댔다.



‘예, 많습니다. 넷이나 있습니다.’



쉰 목소리지만 군기가 바짝 들어간 모습으로 신병은 소리쳤다.



‘그래? 사회에서는 뭐하다 왔냐?’



‘학교 다니다 왔습니다.’



‘얼씨구, 뺀질이에다 가방끈도 길어? 이거 돌려도 한참 돌려야 되겠구만. 앞날이 노랗다! 자, 나를 따라 복창한다, 나는,’



‘나는’



‘뺀질입니다.’



‘..뺀질.입..니다.’



‘허허, 요거 봐라? 더듬거려? 안되겠구만! 김 상병! 따블백 입에 물려서 돌려야 쓰겄다.’



따블백의 내용물을 검사하다 말고 감 상병이 신병을 불러 세워 얼차려를 시작하고…



‘앉아, 일어서, 앉아, 일어서, 자동…허, 동작 봐라.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허허 이거 껄떡대지!’



나는 그런 순간이 이 세상에서 제일 지겨웠다. 사람이 사람을 말 한마디로 고롭히는 그 상황. 어디 도망 갈수도 없고, 그렇다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생면부지의 폐쇄사회에 내버려 진 것도 무참할 지경인데, 반가운 인사는 커녕 군기를 잡는답시고 저렇게 돌려대는 그 고압적인 분위기가 나를 누르는 것이 죽기 보다 싫었다. 이미 신병은 온 얼굴이 땀으로 뒤범벅이었다. 추운 바깥 날씨와 다르게 죽탄으로 허벌나게 때는 뻬찌카의 열기는 내무반을 후끈하게 달구고 있어서 전투복에 야상까지 입고, 얼차려를 받는 사람은 한증막 이상의 더위를 느끼고 있음을 잘 알고 있기에…. 나는 김 상병 으로부터 받아 든 신병의 따블백에서 군화를 꺼내려다 의도적으로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 소리에 내무반은 짐짓 숙연해 졌고, 다른 편 침상에 앉아서 편지를 쓰고 있던 송 하사가 한마디 던졌다.



‘유 병장, 그만하지? 그 신병들 데리고 장난치면 속이라도 풀리냐? 어이 김 상병, 신병 일으켜 세워. 가뜩이나 쫄아 있을텐데, 그만하고….’



송 하사는 유 병장보다 쫄다구 였지만 대학을 다닌 것으로 해서 유 병장과 같이 전역하게 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계급이 우선인 군대 명령 계통에서 서로 님자는 붙이지 않아도 송 하사는 유 병장을 계급으로 누르고 있었고, 유 병장은 짠밥으로 밀고 나가면서 존대를 하지 않는 껄끄러운 사이였다. 그 날의 해프닝은 그렇게 끝났지만 그 날 저녁, 나는 취침 후, 김 상병의 손끝에 기상하고 말았다.



‘니, 나온나.’



올게 왔구나 싶었다. 변소 뒤로 돌아가는 외진 곳에 다다르기 무섭게 김 상병의 발길질이 날아왔다.



‘니 죽고 싶나, 으이?’



아까 낮의 의도적인 내 행동을 김 상병이 모를 리 없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김 상병의 손찌검과 발길질을 그대로 묵묵히 받아 맞고 있었다. 분이 풀릴 때까지 패던 김 상병이 담배한대를 피워 물더니 바닥에 침을 탁 뱉으며, 말했다.



‘니 한번만 더 내 눈에 띄몬 가만 안둔데이, 으이, 알았나? 와 대답이 없노? 알았나 말이다?’



나는 대답을 하고, 들어가 자라는 말에, 쑤시는 옆구리에 손도 대질 못하고, 내무반으로 들어왔다. 모두가 잠이 들었고, 불침번 만이 화장실을 갔다 왔다고 알려주는 나를 보며, 어서 자라고 속삭인다. 다 알고는 있지만 그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별다른 위로의 말 조차도 꺼내질 못하고… 자리에 누워 모포를 덮으니 아까 맞은 옆구리가 쑤셔왔다. 아픈 쪽을 반대로 몸을 옆으로 틀자, 아까 들어온 신병이 나를 빤히 쳐다보며, 잠을 자지 않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빨리 자야지!’



내가 낮은 목소리로 짐짓 타일렀다. 먹고, 자고, 싸는 일밖에 남는 것이 없는 군생활 중, 일분 일초도 잠자는 시간에서 허비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신병은 아직 모르는 것 같았다.



‘저 때문에 맞으셨죠? 죄송합니다.’



‘아니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어서 잠이나 자라.’



신병에게는 얼마동안 이기는 했어도 부대 적응기간 동안 야간 근무를 빼주고 있었다. 이른바 군대에서 말하는 긴 밤을 잘 수가 있었다. 그게 얼마나 좋은지도 모른 채, 신병은 내 걱정을 하면서 잠을 설치고 있었던가 보다. 그 날부터, 신병은 나의 주위에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다. 여름 처럼 뙤약볕의 작업도 없이 일주일에 한번씩 대대에 있는 목욕탕을 다니면서 훈련소에서 덮어 쓴 땟국물을 점차 벗어가면서 성 이병의 얼굴은 그 모습을 찾아 나가기 시작했다. 대개 훈련소에서 자대에 배치된 신병들의 얼굴은 훈련으로 인해 검게 그을려 있고, 모자라는 식사와 잠, 육체적, 정신적 피곤함으로 인해 붓기가 빠지지 않은 모습들이 대부분 이었다. 게다가 목소리들은 소리들을 6주간이나 지르다 와서 인지 모두 쉬어 있었고…대개 내무반에는 대를 물려가며, 깍새와 물광, 다리미 이렇게 세 직종이 언제나 존재 해왔다. 깍새는 이름 그대로 내무반의 병사들 머리를 깎아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고, 물광은 휴가를 대비해서 꼬불쳐 둔 새 군화 라든가, 평소에 줄창 신고 다니면서 작업만 하다가 구두 앞코가 다 나가버려 광을 내도 잘 나지 않는 군화를 새 신발처럼 빤짝이게 물광을 내주는 인간들을 일컬었으며, 다리미는 대개 자기 옷은 자기가 다릴 줄 알았지만 신병들이 새로 지급 받은 군복에 주름을 잡을 때는 이 다리미가 꼭 나서서 새 전투복에 주름을 멋들어지게 잡아주는 것으로 해서 붙여진 별명 이었다. 요즈음은 신형 군복이라서 특별히 주름을 잡을 필요가 없다고는 했지만 그 당시 머리 깎고, 군화 물광 내고, 전투복 칼날 같이 다려 입으면 모두들 휴가 가느냐고 인사치레가 오갔던 시절이었다. 나는 그 중에서도 깍새 였다. 김상병의 치도곤을 맞으면서 배운 군대 이발 이었지만 나는 손재주가 좀 있는 편이었다. 가위도 시원 찮고, 바리깡의 날이 머리털을 찝어 욕을 먹는 적도 많았지만 나의 머리 깎는 솜씨는 알아 주었다. 그래서 다른 내무반의 고참들도 휴가를 가기 전에 나에게 와서 머리를 깎아달라고 내무반장에게 부탁하는 적이 많았다. 자대에 배치 받고, 신병과 처음 동초근무를 같이 나가는 날, 일석점호 준비로 정신이 없는데, 성 이병이 나에게 다가와 소곤거리며 말을 붙였다.



