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마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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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왕이 아니라 5왕입니다. 자주 수정했던터라 버그가 좀 있습니다.)





2. 득제자(得弟子)





음마황은 방미연과 그 후 한번 더 교접을 갖고 침상에서 쉬고 있는 중이었다. 방미연은 완전히 탈진했는지 음마황의 품속에서 쌔근쌔근 눈을 붙이고 있었다. 그런데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오더니 음마황을 부르는 소리가 난다.



"지존이시여."



아마도 색랑이리라. 음마황을 지존으로 부르는 자들은 색랑들 밖에 없다.



"음?"



"누군가 지존을 찾아왔습니다."



음마황은 색랑의 말에 조금 얼굴이 찌푸려졌다. 자신의 본거지인 감숙 기련산에서 나온지 보름도 되지 않아 찾아오는 사람이 생겼다니 결코 편한 기분이 아니었던 것이다. 자신의 행적이 그만큼 다른 누군가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끄응. 누가 찾아 왔느냐."



"사사련의 총사와 어린 소녀입니다."



(*사사련(邪邪蓮) : 정의맹, 마교와 함께 강호를 삼분하고 있는 사파의 하늘. 이름 처럼 수백 개 사파의 연맹체이며 절강성 소흥에 본단이 위치해 있다. 예전에는 정의맹, 마교에 눌려 명맥을 잇기에도 힘들었지만 요즈음은 크게 세를 뻗어가는 중.)



사사련의 총사? 사사련의 총사라면 사사련 내에서 공식적인 서열은 그렇게 높지 않지만 실질적인 서열은 3위 이내에 해당하는 막강한 실세였다. 또 사사련의 모든 행사를 계획하고 결정하는 두뇌이기 때문에 매우 바쁜자리이기도 했다. 일부러 아무런 은원도 없는 자신을 가볍게 찾아올만큼 한가한 인물도 아니었고 찾아온것을 무시해버릴만한 가벼운 인물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소녀는 일종의 예물인가?'



자신 정도의 거물에게는 얼굴을 대면하는데도 예의가 필요한 법,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컸다. 방미연과의 교접이 방금이라 더 여자가 내키지는 않지만 예물이라면 서로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받아는 두어야 할 듯 싶다.



"흠. 당장 대청을 치워라."



"지금 만나보시겠습니까?"



"그렇다."



"당장 준비하겠습니다."



색랑은 말을 마치자 발소리 하나 내지 않고 사라졌다. 그러자 자는척하고 눈을 감고 있던 방미연이 눈을 뜨고 작은 목소리로 묻는다.



"나가보시게요?"



"그래."



음마황은 피곤해보이는 방미연의 이마에 입을 맞추곤 일어서서 옷을 입는다. 그러자 따라 일어서서 음마황이 옷 입는 것을 거드는 방미연.



"아. 소. 소녀가 도와드릴게요."



"고맙구나. 너도 옷을 입고 기다리고 있어라."



"네. 상공."



'상공이라. 정말 난 아내를 거둔건가?'



음마황은 조금 실감이 나지 않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방문을 나섰다.











음마황이 대청에 이르자 강팍한 인상을 한 학사의를 입은 자와 15세쯤 되는 지저분한 소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음마황이 태사의에 앉자 학사의의 남자가 정중히 인사를 건네왔다. 척 보기에 남자는 전형적인 책사부류라 음마황은 조금 기분이 언짢아졌다. 음마황은 이러한 책사들를 결코 좋아하지 않았다.



"음색마황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사사련의 총사 야율초라고 합니다."



색을 좋아하는 마황이라 굉장히 불명예스러운 별호같지만 사실 음마황 철극은 그다지 자신의 별호를 싫어하지 않았다. 별호그대로 색을 좋아하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었고 그렇다고 자신이 도를 쓴다고해서 무슨무스 도황이라 불리는건 정파의 위선자의 냄새가 풍겨서 사양이었다. 그래서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음색마황이나 음마황으로 불리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반갑네."



"이렇게 제가 찾아온 이유는 한가지 제안이 있어서입니다."



