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에서 온 마스터 - 1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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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에서 온 마스터 13





푸니쉬는 그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다.



하지만 그 장미꽃을 든 남자는 양팔을 벌리고 푸니쉬의



앞을 가로막았다.





"누구십니까?"





이빈은 푸니쉬의 음성에 고개도 들지 못했다. 그의 얼굴이



한꺼번에 확 달아 올랐다.



이빈은 다짜고짜 푸니쉬의 손목을 잡고 좁은 골목길로



데리고 갔다.





"형님! 접니다!"





얼굴을 확 치켜들며 꽃을 들이미는 김이빈.



워낙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푸니쉬인지라, 별 생각없이



꽃을 받아들고 향기를 맡았다.





"오. 향기롭군요. 그런데 이건 왜?"



"형님! 저.. 저 말입니다!"





약간 풀어헤진 이빈의 넥타이. 피곤한 듯 보이는, 그러나



깊은 눈매의 이빈.



이빈은 눈을 꽉 감고 냅다 푸니쉬의 품에 안겼다.



원래 정이 많은 푸니쉬..



푸니쉬는 무슨 힘든 일이 있나 싶어 그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이빈의 얼굴이 더욱 새빨개졌다.





"혀..형님. 저기.."





평소에는 그렇게 당당하고 카리스마 넘치던 김이빈이,



푸니쉬의 앞에선 꼬리내린 고양이처럼 얌전해졌다.



푸니쉬는 이빈의 손을 잡아주며 속삭였다.





"철민이 때문에 많이 힘드신 것 압니다. 하지만 달라졌을



겁니다. 힘드시더라도 꾸준히 노력해 주세요.



김 선생님은 강하시니까요."





이빈은 아무말도 못하고 푸니쉬의 품에서 슬며시 빠져나왔다.





'형님.. 전 철민이 때문에 온게 아닙니다..'





하지만 이빈은 마비된 사람처럼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푸니쉬는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의 등을 몇 번



토닥여 주더니 밝게 웃으며 물었다.





"마침 시장에 가던 중이었습니다. 오늘 점심에는 새우요리를



할까 하는데 오셔서 같이 드시지요. 이렇게 여기까지 오셨는데."



"아..아닙니다.. 저도 피곤해서.."



"철민이를 보러 온 것이 아니셨습니까?"





이빈은 입술을 꽉 깨물더니 몸을 홱 돌렸다. 그리고는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푸니쉬는 그를 잠시 쳐다보다가



쓴 웃음을 지었다.



과연 푸니쉬는 그의 마음을 알고 있는 것일까..?













푸니쉬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철민은 반가운 마음에



공부를 하다말고 현관문 쪽으로 뛰어나갔다.



푸니쉬의 손에는 요리재료들이 가득 들려져 있었고



배가 고픈 철민은 혹시 당장 먹을 것이 없나 그것을 받아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푸니쉬의 다른 손에는 새빨간 장미꽃 한다발이



들려져 있었다.





"형. 꽃은 왜 샀어요?"



"아, 이것은 김이빈 선생님이 준 것이란다."



"예? 영어 선생님이 형님을 찾아왔어요?"





푸니쉬는 활짝 웃으며 꽃병에 꽃들을 꽂느라 정신이 없었다.



천국에 있을때도 푸니쉬는 아름다운 것을 보면 눈을 떼지



않아, 다른 신들이 푸니쉬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 많은 꽃을



갖아 바치기도 했었다.





"말해봐요! 영어 선생님이 여기까지 왔었어요?"



"그래. 널 보러 왔다가, 이것만 전해주고 그냥 가더구나."





철민은 갑자기 성질이 나기 시작했다. 아무 이유없이 푸니쉬에게



꽃다발을 줄 이유는 없었다.





"그걸 왜 받아요, 대체? 정신이 있는거에요?"



"무슨 소리냐? 선물을 주면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야지."





푸니쉬는 아직 인간들의 감정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푸니쉬는 오히려 철민이 이상하다면서 새로 사온 새우들을



꺼내놓고 다듬기 시작했다.





"넌 가서 공부하거라."



"아, 정말!!!!!! 이걸 왜 받았냐구요!!!!!!!"



"왜, 받으면 안되는거냐?"



"이상하잖아요! 인간들은 아무에게나 꽃을 주지 않아요!!!"



"그래? 그럼 물어봐야겠구나. 아니면 네가 가서 물어보던가."





철민은 푸니쉬의 순수함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푸니쉬는



콧노래까지 부르며 끓는 물에 새우를 데치면서 능숙한



솜씨로 야채를 썰었다. 철민은 그런 푸니쉬를 쳐다보며



불안한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영어시간. 김이빈은 약간 피곤한 표정으로 교실에 들어왔다.



이빈의 카리스마가 널리 알려진 터라, 학생들은 그가 들어오자



엄청 조용해 졌다. 이빈은 들어오자마자 교과서를 펴며 말했다.





"자, 숙제 안해온 사람 일어나!"





몇몇 아이들이 엉거주춤 일어났다. 이빈은 굵은 회초리로 교탁을



탕탕 치며 소리쳤다.





"허허. 이것들 맞아야겠구만!"





철민은 푸니쉬의 성화에 못이겨 모처럼만에 숙제를 해 왔지만



그것을 책상서랍에 푹 쑤셔넣고 거칠게 일어섰다.



이빈은 자신을 비스듬히 쳐다보고 있는 철민을 보자,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자자, 오늘은 봐준다! 다 앉아!"