‘저, 한 일병님, 부탁 좀 드려도 되겠습니까?’



‘뭔데? 바쁘니까 빨리 말해라.’



꼬질대로 총구에 낀 개스 제거에 정신이 없던 나에게 성 이병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붙였다.



‘저 머리가 길어서 그러는데, 깎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군대에 들어와 사제 인간들이 겪는 첫번째 고통은 다름 아닌 언어였다. 모든 끝 말이 ‘다’ 아니면 ‘까’로 끝나야 한다는 억지로 인해 바뀌어진 딱딱한 말투는 대화의 맥을 끊어 놓기에 충분한 기여(?)를 하고 있었다.



‘글쎄, 지금 바빠서…. 에이, 모르겠다. 까짓거 터지면 터지지 뭐.’



쫄따구 관리는 고참 책임이라고 일석 점호때, 막내 머리가 길다며 지적이라도 받으면 그걸 갖고도 맞을 꺼리가 된다는 생각 때문 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내무반 정리는 장난이 아니었다. 분기별 교탄 소모를 마무리 해야 된다는 지시에 의해, 때 아니게 비와 섞여 뿌려대는 진눈깨비를 헤치며, 오후 내내 사격장에 판초우의를 입고 사격을 갔다 온 다음이라, 총기 소제며, 군화에 묻은 흙덩어리 제거에다, 판초우의 정리까지 마쳐야 하는 시간의 촉박함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총기 소제를 하다 말고 이발도구를 챙겨서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평소 같으면 따스한 내무반 안에서 머리를 깎겠지만 이렇게 바쁜 시간에 머리 깎겠다고 덤비면 김 상병이 나를 가만 놔두질 않을 것 같았다. 마침 자리에 없는 김 상병의 모습에 나는 성 이병에게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밖으로 나오라고 말했다. 그래도 조금 덜 추운 곳에서 깎자는 생각에 나는 내무반의 불빛이 비쳐 나오는 뻬찌카 옆 입구에서 깎자고 했다. 춥고 매서운 강원도의 한겨울 날씨는 가위와 빗을 든 내 손을 금새 오그라 들게 했었고, 손가락과 손목은 때때로 급히 깎아대는 내 손길로 인해 쥐까지 나고 있었다.



‘됐다. 세면장에 가서 어서 씻어.’



그 때였다. 이발 도구를 챙기는 내 등을 누군가 발로 내리 찍는 것이 느껴지면서 나는 앞으로 굴러 버렸다. 빼당(㎳猪?당번)을 도와 탄창고 에서 가루탄을 당까에 실어 내오던 김 상병이 밖에서 머리를 깎고 나서 도구를 챙기던 모습을 보고 달려 와서는 나를 내질른 것이었다. 성 이병은 세면장으로 가지도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김 상병의 발길질을 당하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고…



‘니 조심하라 그랬지? 지금 때가 어느 땐데 머리 깎고 지랄이고, 지랄은? 니 총기소제 다 했나, 그라몬, 침상 정리 다했다 말이가? 그것도 아이몬, 니 군화 다 M았나?’



사실 뭐 하나 마무리도 못하고 머리 깎으러 나온 내가 매를 벌려고 나온 것은 사실 이었다. 빼당이 말리는 바람에 나는 흙을 털고 일어나서 시정하겠다고 복창하면서 내무반으로 다시 들어갔다. 개새끼…나는 속으로 나중에 여차직 하면 계급장 떼고 완타치로 한판 붙을 날이 올 것이다 라고 곱씹었지만 그런 마음 조차, 겉으로 나타낼 수는 없었다. 그러기에 이곳은 너무도 삭막한 계급사회의 군대였고, 그것을 부추켜 줄 어떤 인간도 내 주위에는 없었다. 다행히 일석점호 시에 지적사항도 없었고, 성 이병의 깨끗하게 깎여진 머리 모양새로 말미암아 자칫 적응에 힘들 수도 있는 신병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주번사관의 칭찬에 가까스로 넘어가는 듯 했다. 주번 사관은 내무반을 나가기 전에 성 이병의 앞에 서서 질문을 했다.



‘힘든 것 없나?’



‘네, 이병 성, 수, 빈, 없습니다!’



있어도 있다고 말했다가는 누구 하나 죽어 나갔을 테니까. 취침이 되고 나서, 나는 1시간 정도를 누워 있다가 2번째 동초근무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 이병을 같이 깨우고 옷을 갈아 입는데, 뻬찌카 옆에서 술판이 벌어져 있었다. 고참들은 특히 겨울이면 뻬찌카를 이용해서 반합에 라면을 끓여와서 한밤중에 몰래 술들을 먹곤 했다. 인사계나 선임하사가 주번사관 일 때는 나쁜 일에 동참시키자는 의미에서 먼저 상석을 자리잡아 술을 권하기도 했기에… 근무를 나가려고 방한복과 M16을 챙겨 군화를 신고 있는데, 저 구섞에서 누군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김 상병 이었다. 짠밥장의 위치에다 곧 있으면 병장을 달 그에게도 곁다리로 술자리가 내어지는 것은 다반사 였다. 고참들 모두, 그에게 수고한다며 술을 따라주며, 그 어려운 자리에 동참하면서 김 상병은 저 나름대로의 격이 상승하는 것 같은 우쭐함을 느끼고 있는 듯이 보였다. 송 하사가 나가려는 나와 성 이병을 불러 세웠다.