음마황은 그나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이 자가 조금 마음에 들었다. 보통 쓸데없는 이야기를 질질 반시진이나 끌다가 그제서야 본론으로 들어가는 자들이 책사들인데 이 자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음마황은 총사가 하는 제안에도 조금 흥미가 생겼다.



"흐음 제안이라. 사사련의 총사가 직접 와서 하는 제안이라니. 무척이나 긴요한 제안이겠구먼."



"그렇지요. 한데 그전에 먼저 음마황님께 한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음마황은 내키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음마황님은 최고의 미인을 찾고 계시는게 아닙니까?"



"!!"



총사 야율초의 말에 순식간에 안색이 찌푸려지는 음마황. 이렇기 때문에 음마황은 책사 부류를 만나기 싫어했다. 끊임없이 탐색하고 이리저리 찔러보는 이 자들은 얼굴을 마주 대하고 있는 것 자체가 피곤한 놈들이었다.



음마황은 자신이 따로 계획을 세워서 여자를 취해온건 아니지만 그저 색에 미쳤거나 채음보양을 하는 흔해 빠진 색마 정도로 다른자들에게 보일거라고 생각해왔다. 물론 자신의 면전에서 그딴 소리를 할 놈은 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겨우 반쯤 맞춘 셈이지만 이런식으로 생각하는 자들도 나오다니. 이렇게 반을 맞추었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언젠가는 알지도 모른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는것은 심히 두려운 일이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이 세상의 모든 여자를 무공을 가진 뭇 사내들이 겁탈하는 지옥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그러고 보니 속내를 들켰다는 불쾌감이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드러나 버렸다. 아마도 야율초에게 작은 단서정도는 주었을지 모른다.

때문에 지금 음마황은 야율초의 물음에 답해야 했다. 그것도 긍정해야 했다. 만약 부정한다면 이 머리좋은 놈은 거기에서 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자세히 조사해 볼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음마황은 순간 완전히 찌푸려진 얼굴을 다시 피며 애써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하하. 그렇네. 이거 속내를 들키는게 기분이 좋지만은 않구만."



'뭔가 있군.'



야율초는 음마황의 표정에 무언가를 느꼈지만 모른채하며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 그러셨군요. 저는 또 제가 무슨 큰 실수를 하지 않았나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음마황은 야율초의 말을 듣곤 고개를 끄덕이며 화제를 돌리려 말을 건넸다.



"그런데 본좌가 최고의 미인을 찾는 거와 사사련의 제안하고는 무슨 관계가 있나?"



"아. 그건 지금부터 설명드릴 참이었습니다. 음마황님은 정천무관에 대해서 아실 것입니다."



정천무관(正天武館). 정천무관은 정의맹에서 떨어진 정파의 정기를 바로 잡기 위해서 만든 후기지수 양성을 위한 일종의 기숙제 무공 교육기관이다. 사실 정천무관이 세워지기까지는 음마황 또한 지대한 공헌을 했기에 모를리가 없었다.

10년전 음마황을 잡는 천라지망이 실패하고 권왕까지 패사하자 정의맹에 엄청난 파탄과 혼란이 일어났고 비슷한 시기의 암재 견즉사의 무차별 암살까지 더해 정의맹이 산산조각날 정도의 커다란 위기를 맞았었다. 그때 그 혼란을 검황이 경이적인 지도력으로 잠재우긴 했지만 정파의 정기는 이전과는 확연히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걸 바로 잡기 위해서 만든 것이 정천무관이었다.



정천무관이 세워지기전까지는 각파에서 각자 후기지수를 키워왔다면 정천무관은 될 성 부를 떡잎을 미리 모아 최고의 교관과 최고의 무공을 준비해 체계적으로 후대의 고수를 키우겠다는 정의맹의 야심찬 발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8년이 흐른 지금은 정파에서 자란 청년이라면 누구나 들어가기를 마다하지 않는 출세의 지름길로 여겨지고 있었다.

정의맹은 정천무관의 졸업생을 파격적으로 주요 요직에 앉혔는데 그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것이다.