'오...왠일이야..갑자기..?'





아이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철민도 예상외의 반응을 보이는



이빈이 이상할 뿐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자 이빈이



철민을 불렀다. 철민은 맹수같은 눈빛을 하고 이빈에게로 다가갔다.



철민의 손목을 잡고 창가쪽으로 끌고간 이빈은 어색하게 웃으며



묻게 시작했다.





"저기.. 네 형님 연세가 어떻게 되시니? 기록 카드엔 없던데..



또 뭐 하시는 분이신지 물어봐도 되겠니?"



"모르는데요."





철민은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이빈은 그에게 잘 보이려는 듯이



활짝 웃으며 다시 물었다.





"에이.. 친형인데 그것도 몰라?"



'친형..? 그래.. 친형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선생이 지금..'





하지만 철민은 쉽사리 푸니쉬와의 관계를 얘기할 수 없었다.



철민은 이빈을 보며 건성으로 물었다.





"근데, 그건 왜 물으시는데요?"



"아.. 네 형님께서 너를 잘 부탁한다고 얼마나 사정을 하셨는지..



그리고 네 형님과 좀 친해지게 되었단다.. 핫핫. 뭐 술 한잔 할까..



해서..그래서 그러는거지."



"저희 형은 술 잘 못하구요, 꽃은 잘 받았대요."



"엥..? 너 알고 있니?"





갑자기 이빈의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푸니쉬가 곧이 곧대로 말할 줄이야.. 정말 보기보다는



눈치가 없는 형님이다.



이빈은 어설프게 웃었다.





"뭐.. 그래.. 집안에 꽃이 있으면 분위기가 확 살지?하하"



"전 꽃 싫거든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죠."



"하지만 네 형님께서 좋아하시던데."



"아, 그래요? 그럼 왜 그것만 사셨어요? 한 100송이, 아니 1000송이



정도 사시지 그러셨어요?"





이빈은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철민을 보고 좀 놀랐다.



그래.. 원래 철민은 선생님이 무엇을 묻는 것을 안좋아하니까..



이빈은 그렇게 생각했다.





'원래.. 사랑하는 사람을 얻으려면 동생의 마음부터 잡아야 하는



법...'





이빈은 화가나는 것을 꾹꾹 참으며 벽에 손을 집고 눈을 감았다.



철민은 이빈을 내버려두고 그대로 교실로 들어왔다.



이빈은 눈을 감은 채로 계속 말을 이었다.





"에..그러니까.. 오늘 저녁에도 시간이 되시는지.."



"어머! 돼요, 선생님!"





언제 나타났는지 송이가 이빈에게 매달리며 '홍홍'웃었다.





"으아아악.. 아니 그게 아니라.."



"선생님. 오늘 저녁에 시간돼요.. 많아요.."



"철민아! 철민아! 잠깐만!"





하지만 철민은 벌써 자리에 돌아온 후였다.















"똑바로 서."



"으읍.. 아오.. 여섯."





공부해 본지가 한 참되는 철민에게 쉬운 문제를 푸는 것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푸니쉬는 그에게 열성적으로 공부를 가르쳤다.



푸니쉬는 모르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의 말로는 학문의 신인



아카데미우스에게 지식을 전수받았다고 한다.



여하튼 지금 철민은 탁자위에 올라가서 종아리를 걷고 있다.



푸니쉬는 소파에 앉아 그가 해 놓은 숙제들을 검토하면서



틀린 부분이 있을 때마다 한대씩 종아리를 때렸다.





"이 수학문제 또 틀렸구나. 서."



"아이고.. 좀 봐주세요. 지금 그것도 엄청 신경써서 한 거란



말이에요."



'찰싹, 찰싹'



"으읍. 일곱 여덟."





철민의 종아리에 붉은 줄이 그어졌다. 푸니쉬는 종아리를 매만



지며 엄살을 떠는 철민을 보면서 슬쩍 미소를 띠었다.





"오늘은 썩 괜찮구나."



"괜찮을 수 밖에요. 하나 틀리면 두대씩 맞는데..



내 다리좀 보세요. 완전히 얼룩말이야."



"내려오렴."





철민은 탁자에서 펄쩍 뛰어 푸니쉬가 앉아 있는 소파 옆으로



건너왔다. 푸니쉬는 그에게 이것저것을 꼼꼼하게 가르쳐주었다.



철민은 예상외로 잘 이해했다. 그들이 한창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벨이 울렸다.





"엇. 과일 배달 왔나봐요. 제가 나가 볼께요!"





철민은 종아리를 채 걷지도 않고 뛰어나가 현관문을 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과일배달이 아니라 과일 주스를 사 들고 온



이빈이었다. 이빈은 철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형님 계시니? 아, 저기 계시는구나."





철민은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움직이지도 않았다. 이빈은 철민의



종아리를 보면서 말했다.





"아, 요새 가정방문 중이라서. 그런데 형님한테 요새 공부를 제대로



배우는 모양이구나. 어쩐지 좀 달라졌다 싶더니. 형님! 저 왔어요!"



"아, 오셨습니까?"





푸니쉬는 미소를 띠며 그를 맞았다. 철민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제 방에 들어가버렸다.





"이야.. 철민이가 요새 형님께 공부를 배우는 모양이로군요.



캬.. 형님 대단하십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선생님께 항상 죄송스럽지요.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이빈은 철민이 확실하게 방에 들어갔는지 뒤를 돌아보더니,



커튼까지 쳤다.





"저기..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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