‘바람이 빡쎄게 추울 거야. 한잔 씩들 하고 가.’



근무 전, 술을 마셨다가 근무지에서 불시로 들이닥치는 검열이라도 있는 날에는 날벼락을 맞을 것이 분명했기에 나는 아니라며 만류했지만, 구지 반합 딱까리에 따라주는 막소주를 그냥 얼결에 받아 마셨다. 물론 안주도 없이…옆에 둘러선 성 이병은 그보다 작은 량을 따라서 건네주고… 식도가 화끈거려오는 것을 참으며, 나는 뻬찌카에 둘러선 고참들과 김 상병을 향해 나지막한 소리로 경례를 하며, 내무반을 나왔다. 동초는 내무반에서 걸어서 10분 정도를 가야 했다. 지원중대의 탄약고와 가까운 위치였지만 대대와 통해있는 도로와는 멀리 떨어지고, 바위계곡 안에 폭 파묻혀 있어서 가까이 가지 않고는 근무를 서는지도 잘 알 수 없는 위치였다. 그러다 보니 그곳은 근무를 서다가 담배를 피우기 위해 철모를 벗어서 가릴 필요도 없었다. 근무 중에 담배를 피웠다가는 영창감 이었지만 한밤중에 그것도 오늘 처럼 추운 날, 덜덜 떨면서 한시간을 자그마한 매복 참호 안에서 버틴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라이타를 갖고 가다가 불시에 들이닥치는 주번사령이나 대대장님께 걸리면 곧바로 영창행 이었기에 근무를 나갈 때에는 복장검사를 하고 담배만을 몰래 두개피 정도를 갖고 나간다. 왜냐하면 근무자들을 위해 우리끼리만 아는 장소에 라이타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었다. 동초 근무를 가면서도 나는 눈을 감고 갔다. 언젠가는 그렇게 대야종때 야간행군 시에 걸으면서 희선이 꿈을 꾸기도 했다. 사람들은 어떻게 걸으면서 꿈을 꿀 수 있느냐고 했지만 그것은 사실 이었다. 눈 감고도 가는 그 길을 성 이병은 돌뿌리에 걸리는지 덜그럭 대면서 걸음마하는 어린애 마냥 따라왔다.



‘한 일병님, 같이 가요.’



‘너 지금 뭐라 그랬냐? 가요? 너 끝 말이 뭐로 끝나야 돼? 그런 식으로 빠진 행동을 하니깐 서울 출신들이 되도 않게 뼈빠지게 군대 생활해도 뺀질이 소리를 면칠 못하는 거야, 알간?’



‘저 군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술을 먹어서 그런가 봅니다.’



비척대는 폼에 더하여 추운 날씨에 입 밖으로 토해내는 허연 입김은 술기운이 바짝 오르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동초에 도착해서 나는 쪼그려 앉은 자세에서 성 이병에게 누가 오나 잘 보라고 이른 뒤에 담배를 피웠다. 겉으로 보면 군기를 앞세우면서 모든 것이 정리정돈을 위주로 하고, 엄격한 생활이 뒤따를 것 같던 군대라는 코드 속에는 아이러니 하게도 일탈과 편법, 열외, 그리고, 서로 섞이지 못하는 지역감정이 엄연히 존재했다.



‘수빈이는 애인 없냐?’



‘……’



대답이 없었다.



‘말하기 싫으면 말구…’



나는 다른 고참들 처럼 답을 꼭 요구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고무신을 거꾸로 찼든가, 아니면, 입대를 기점으로 내가 너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기둘려 줄 것 같질 않으니 보지만 먹고 이쯤에서 헤어지자는 헤프닝을 치루고 온 것들은 대개 이런 상황에서 대답이 없었기에…



‘있었습니다.’



‘그래? 제대할 때까지 기다린데?’



‘….제가 군에 온 것도 아직 모를 겁니다.’



‘그게 무신 애인이야?’



‘저만 좋아서 따라다니다 보니…’



워낙 추운 날씨인지라 술을 언제 먹었냐 싶게 몸이 덜덜 떨려 오면서 어깨가 움츠러 들고 있었다.



‘한 일병님은?’



‘응, 나야 도장 콱 찍어두고 왔지. 언제 면회 오면 내가 한번 뵈줄게.’



담배를 또다시 붙여 무는 사이, 거한 짠밥 냄새와 함께 안주 없이 들이킨 소주의 느끼한 트림이 함께 목구녕을 치밀고 올라왔다.



‘오늘은 어째 평소보다 더 춥다? 이따가 내무반으로 돌아가면 구섞에 있는 그 모포 좀 더 펴서 덮고 자자. 내일 아침에 좀 번거롭기는 해도 따스하게 자야지, 안 그래?’



나 같은 쫄다구 들은 일조 점호 시에 부리나케 접어 넣으면서도 각을 내어야 하는 모포의 정리가 구찮아서 되도록 주어진 담요의 개수보다 모자라게 덮고 자는 것이 보통 이었다. 게다가 뻬찌카 옆은 왕고참 순서로 서열이 매겨져 있어서 나와 성 이병은 문간 신세 였다. 어느새, 다음 근무자가 다가오는 기척이 들리고, 나는 성 이병을 시켜 암구호를 외치게 하고 인수인계를 했다. 내무반에 돌아오니 모든 사람이 자고 있었다. 온 몸에 시커먼 탄을 뒤집어 쓴 빼당 만이 뻬찌카 드럼통에서 온수를 빼내고 있었다. 내무반의 적정온도 유지를 책임지는 빼당은 대개가 병장 초임이 맡아 했는데, 어느 정도 짠밥수가 차야 뻬찌카를 돌릴 수 있는 요령이 있다고 하는 전통 때문이었다. 빼당은 근무나 훈련, 점호 조차도 열외였고, 이렇게 한 밤중에나 되어야 목욕을 하고 잘 수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뻬찌카의 열판 위에 위치한 온수 도라무깡의 물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져 있었다. 나는 총을 거치 시키고, 옷을 벗은 뒤에 모포를 더 꺼내서 덮었다. 유달리 추위에 강했던 나는 다른 하급 병사들처럼 야상조끼에 동내의 까지 껴입고는 잠을 자질 못했다. 그저 한 여름처럼 런닝과 팬티바람으로 자기에 고참들도 그런 나의 체질에 놀라곤 했다. 그 날 이후로 1주일 인가부터 자꾸 불알 밑이랑 가랑이가 가려오기 시작하더니 밤에 잠도 설쳐가며 벅벅 긁어대는 통에 나와 성 이병이 한밤중에 불려 일어나게 되었다. 주번사관 이었다.