조금 흔들리긴 했지만 정의맹은 여전히 중원 최고의 무림 집단이었고 그 안에서 출세하는것은 무림에서 출세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곧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최고의 기회였다. 무림인에게 명성이란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무림인에게 명성만 있으면 돈도 권력도 심지어 여자까지도 몰려온다. 무공을 닦는 일도 어떻게 보면 궁극적으로 명성을 얻기 위함이니.

당연히 각 파의 후기지수들이 모일 수 밖에 없었고 그런 그들을 안전하게 교육하기 위해 경호에 만전을 다해 오히려 정의맹 본단보다도 더 경계가 삼엄할 정도였다.



'끄덕'



음마황이 고개를 끄덕이자 야율초는 다시 말을 잇는다.



"그 정천무관의 여관도 중에 정말 아리따운 아이가 있다고 합니다. 너무 아름다운지 그녀를 따르는 청년만 해도 삼백이 넘는다는 군요............. "



여자, 특히 미인에 관심이 많은 음마황이 당연히 알고 있는 이야기 였다. 음마황은 지금은 17살인 막 소녀에서 벗어날 무렵인 그 아이가 앞으로 삼년만 지나면 천하제일미가 될 것이라고 회자되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 아이의 아버지가 천검천황 즉 정의맹주인 검황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검황이 그 아이를 너무나 아낀 나머지 정천무관에 입관하는 것조차 겨우 허락해 주었다는 것도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음마황에게는 도무지 의미가 없는 이야기였다. 아무리 천하제일의 미모를 가지고 있다 한들 지존 색마인 음마황이라도 하늘에 뜬 그림처럼 얼굴조차 볼 수 없는 그런 존재였던 것이다. 무슨 틈이라도 있어야 접근이나마 하련만 정천무관을 휘젖고 거기에서 그녀를 취한다는건 그에게도 만용을 넘어서 무모한 일이었다.

게다가 자신과는 죽고 못사는 정의맹이지만 그나마 지금은 애써 서로 무시하는 입장이라 더 원한을 키우고 싶지도 않았고 더군다나 검황의 분노를 받는것은 그 조차도 꺼려지는 일이었다.

그래서 애써 무시하며 살았는데..

음마황은 그것을 상기시키는 야율초의 말에 기분이 상해 절로 비아냥대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게 어쨋다는 건가. 일부러 그런 얘길 하려 본좌를 찾아온 것이었나?"



음마황의 비아냥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는 야율초. 그는 슬쩍 웃음짓으며 말을 이었다.



"저희 사사련이 극비리에 정천무관 여관도들이 훈련을 하게 될 외부 훈련장을 알아냈습니다. 물론 그 아이도 그곳에서 훈련하게 되겠지요. 게다가 워낙 보안을 중요시 하다보니 호위조차 최소한에 그친다고 하더군요."



"!!!"



갑자기 하늘에 걸려 있던 그림이 음마황이 손을 뻗으면 닿을 그런 위치까지 떨어진듯한 느낌이었다. 여전히 검황이라는 존재는 압박이지만 그런것을 차치하더라도 취하고 싶은 여자가 그 아이였다. 음마황은 속으로 심하게 격동했다.



"어떻습니까. 음마황님과 음마황님을 따르는 무사(색랑들을 말하는 듯 싶다)들이라면 충분히 취할 수 있는 기회이지요. 게다가 저희쪽에서 돕는다면 피해 또한 거의 없을겁니다."



음마황은 야율초의 말이 악마의 혓바닥 놀림처럼 유혹적이기 그지 없게 느껴졌다.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최고의 미인, 그리고 그동안 그토록 찾아왔지만 결코 발견하지 못했던 그것. 하지만 이번에는 ... 어쩌면 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크흐. 하지만 검황의 분노는 누가 감당하지?"



음마황의 말에 야율초는 비릿하게 웃었다.



"저희가 준비한 모처에서 그녀들을 즐기며 몇 년만 기다리시면 그도 별 수 없겠지요."



사사련다운 너무 뻔히 보이는 속임수. 음마황은 결코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사사련이 준비한 도피처? 크큭. 본좌를 기만하면 사사련은 앞으로 끔직한 적하고 대면해야 할거야. 자네들이 준비한 도피처를 무슨 수로 믿지? 차라리 정의맹과 노골적으로 싸우라고 말하는 편이 본좌에겐 더 듣기가 좋아."



"이런. 음마황께서 너무 사사련의 악평에만 매달리고 계시는 군요. 이제는 저희도 새롭게 그 동안의 악행을 잊고 깨끗해지려고 노력하는 중이죠. 다만 정의맹이 좀 껄끄러워 조금의 혼란이 생겼으면 하는 것 뿐입니다. 음마황님과는 전혀 원한을 쌓을 필요도 이유도 없지요."

사사련은 이름 그대로 간계와 음모로 일군 거대 무림 단체였다. 사파의 조종답게 그건 당연한 것이었지만 요즈음 무슨 일을 꾸미는 모양인지 장강의 수해민을 돕는다던지, 고아원을 짓는등 자선활동을 하며 세인들에게 그런 부정적인 관념을 씻어버리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흐음.."



음마황이 삐딱한 모습을 보이자 조금 당황하는 척 연기를 하는 야율초.



"그러시다면 저희가 배를 준비하겠습니다. 마침 훈련장이 섬이라 배를 타고 빠져나가기에도 그만이지요. 넉넉히 큰 배를 준비할테니 그것을 타고 가시고 싶은곳에 가시면 그 누구라 해도 음마황님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동쪽의 고려국, 남쪽의 안남국이라도 가시면 그 누가 찾을 수 있겠습니까?"



야율초의 말에 음마황은 조금 고개를 끄덕였다.



"배라... 좋은 생각이군."



"그렇지요. 그러시다면?"



음마황은 다시한번 깊이 생각해봤지만 역시 답은 이미 나와있었다.



"제안을 받아들이지."



만족하게 웃는 야율초. 꾸벅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보름후에 전갈을 보내겠습니다."



음마황도 마주 웃다 야율초의 뒷편에 지금까지 말없이 조금 떨며 서있는 지저분한 소녀에게 시선이 갔다.



"그런데. 저 아이는 이 만남의 예물인가?"



그러자 음마황의 시선을 따라 소녀를 쳐다보는 야율초는 과장된 몸짓을 짓는다.



"아닙니다. 저 아이가 이 수채 앞에서 음마황님을 뵙고 싶다기에 따라오게 한것이죠."



중요한 비밀을 논하는 자리에 외부인을 버젓이 들여보내다니 음마황은 지금 야율초 이놈이 제 정신인가 싶었다. 도대체 이 놈이 무얼 생각하고 있기에 이 소녀를 대동했단 말인가. 게다가 자신을 보는데 예물도 없다? 결례도 이런 결례가 없고 어떻게 보면 음마황 자신을 무시하는 처사라 볼 수 있었다.



"그럼 예물이 없는건가? 무척이나 무례하군. 게다가 중요한 비밀을 논하는데 외부인을 데려오다니."



음마황의 살기가 실린 말에 조금 핏기가 가신 표정의 야율초는 게속 혓바닥을 놀렸다.



"죄송합니다. 급하게 음마황님을 뵙느라 예물하나 없이 오게 되었습니다. 사과의 의미로 배를 준비할때 배에 미인 십여명을 넣어드리겠습니다."



"아니. 되었네. 여자를 좋아하는 본좌지만 엎드려서 절 받고 싶지는 않군. 이만 더 할말이 없다면 나가보게나."



"예. 그럼 보름후에 다시 뵙기로 하지요."



"흠."



그러고선 총총이 대청을 나서는 야율초. 음마황은 야율초의 그런 뒷모습을 기분나쁘게 바라보다가 자신의 살기에 덜덜 떨면서 서있는 소녀에게 시선을 옮겼다.



"네 년은 무슨 일로 본좌를 찾아왔느냐."



"저. 저는 무공을 배우고 싶어요. 소. 소녀를 제자로 ..."



"그만."



음마황은 더 들을것도 없다는 듯이 말을 끊었다. 자신이 유명해지자 제자로 삼아달라고 시도때도 찾아오는 이들이 많아 상당히 귀찮았는데 이 소녀도 그렇다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소녀가 색마인 자신에게 제자로 삼아달라고 찾아온건 의외였지만 말이다.