‘너희들 팬티 내려 봐.’



손도 대질 않고 나와 성 이병에게 스스로 팬티를 까고 불알을 들추라 어쩌라 하는 사이, 주번 사관은 내무반의 불을 켜라고 일렀다. 다들 한밤중에 켜진 내무반 불빛에 저마가 욕들과 짜증을 내고 있었는데 특히나 꼼짝 못하고 침상에 일어선 채로 팬티를 내린 채, 열중쉬어 자세로 있는 나와 성 이병을 노려보는 눈길이 그 중 매서 웠던 것은 김 상병이었다.



‘내무 반장!’



‘네, 하사 송,준,태.’



‘저 문깐에 있는 두 놈, 옴이다. 오늘부터 매트리스, 모포 격리시키고, 내일 아침 의무대에 보고해서 내무반 전체 소독한 뒤에, 약 받아다가 저 두 놈 주고, 너는 나에게 결과 보고 하도록, 이상, 취침.’



나와 성 이병은 때아닌 옴에 걸린 것이었다. 아마도 성 이병이 배치를 받고 나서 동절기라고 추가 지급된 모포 안에 옴벌레가 살아 있었던 모양이었다. 겨울이면 가끔 옴이 번창하곤 했었는데. 겨우내 덮었던 추가 지급 모포를 걷어 들이면서 바짝 일광소독을 했다손 치더라도 창고 안에서 한해를 넘기고 다시 받아 드는 모포로 인해 생기는 전염병 이었다. 옴은 벌레가 옮기는 피부병으로 옴벌레 한 마리가 피부 밑을 파고 들어가 하루종일 그 피부 안에서 알을 까고 새끼를 키워 사람이 잠이 든 한밤중 정도에 우글우글한 그 새끼들을 피부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피부표면을 갉기 시작하면 무의식 중에 가려움증을 느껴 긁어대고 나면 피부 안에서 엄청난 속도와 머릿수로 늘어난 옴벌레들이 피부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사람 스스로 돕게 되는 매커니즘을 갖고 있었다. 또한 옴벌레는 너무 가벼워 공기 중에 떠다니면서 전염을 일으켜, 발견 즉시 보고하고 일제 소독을 하게 되어있는 독한 전염병이었다. 또한 사람의 부위 중에서 살이 겹치고 다른 부위보다 따스한 부분을 찾아가 알을 까기 때문에 샅이라든가 겨드랑이, 팔꿈치는 벌레들의 좋은 먹이감 들이었다. 옴의 약한 점은 두 가지 인데 하나는 저온 이고, 두번 째는 특수 성분의 피부약 이었다. 그래서 나와 성 이병은 그 시간부로 추운 혹한 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온수의 사용이나 대대 목욕탕의 사용이 금지 되었고, 옷은 전부 삶아서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다른 내무반에서는 옴이 옮는다며 우리 내무반에 발길을 들여 놓기를 꺼리기 까질 했고, 다른 사람들과 뚝 떨어져 찬바람이 씽씽 새어 들어오는 문간에서 모포도 많이 덮지 못한 채, 둘이서 껴안고 서로의 체온을 이용해서 잠이 들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옴으로 인해 나와 성 이병은 세면장을 사용하질 못했기 때문에 피부에 바를 물약과 세면도구를 챙겨 냇가로 나가 얼음을 깨고 찬물에 목욕을 하루에 아침,저녁으로 두 번씩 했다. 당연히 옴이 번지지 못하도록 관물대 정리라든가, 모포 정리, 군화 닦는 일과에서 벗어났음은 물론 이었다. 항상 몸에서는 독한 피부약 냄새가 진동을 했는데 옴벌레가 피부를 뚫고 나오는 순간, 피부에 바른 그 약의 냄새를 맡고서 즉사한다는 얘기를 의무대로부터 듣고 와서, 목욕과 동시에 피부에 허옇게 떡칠을 하면서 서로 불알을 들추어가며 서로의 몸에 약을 발라주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내무반은 면회 온 사람들로 인해 외출 외박자가 많아져 야간근무자가 모자라는 지경까지 된 날이었다. 나와 성 이병은 초번 근무를 서고 마지막 말번을 또 서야 하는 괴로운 주말이었다. 게다가 휴일 아침의 말번 근무를 서면 일주일 동안 내내 기다려 오면서, 그것도 특식이라고 가뜩이나 불어터진 라면이 근무를 마친 후, 그나마 떡죽 처럼 변해 수저로 떠먹어야 하는 괴로움이 있었기에 정말이지 좇 같은 주말이라고 곱씹고 있었다. 너무나 피곤 했던 탓인지, 나는 곧바로 초번 근무를 서고 와서 잠에 골아 떨어졌다. 꿈은 언제나 나를 입대 전의 짜릿했던 기억 속으로 끌고 갔다. 꿈속이지만 나는 입대 전, 희선이와 같이 갔던 여관이 보이고, 나는 길다랗게 자란 머리를 손으로 쓸어대며, 그녀가 옷을 벗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윤석씨, 보지마, 챙피 하게…’



그녀가 부끄럽다며 내 앞에서 뒤 돌아 브래지어를 끌러 벗어내고, 이어서 청바지와 팬티 마저도 벗어 내린다.



‘희선아, 나 기다려 줄거지?’



‘고롬, 자기나 딴 맘 먹지마. 군대 가서 이리저리 내둘르지 말구.’



‘임자 있는 물건을 어떻게 내돌리남?’



그녀가 웃으면서 내 품에 안겨왔다. 내 품을 파고들면서 어디서 배운 적도 없을 터인데 벌써부터 입질이 오고 있는 내 좇을 손으로 슬며시 붙잡고, 쓰다듬는데, 나는 그녀의 머리를 매만지면서 내 좇을 빨아 달라는 것처럼 지그시 그녀의 머리를 내 좇을 향해 밀어대고…



‘나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나도 이하동감! 하하하’



계면쩍은 마음에 웃어 재꼈지만, 희선이는 용기를 내었는지 혀를 삐꿈히 내밀어 좇 끝에 대어 본다. 나를 몇 번을 올려다 보고 망설이다가 기어이 좇을 천천히 입안에 머금었다. 그 화끈거리는 느낌이라니! 내 좇을 타고 그녀의 혀가 경직되었다 풀어졌다 하면서 묘한 느낌을 전달해 주었다. 게다가 불알을 다른 손으로 돌돌 어루만지면서 얼르니, 한여름 소불알 처럼 축 늘어지면서 그녀의 손 안에서 넉넉한 나른함에 빠지고…그녀는 아까운 아이스크림 콘을 겉에서 부터 녹아 흐르는 물이 흐를세라, 놀려대는 아이들의 혀처럼 내 좇의 주위를 돌아가면서 핥기 시작했다.



‘이렇게 황홀한데 희선이, 너를 두고 어떻게 갈 수 있을까?’



내 좇을 빨면서 올려다 보는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녀는 내가 빡빡머리로 보충대의 철창문을 지나 입소하는 그 순간에도 눈물을 보이질 않았었는데, 그날은 유달리 섹스 도중에 길게 울었다.



‘윤석씨, 나 기다릴게, 꼭 기다릴게, 그래서 제대할 때 자랑스럽게 말 할거야. 나 꿋꿋이 기다려 왔다고…’



나는 좇을 빨던 그녀를 일으켜 세워 껴안았다. 가슴으로 느껴지는 그녀의 체온과 뭉클한 유방의 풍성함들…나는 그녀가 더 이상 아프다며 내게서 몸을 뗄 때까지 흠씬 젖꼭지를 빨아댔다. 입 속에 그냥 남아있는 것 같은 그녀의 유두. 나는 다시 못 볼 것 같이 그녀의 구섞구섞을 갈아 마실 것처럼 빨아 재꼈다. 마치 갈증을 잊으려는 사람 처럼…



‘윤석씨, 제발, 그만, 제발….’



그녀가 조용하다가 기어이 그만이라는 비명이 터져 나온 것은 그녀의 씹 안을 핥다 못해 쪽쪽 소리까지 내면서 씹 살과 함께 빨아들이는 나의 아가리질 때문이었다. 나는 그녀의 비명에 큰일이라도 난 사람처럼 냉큼 그녀의 몸 위로 몸을 포갰다. 나를 쳐다 보지도 못하고 자연스럽게 스며 나오는 신음을 막으려고 한 손가락을 입에 물고 있던 그녀. 그러나, 나의 좇은 첫 삽에 그녀의 입을 막고 있던 손가락을 놓치게 했다.



‘ㅇ-ㅏ-ㄱ!’



창호지를 째면서 침을 발라가며 손가락을 뚫어 대던 한옥 방문의 기억도 새롭게, 나는 그녀의 침으로 흥건한 내 좇을 종이 째지는 소리를 내면서 박아넣고 있었다. 그녀가 경련한다. 겁먹은 송아지가 흰자위를 휘번덕 하듯이 그녀의 고개가 뒤로 젖혀 지면서 나의 좇질과 맞추어 리듬을 타고, 나는 땀인지 눈물인지 모르고 그녀의 얼굴에 흐르는 물기를 연신 손을 훔쳐 내면서도 허릿짓을 멈출 줄 몰랐다. 박혀지고 있는지 아니면 빠져 나오는 지, 감도 잡을 수 없이 허리는 용틀임을 하고, 그녀의 허리가 점점 휘어 지면서 입 밖으로 흘러 나오는 단어들이 산산히 부서져 형체를 잃어갈 즈음, 나는 눈 앞이 까매지는 암흑을 맛보았다.



‘억, 어…윽…희선아! 사랑해!’



나는 그 말과 함께 눈을 번쩍 뜨고 말았다. 꿈 치고는 너무나 생생한 사정의 느낌, 아랫도리가 척척하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 나의 좇을 아직까지 붙들고 고개를 내 쪽으로 한 채, 어깨를 부들부들 떨고 있는 성 이병의 몸이었다. 나는 움직일 수도 기척을 낼 수도 없었다. 성 이병은 슬그머니 손아귀를 풀면서 팬티 안에서 손을 꺼내더니 나를 향해 등을 대고 돌아 눕는다. 평소 보다 한적한 내무반은 붉은 취침등 만이 켜져 있었고, 불침번은 뻬찌카 옆 침상 옆에 앉아서 졸고 있었다. 다만 어둠을 가르고 저편 구섞 에서 잠이 깨어서, 고개를 두리번 거리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김 상병 이었다. 나는 가슴이 뜨끔했지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김 상병 쪽에서 등을 돌렸다. 내 앞에는 역시 등을 돌리고 누워있는 성 이병이 눈 앞에 있었고…무어가 무언지 머릿 속이 복잡했다. 그러나, 오랜만의 몽정인지, 성 이병이 도와 준 자위 탓인지 나는 말번초 근무시간까지 얼마 되지는 않아도 금방 잠에 골아 떨어지고 말았다.



‘한 일병님, 일어나세요, 근무 나가셔야죠.’



‘으응. 일…병.. 한..윤 서..ㄱ’



잠결에 관등성명을 대면서 나는 성 이병이 흔들어 깨우는 나즈막한 소리에 들쳐 일어났다. 동초에 나가면서도 둘은 말이 없었다. 초소에 들어서기 무섭게 담배를 피워 물고 자리에 앉아서 나는 성 이병을 올려다 보았다.



‘왜 그랬니?’



그는 대답이 없었다.



‘….그냥요, 제 옆에 누워 계시는데,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이시길래, …..꿈속에서 누구를 만나시는가 싶어서….도와드리고 싶었어요.’



‘누가 도와 달랬니? 그런 건 꿈속에서 혼자 해결하는 거지, 누가 도와 주는 게 아니야. 남들이 보기라도 했으면 어쩔려구?’



그는 고개를 떨구고 아무런 말을 못했다. 나는 너무 심하게 다구친 듯하여, 부드럽게 이름을 불러 주었다.



‘수빈아? 너….우냐? 응? 사내 새끼가 그런 걸 갖고 찔찔 짜기는?’



‘괜찮습니다. 그 친구도 그랬어요. 다시는 그런 식으로 자기에게 접근할 거면 눈에도 띄지 말라고….’