그러다 흘긋 소녀를 쳐다보니 옷은 먼지에 더럽혀져 있었지만 오히려 방미연이 걸치고 있던 옷보다 더 비싼 광주 비단이고 피부 또한 고와 보통 소녀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어리고 먼지에 가려 있지만 미색 또한 범상치 않았다.



"몇 살이냐."



"소. 소녀는 열 네살이에요."



'열 네살? 생각보다 발육이 좋아.'



음마황은 역시 귀한 집에서 자란듯한 소녀라고 생각했다. 지금 시대에 잘 먹는건 그것만으로도 축복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아마도 집안이 횡액을 당했으리라. 이렇게 귀하게 자란 소녀가 거리를 떠도는건 그 밖의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 소녀가 어떻게 자신을 찾아왔는지부터가 좀 의문이었다.



"어떻게 나를 찾아 왔지?"



"음마황님의 소문을 듣고 일부러 잡혀왔어요. 음마황님을 뵈려고.."



'하아'



자신을 보러 일부러 색랑들에게 잡히다니 대담한 짓을 하는 소녀다. 어리다고는 하지만 미색이 넘치니 색랑이 얌전히 모셔다 놓기만 했을리는 없을터.



"청백을 잃었느냐?"



"아. 아니요. 아까 그분이 도와주셔서."



운이 억수로 좋은 소녀였다. 색랑에게 잡히고도 겁탈당하지 않고 자신을 만났으니 말이다. 발육을 보니 14살이면 생리가 시작되었을 것이고 성기(性器) 또한 어느정도 여물었을터, 자신이라도 충분히 교접을 시도해 볼만한 아이였다. 색랑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겠지.

어쨋건 청백을 잃지 않았다니 다행이긴 하지만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제자를 들이고 싶지는 않은 음마황이었다. 게다가 사사련의 첩자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도 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중요한 비밀을 들었다고 이 소녀를 죽이자니 가급적이면 여자를 죽이지 않는 음마황에게는 껄끄럽기 그지 없었다. 열 네살이면 피어보지도 못한 꽃이고 척보니 며칠간 상당한 고생을 한 것 같은데 그 마지막을 자신의 손으로 끝내기에는 아무리 음마황이라도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음마황은 약간 살펴라도 보기로 했다.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그대로 가둬둘 생각이다.



"여제자라. 흠. 너는 내 제자가 된다는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는 있느냐."



음마황의 말에 조금 당황스러워 하는 소녀.



"저. 저는...... "



"흥. 네가 어리긴 하지만 여자로서 구실은 충분히 할 수 있을터. 게다가 난 색을 좋아하니 반드시 너와 성교를 갖을 것이니라. 무림에서 이런건 비일비재해 이야깃거리도 되지 못하니라. 그럼에도 그럴 각오가 되어있느냐?"



사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파나 마교의 인물에겐 여자를 함부로 제자로 보내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 있지 않지만 사파나 마교의 사부인 경우 여제자는 성상납이 당연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파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완전 깨끗하냐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어디의 무슨무슨 장로가 여제자와 성합을 했다는 은밀한 소문이 돌만큼 정파의 사승관계도 많이 문란해져 있는게 현재 무림이다. 그리고 이런 구설들이 세인들에게 오르내리기 시작한게 최근들어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한 문파가 많아진것과 거의 일치했다.



무림에서 사승 관계란 사부는 제자의 생사여탈은 물론 사생활까지도 쥐고 있었기에 그런 사고가 일어나기도 쉽기 마련이었다. 왜냐하면 통상 사부와 제자라면 정신적으로 가까운 사이고 육체적으로도 접촉이 많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초식하나 가르치는데 만 번의 사부의 손길이 닿아야 하고 내공 수련때는 아예 발가벗기고 격체전이를 해야 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게 무공 수련이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정인군자라도 일 이년이면 몰라도 사 오년 쯤 지나다 보면 여제자의 무르익은 나체를 접하곤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게다가 음마황은 정인군자도 아니고 자타가 공인하는 색마이니 여제자와 성합하는 것은 처음부터 결정사항일 수 밖에 없었다.



어쨋건 음마황의 말이 듣곤 소녀는 얼굴이 새빨개지기는 했지만 곧 대답했다.



"가. 각오가 되어 있어요."



아마도 이름난 색마이니 이미 생각하고 온 문제였을지도..



"흥. 그렇군. 그렇다 해도 네 근골과 총명함을 따져보고 제자로 받을지 결정할 것이다. 일단은 옆방 침실의 방미연에게 씻어달라고 해라. 내 곁에서 지저분한 몰골의 여자가 있는 것은 두고 볼 수 없어."



'미연이 언니?' 소녀는 갑자기 들려온 방미연의 이름에 어리둥절해 했다. 하지만 설마 미연이 언니가 여기에 있을까 싶기도 하다.



"네.."



"알았으면 그만 가봐."



"네."



소녀가 채주의 침실로 사라지자 음마황은 태사의에 앉은채 지그시 눈을 감고 사사련의 제안에 대해 좀 더 숙고하기 시작했다.









채주의 넓은 침실에 소녀가 들어왔을때 음마황의 입에서 방미연의 이름을 듣고 반신반의 했지만 소녀는 지금 방미연의 얼굴을 보자 눈물이 겉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 진짜 그녀가 알던 방미연이 여기에 기디리고 있었던 것이다.



"미연이 언니!!"



소녀가 품에 뛰어들자 방미연은 놀라며 찬찬히 소녀의 얼굴을 뜯어보았다.



"강설영? 설영이니?"



"응. 나야 언니. 엉엉엉."



그리곤 그동안의 고생을 떨치려는 듯 방미연이 품에서 한참을 서럽게 우는 강설영이었다. 친언니처럼 따르던 언니였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이곳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치자 강설영은 그렇게 든든하고 감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강설영이 품에서 목놓아 울자 방미연은 그녀를 다독이다 눈을 마주치고 어찌된일인지 물어보았다.



"어떻게 여기로 온거니. 설마 잡혀온거니?"



"으응. 일부러 잡혀왔어. 음마황님의 제자가 될려고."



강설영의 말에 방미연은 깜짝 놀랐다. 설마 색마의 제자가 되라라 생각하는 소녀가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자신이 알던 야무지고 똑똑한 강설영이 그렇게 하다니..



"상공의 제자가 된다구? 넌 상공이 ..."



하지만 강설영은 방미연의 음마황을 지칭하는 뜻밖의 단어에 더 놀라고 있었다.



"상공?"



강설영의 물음에 난감하고 부끄러운듯 조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방미연.



"으응. 난 상공의 첩이 되었어."



그에 강설영은 너무나도 놀랐다. 언제나 조신하고 처녀다운 언니가 색마의 첩이 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언니가 첩이 된거야? 어떻게 된거야. 으앙. 언니가 언니가 그런.. 그런. 사람의 첩이 되다니. 그 색마가 협박한거야?"



하지만 강설영의 말에 고리눈을 뜨는 방미연. 무섭게 강설영의 뺨을 손으로 때린다.



'찰싹'



뺨을 맞자 강설영은 그 아픔보다도 방미연이 자신을 때렸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여태껏 한번도 다퉈본적이 없는 친자매보다도 더 돈독한 사이였던 것이다.



"어. 언니."



"상공을 그런식으로 말하는건 너라도 용서못해. 그리고 내가 상공의 곁에 있고 싶어서 그렇게 해달라고 한거야."



그말에 강설영의 뇌리에 무언가 스쳐가는 느낌.



"언니. 설마 그 사람이 좋은 거야?"



강설영의 말에 방미연은 쑥스럽게 대답한다.



"으응."



"!!!!"