‘그 친구라니? 애인 말이야? 애인이 왜?’



‘…………..남자 였거든요.’



나는 한밤중에 피워 댄 담배 탓이라고 돌리고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머리를 무엇으로 얻어맞은 것처럼 둔탁한 소음이 계속해서 머릿 속을 울려왔다. 수빈이는 호모? 게이?



‘너 혹시?….’



‘네, 전 남자를 좋아하는 못된 병을 앓고 있습니다. 결코 회복될 길이 없는…’



게이라 할지라도 군대 신검시, 부적격 사유로 될 수는 없었기에, 지원 입대한 그를 보는 시선은 그냥 평범한 군입대자 였을 것으로 짐작 되었다. 자신을 벌레 보듯 하는 친구의 경멸에 찬 독설을 이기지 못해 도망치듯 군대로 와 버렸다는 수빈이. 그러나, 자대에 배치 받으면서 자신을 위해 번번히 편을 들어주며, 매까지 맞아 주었던 나의 호의를 그는 다른 코드로 해석하고 있었던가 보다.



‘군대는 보기보다 무서운 곳이야. 너의 그런 생각,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돼, 알았지? 설령 그렇다고 할지라도 보는 눈은 그렇게 곱질 못해.’



요즈음 처럼 이반이다, 커밍 아웃 이다 해서 표면화 되어가는 동성애자들의 모임이 가시회 되질 못하던 시기라, 그저 범죄자 처럼 숨어서, 혼자 속을 끓여가며, 좋아해야 하던 시절이었고, 그나마 공식적인 장소는 싸구려 동시상영관 이었지만 암암리에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고 해서 동성애자들이 이바구를 맞추어, 삼삼오오 짝잣기를 한다는 파고다 극장이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저도 제가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남자중 에서도 제가 좋아하는 타입을 대하면 나도 모르게 온 몸에 힘이 쪽 빠지면서 정신을 못 차리거든요.’



성 이병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군대식의 딱딱한 어투가 풀려가며, 조금은 여성스런 분위기를 흘리고 있었다.



‘나도 절대적으로 반대야. 밖에는 내가 제대할 날만을 기다리는 애인이 있고, 사실 남자들 끼리의 섹스는 혐오스럽다고 할까, 듣기 뭐하겠지만 말이야, 내 솔직한 심정 이라구.’



‘그러실 거에요. 제가 비정상 이지, 한 일병님은 지극히 정상이세요. 제가 고쳐야죠, 그게 그렇게 쉽사리 되질 않으니 말이죠. 다른 사람들은 한 일병님과 제가 옴에 걸렸다고 하니까 더럽다고 했죠? 저는 그 반대 였어요. 같이 한 이불 속에서 추위를 이기려고 껴안고 자고, 같이 냇가에 나가서 얼음을 깨고, 뼛속 까지 얼어 붙을 것만 같은 찬물로 서로의 몸을 씻겨주고, 평소 같으면 만질 수도 없는 한 일병님의 몸 구섞구섞 까지 만지면서 제 마음처럼 약도 발라 드릴 수 있어서 저는 너무 좋았어요. 옴이 낫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면 너무 심한가요? 저는 솔직히 그랬어요. 죄송해요.’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해가 뜨고 있었다. 평일 보다 한시간 더 잘 수 있는 일요일 아침이었지만 잠은 애저녁에 어디론가 달아나고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행정반에 들려 실탄을 반납하고 퉁퉁 불은 라면을 숟가락으로 떠먹으면서 목젖을 찢어질 듯이 긁고 내려가는 라면의 맛을 나는 도저히 느낄 수 없었다. 대강의 정리를 하고 나는 송 하사에게 목욕을 하고 약을 바르고 오겠다고 했다.



‘허이구, 이렇게 눈 오는 날, 고생 하겄네. 내 특별히 제설작업은 빼 줄게.’



나는 약과 세면가방을 챙겨 수빈이와 내무반을 나섰다. 대대를 나와 다리를 건너기 전, 언제나 가던 그 목욕장소를 나는 비껴가고 있었다.



‘한 일병님, 길이 틀립니다.’



나는 말없이 길잡이를 했다. 다리를 건너 취사장과 식당을 지나 오솔길로 20여분 정도 뒷산을 타면 대대가 내려다 보이는 산마루가 나온다. 그 곳에는 겨울에도 얼지 않는 산상의 옹달샘이 있었는데, 주위가 숲으로 울창하게 둘러 싸여있고, 그 깊은 산중에는 여름이면 인사계가 애들을 데리고 올라가 방충망을 뒤집어 쓴 채, 한탕 멋지게 꿀을 건져오는 땅벌집이 버티고 있던 곳이었다. 나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일요일은 훈련이 없기 때문에 개천에서 벌거벗고 둘이 목욕하는 모습을 지나 다니면서 보는 병사들의 눈이 많을 것 같았고, 게다가 자연스런 마음으로 약을 서로에게 발라 줄 수 있을 것인지 확신이 서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늘에서는 펑펑 함박눈이 내리고 있어서 인지 날씨가 그렇게 차갑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헉헉대며 산마루에 올라 나는 옷을 벗고 옹달샘의 물에 손을 담가 보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샘물은 미지근한 온도라 흡사 추운 날씨와 견주어 온수와 같은 느낌마저도 주고 있었다. 내가 먼저 물을 끼얹으면서 목욕을 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수빈이는 내가 벗어놓은 전투복과 야상, 방한모 등을 곱게 접어 눈이 맞지 않도록 소나무 밑둥에 옮겨다 놓는 것이었다. 수빈이는 옷을 다 벗고, 내게로 오더니 손을 내밀었다.



‘왜?’



‘제가 씻겨 드리고 싶어요.’



‘괜찮아. 나 혼자서도 할 수 있는데 뭐. 약 바를 때나 도와 줘.’



그래도 손을 접질 않는다.



‘한 일병님, 이제 옴도 거의 다 나아가요. 이제 찬물로 목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이렇게 목욕할 수 있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 될 것 같아서….’