강설영은 자타공인 최악의 색마를 좋아하는 방미연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잠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도 그에 못지 않은 생각을 품고 색마의 제자가 되려고 찾아왔지만 설사 그의 제자가 되서 몸을 빼앗긴다 해도 마음만은 음마황=색마를 더러워하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의 미연이 언니는 그 마음조차 색마에게 빼앗겨버린듯 해서 그녀는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게다가 이 방에서 희미하게 풍기는 소녀의 코끝을 찌르는 묘한 냄새는 언니가 처녀가 아닐꺼 같다는 확신에 가까운 추측까지 들게 하였다.

그렇게 생각하자 강설영은 언니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마치 자신이 알던 소녀 모습의 언니에서 어떤 남자의 여자가 된 것 같은 엄청난 거리감과 혐오감. 강설영은 그런 울적한 기분에 휩싸여 방미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니..'



때문에 강설영은 그런 언니 마음을 뜯어 말리고 싶은 생각은 간절했지만 그렇게 하기를 망설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강설영의 상념은 방미연의 말에 오래가지 못했다.



"설영아. 그런데 어떻게 네가 상공의 제자가 되려 온거야. 강무세가는 어떻게 되고."



방미연의 말에 강설영의 그제서야 그쳤던 눈물이 다시 불어나기 시작한다.



"강무세가는 없어졌어. 아빠도 엄마도 재현이도 재룡 오빠도 집사도 모두 없어. 흑흑 엄마."



방미연은 강설영의 대답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 근방에서 가장 큰 무림세력인 강무세가는 그런식으로 사라질수도 사라져서도 안되는 수백 년 동안 뿌리내려온 명문의 호족이었다. 게다가 말단이기는 하지만 육대세가의 일원이라 그 지닌바 무력도 만만치 않은데..



"어. 어떻게... 강무세가가."



하지만 방미연이 곰곰히 생각해보니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강무세가가 멸문했다는 소문 비슷한 것조차 들어본적이 없었다. 만약 정말 강무세가가 멸문했다면 이곳 강서성 구강은 물론이고 호남성에 있는 정의맹에까지 소문이 돌 터. 그랬다면 벌써 이 근방에 그것을 조사하러 파견 나온 정의맹의 고수들이 쫘악 깔려 있을 것이었다. 그랬다면 자신 또한 납치되지도 않았겠지.



"정말이니. 난 오늘 아침까지만해도 그런 비슷한 얘기도 들어본 적이 없어."



"응. 강무세가는 남창에 그대로 있어."



강설영의 말에 어이가 없어진 방미연. 방금은 강무세가가 없어졌다고 그랬는데 다시 있다고 하니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이 애가... 아까는 강무세가는 없어졌다고 하구선. 혹시 가출한거니?"



방미연의 말에 강설영은 눈물을 뿌리며 격하게 고개를 젓는다.



"아니. 아니야. 강무세가는 그대로 인데. 사람이 모두 내가 모르는 사람이야. 아빠도 엄마도 오빠도 할아버지도 생긴건 똑같지만 모두 다른사람이야. 흑흑.."



"어떻게 그런...."



듣도 보도 못한 괴사에 말을 잇지 못하는 방미연. 무림세가의 인물들이 알맹이만 바뀐다니 전혀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혹시 착각한거 아니니?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수가 있니."



"아니야. 그제 아침에 아빠 얼굴을 한 사람이 나를 령주라는 사람에게 바친다고 했단 말이야. 령주라는 사람이 어린 계집아이를 좋아한다고 그래서 나를 바친대. 엉엉엉엉."



방미연은 강설영의 말에 더 할말이 나오지 않았다. 자신이 아는 강설영의 아버지 강천추는 비록 깐깐한 면이 있기는 정인군자같은 사람이어서 그런식으로 딸을 다른사람에게 주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강무세가같은 거대한 무림세가가 모든 사람이 그렇게 간단히 바뀌었다고 믿기도 어려웠다.

다시 한번 '설영아 착각한 것 아니니?'하고 묻고 싶었지만 강설영은 나이는 어리지만 자신보다 더 야무지고 더 똑똑한 아이였다. 착각같은 것을 어지간하면 할리가 없는 아이인 것이다.



"미안해. 설영아. 하지만 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



방미연의 말에 강설영은 잠시 눈물을 훔치더니 다시 방미연의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응. 언니가 신경 안써도 돼. 그래서 내가 이리로 온거야. 음마황이라면 그들이 누구더라도 쉽게 볼 수 없을거야."