나는 마지 못해 비누를 넘겨 주었다. 수빈이는 활짝 핀 얼굴로 비누를 받아 쥐더니 비누거품을 흠뻑 내면서 내 몸에 비누칠을 해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몸에서는 김이 모락 모락 피어 오르고, 수빈이는 내가 춥지 않느냐며 연신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남자의 손길 인데도 불구하고 내 좇은 어처구니 없게도 수빈이가 내 좇에 비누칠을 하는 동안 서버리고 말았다. 수빈이는 비누칠을 하다 말고 버떡 서버린 내 좇을 두 손으로 감싸 안으면서 아주 부드러운 터치로 매만지기 시작하고…내려다 보니 무릎을 꿇고 경이로운 눈빛으로 발기된 내 좇을 아우르고 있는 수빈이의 깎아놓은 머리가 흡사 비구니 같다는 생각이 스치고 있었다. 수빈이는 얼굴을 가까이 대는 듯 하여 나는 움찔 거렸다. 빨아서는 안된다는 나의 무언의 암시였다.



‘그게 아니고…’



수빈이는 내 좇을 뺨에 대고 눈을 감고 있었다. 지금도 나는 그 느낌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온 뺨에 질척 이는 비누거품도 아랑곳 하질 않고 수빈이는 내 좇을 뺨에 부비면서 마냥 행복해 했다. 나는 혐오스런 감정에다 더하여 손 끝과 그 뺨에 서 전해지는 동물적인 감각이 뒤섞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몰입하고 있었다.



‘한 일병님, 제 생전 처음으로 부탁드릴께요, 한번만 단 한번만, 저를 사랑해 주실 수는 없을까요? 이런 얘기 군에 오기 전에 그 친구에게 정말 고백하고 싶었는데 하질 못하고 왔어요. 안될까요?’



그러나, 수빈이는 벌써 몸에 비누칠을 한 채로 내 앞에 엎드리고 있었다. 수빈의 항문이 보이고 그 밑으로 추위에 달랑 올라 붙은 불알과 수빈이의 성기가 적나라 하게 보이고 있는데 나보고 어쩌란 말인지? 눈은 쉴 사이 없이 내리며, 김이 모락모락 하던 두 사람의 몸에는 눈이 닿기가 무섭게 녹아 물이 되어 흐르고, 한동안 아무 말이 없던 수빈이는 엎드린 채로 옆에 있던 누런 색의 세면가방을 연다. 그 안에는 손을 트지 말라고 쫄따구 들이 언제나 사서 바르는 파란 통의 니베아 크림이 들어 있었다. 수빈이는 나를 쳐다 보지도 않고 그 크림을 듬뿍 찍어 손을 뒤로 뻗더니만 항문에 지천으로 발랐다. 그리고 또다시 흐르는 정적…그는 나의 결심을 기다리면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발기된 내 좇이 어째서 그 힘이 떨구어지질 않았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의문이기는 했다. 나는 무릎을 꿇는 대신 다리를 조금 접으면서 수빈이의 둔부를 붙들었다. 여자와 다르게 강건하게 느껴지는 그 단아함. 더 이상 주체할 것도 없이 나는 눈을 질끈 감고서 수빈이의 항문으로 좇을 들이댔다. 생전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동성간의 섹스를 겪고 있으면서도 내 마음속에는 꿈속에서 뒹굴었던 희선이의 보지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크림과 물기, 비눗기가 어우러졌음 에도 생전 처음, 그것도 남성의 항문에 삽입을 해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렇듯 반항하는 것처럼 입을 벌리질 않던 항문은 좇이 반 정도 들어가자, 댐의 수문이 열리듯이 그 완력의 기선을 놓치면서 나의 진입을 방임하기에 이른다. 나는 추위를 느끼며, 입에서는 허연 김이 뿜어져 나오고, 쏟아지는 함박눈으로 인해 내 앞에 엉덩이를 벌리고 엎드려 있는 모습 조차도 가물가물한 수빈이가 마치 희선이 인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정신없이 좇을 박아댔다. 눈을 뜨고 내려다 보니 수빈이의 한 팔이 안 보였다. 한 팔만으로 상체를 지탱하면서 한 팔은 아래로 내려 뜨려 나의 삽입으로 인해 잔뜩 발기된 자신의 성기를 무자비하게 주물러 대는 것 같았다. 내가 좇질에 정신이 없을 때, 나는 좇이 터질 것 같은 쪼임에 아랫도리가 뻐근해짐을 느꼈다. 수빈이가 먼저 사정한 것이었다. 그 사정으로 인한 항문의 조임으로 인해 나마저도 사정을 이어서 할 수 밖에 없었다. 어처구니 없게도 벌어진 남자들간의 섹스….나는 순간, 희선이를 어떻게 쳐다 볼까 하는 생각만이 머리를 스치고 있었고… 나는 바닥에 털썩 앉아 버렸다. 사정과 추위로 인해서 온 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수빈이는 냉큼 일어나더니 떨고있는 나에게 물을 끼얹으면서 몸을 씻어 나가기 시작했다. 비눗기와 좇에 묻은 오물과 크림을 닦아낸 뒤에 자신은 아랑곳 하질 않고 수빈이는 나를 일으켜 세우고 피부약을 발라 주었다. 내가 먼저 옷을 입고 군화를 신는 동안, 내 머릿 속은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수빈이는 약을 자기 스스로 발랐다. 내가 넋을 놓고 앉아서 망연하게 하늘을 올려다 보고있는 모습을 봤기 때문인 것 같았다.



‘진정으로 고마웠어요. 마지막으로 한번만 불러 볼께요.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에요. 윤석씨, 고마웠어요.’



나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몸을 획 돌치는데, 숲속에 있던 무언가가 후다닥 튀어가는 것이 보였다. 나무등걸에 기대어 앉아있던 내가 섹스까지 한 이후라서 그랬는지 다리가 떨려 도저히 따라 잡을 수는 없었다. 나설 수도 없이 저렇게 사라진 것은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동물 이었을까? 산을 내려 오면서 두 사람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영원히 그래야 할 것처럼…



‘휴가 담배 하나 댕겨봐, 얼릉?’



일요일 저녁에는 주말의 외출, 외박자와 정기 휴가자들이 복귀해서 내무반은 잔칫집을 방불케 했다. 짧은 외유의 기간이었으되 모두들 품 속에는 사제 담배가 넘쳐 나고, 곳곳에서 새로이 몰래 반입한 여자들의 벌거벗은 사진들을 감상하느라 정신이 없는 그런 저녁…. 점호가 끝나고, 나와 수빈이는 또 다시 한 모포 속에서 누가 무어라 하지도 않았는데도 서로 등을 돌린 채, 잠에 빠져 들었다. 나는 잠결에 불침번이 깨우는 기척에 눈을 떴고, 나는 곤히 잠이 든 수빈이를 뒤로 하고 다르게 짜여진 조편성에 의해 근무를 서기 위해 나갔다. 산 위에서의 추위 때문이었는지 몸에 열도 나고, 머리가 조금 편칠 않았지만 근무시간은 쉽사리 버틸 수 있었다. 내무반으로 돌아 오면서 나는 밀려오는 배뇨감에 근무자를 먼저 들어가라고 얘기 하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아무런 생각 없이 화장실로 향하는데 내 귓가에 귀에 익은 음성이 들리고 있었다. 나는 철모와 총이 탄띠에 걸려 덜그럭 대는 소음을 최대한 줄여가며, 살금살금 다가갔다. 이런 한 밤중에는 변소에 혼자 앉아 자위를 하는 병사들이 많기는 했지만 저렇듯 말소리를 내는 것은 집합이나 얼차려의 상황이 분명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는 변소 안을 몰래 살펴 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 소리는 변소 뒤쪽에서 나는 소리였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는 세벽 3시 15분, 파란 야광시계의 침만이 빛나는데 목소리와 더불어 신음소리도 섞여 나는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조금 틀어 뒤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기로 했다.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김 상병이었다. 아랫도리를 내리고 누군가를 뻐쩡다리로 대가리 박아 자세를 시킨 채로 뒤로 좇질을 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니 좋나? 으이? 이리 좇 박아주니 니 좋나? 아까는 산에서 잘하데! 니는 제대할 때까지 내 구녕 이데이 알았나? 와 우노? 이 쓰발 새끼야! 조용히 안하나, 수건푸(부삽의 경상도 사투리)로 대갈빡을 팍 찍어 뿔라 마, 와 한 일병 한테 준 니 똥통, 내 빼끄러 무그이 서럽나?’



더러운 변소 외벽에 붙어서 대가리 박아 자세로 꼼짝도 못하고 김 상병에게 뒷치기를 당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수빈이 였다. 나는 고개를 돌려 버렸다. 비겁한 뺀질이 새끼….나는 내 스스로 나 자신에게 욕을 해대고 있었다. 수빈이가 저렇게 당하고 있는데, 나는 알량하게도 남아있는 군대생활, 지긋지긋한 김 상병으로부터 찐빠나 먹지 않으며, 지낼 욕심에 입을 틀어 막으면서 내무반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모포에 누워 잠을 자는 채하고 있었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김 상병이 들어오고, 수빈이가 한참을 있다가 들어와 침상에 올라왔다. 그러나, 수빈이는 앉아서 자는 내 얼굴을 물끄러미 내려다 본다. 이어서 곧바로 일어나더니 근무준비를 하며, 행정반 으로 신고를 하러 가는 모습이 보이면서 나는 어처구니 없게도 그냥 잠이 들어 버렸다. 얼마나 잤을까? 갑자기 누워 있는 머리 뒤에서 철커덕 하는 소리가 들렸다. 잠결에도 확연한 M16의 노리쇠 당기는 그 금속음. 누군가 총을 들고, 김 상병 쪽으로 가고 있었다. 붉은 취침등 뿐이었지만 그 모습은 확실히 알아 볼 수 있었다. 수빈이 였다. 수빈이는 총구를 겨누어 김 상병의 머리를 천천히 밀어댔다. 잠이 깨는가 싶더니 김 상병은 화들짝 놀라 기겁을 하며, 그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니, 니, 니, 와 이라노, 진정하거래이, 내 잘못 했다 카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 상병의 주변에서 자고 있던 병사들도 주섬주섬 일어나서 그 흉흉한 분위기에 피해라도 당할까 싶어 비질비질 구섞으로 몸을 피하고 있었고…



‘살고 싶냐? 그렇게 살고 싶어? 그런데 난 왜 살고 싶은 마음이 없지? 네가 보기에 더럽고 추한, 나는….나는…….그렇지만 벌레같이 짓밟혀도…… 순정도 있고, 지조도 있어, 이걸, 그냥……’



‘수빈아! 안………돼! 제발, 제발,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내가 내복 바람에 수빈의 뒤에 달려들어 무릎을 꿇고 빌었다.



‘뻥………’



나는 눈을 감았다. 메퀘한 화약 냄새와 더불어 밀폐된 공간에서 발사된 한발의 M16이었지만 잠시 귀청이 멍하면서 아무 소리도 들리질 않았다. 나는 살그머니 눈을 떠 보았다. 처참하게 널부러져 있을 줄 알았던 김 상병은 입을 쩍 벌린 채, 모포 위에 오줌을 질질 싸고 있었다. 수빈이는 천장에 대고 총을 쏜 것이었다. 주위에 둘러선 사람들이 수빈이를 붙잡아 제압하면서 총을 뺏었다. 부대는 그 시간 부로 새벽을 뒤 흔든 한발의 총소리로 말미암아 발칵 뒤집어 졌고, 다음 날, 총기 오발 사고로 수빈이는 헌병대로 끌려갔다. 김 상병이 제대할 때까지 그는 나에게 손끝 하나, 욕 한 번 지르질 못했고, 전역시에 경례를 하질 않는 나에게 한마디도 못한 채, 부대를 떠났다. 헌병대 에서도 김 상병은 나와 수빈이 와의 관계, 그리고 그날 저녁의 그 더러운 행위에 대해서는 입을 열질 않았다고 전해 들었다. 국방부 시계는 어김없이 돌아가 나도 전역을 앞둔 어느 날, 수빈이가 남한산성 한바퀴를(6개월의 형량) 돌고 불명예 제대를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그 폭풍 같은 시절을 보낸 나와 수빈이, 김 상병, 무엇 때문에 이루어진 인연이었을까 하고 지금도 곰곰히 생각해 본다. 그 날, 산으로 가지만 않았더라도 그 일만은 막을 수 있었지 않나 하는 후회 만을 하면서…



-끝-



P.S.: 평범했던 제 군생활을 돌아보며 써 본 글이었습니다. 파병을 앞두고 착잡해 하고 계실 가족분들게 격려의 말씀을 올리며, 국군장병 여러분께는 전역하는 영광스런 그 날까지 건강하시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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