강설영이 음마황을 부르는 호칭이 마음에 안든듯 방미연은 살풋 미간을 찌푸렸다.



"근데 정말 상공의 제자가 되러 온거니?"



강설영은 이제는 실컷 울자 기분이 풀린듯 고개를 끄덕이며 깜직하게 대답한다.



"응."



"그럼 상공을 부르는 법부터 바꾸렴. 마음 속에 있는건 언제라도 드러난단다. 그리고 네가 그런 마음가짐이면 제대로 된 제자가 될 수 없을꺼야."



"정말?"



"그렇단다. 그리고 그는 좋은사람이지만 무서울 때도 있어서 조심하는게 옳아."



방미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강설영. 이미 한번 느껴봤지만 그의 살기는 자신의 아버지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사람을 옭아매는 두려운 무언가가 있었다.



"응. 그럴께."



"자. 그럼 좀 씻자구나. 그리고 그 옷도 좀 어떻게 해볼까."



"응. 그리고 음마황님이 그러시는데 잘 씻고 옷 갈아입으래. 곁에 지저분한 여자가 있음 싫으신가봐."



"그래. 여자라면 깨끗한 옷을 입고 깨끗이 하고 다녀야지."



깜찍한 강설영의 말에 방미연이 빙그레 웃었다. 그러다 퍼뜩 스치는 생각.



"근데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된거야?"



"응. 색랑에게 잡혀왔는데....."



방미연은 강설영이 천연덕스럽게 얘기했지만 색랑들이 자신을 납치했을때도 거칠게 당한 경험이 있고 그들이 대낮에 대청에서 여자들을 강간했던 기억이 떠오르자 심히 걱정스러웠다.



"색랑에게 잡혀왔어? 괜찮니? 몸은 이상없어?"



"응 괜찮아. 옷도 그대로고."



"정말 넌 못말리겠어. 색랑에게 잡혀도 괜찮다고 말할 여자는 너 밖에 없을꺼야."



"헤헷."



방미연은 강설영이 혀를 내밀며 웃자 따라 웃었다.



"으이구. 하여튼 좀 씻자구나. 바로 옆방이 욕실이니 거기에서 내가 씻겨줄게."



"응."







소녀와 처녀는 욕실에 들어가 깨끗이 몸을 씻고 있는 중이었다. 방미연은 바로 방금 전에 음마황과의 정사의 흔적을 지우기위해 온 몸 구석구석을 씻었지만 다시 강설영을 씻기기 위해 옷을 벗고 욕실에 들어와 있는 중이다.

방미연은 며칠간 노숙을 했는지 먼지에 찌든 강설영의 머리를 빗기고 다시 물을 부으며 소녀의 찰랑거리는 아름다운 긴 검은 머리를 감겼고 먼지와 검댕이 심하게 묻은 그녀의 얼굴을 씻기자 재기발랄하며 총명하던 그녀가 알고있던 원래의 예쁜 소녀의 얼굴이 뽀얀 피부와 함께 드러나게 됐다.

그리고 그녀도 처음 보는 강설영의 소녀다운 봉긋한 젖가슴과 잘룩한 허리 그리고 탱탱한 엉덩이를 보자 왠지 모르게 조금 질투가 솟았다.



"이제 보니 나중에 설영이가 크면 대단한 미인이 되겠구나."



방미연의 말에 강설영은 샛별같은 눈으로 반색했다.



"정말? 언니?"



"응."



방미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강설영은 방미연의 몸을 보면서 부러운듯이 말한다.



"근데 언니도 미인이어서 지금 난 언니가 엄청 부러운걸. 특히 여기가 젤 부러워."



그러면서 방미연의 풍만한 유방을 손가락으로 가르킨다. 그러자 방미연은 조금 부끄러운듯 슬쩍 얼굴을 붉혔다.



"으응. 너도 앞으로 자랄수록 점점 커질꺼야."



"그래도 언니처럼 될 자신은 없는걸."



강설영이 조금 시무룩해했다.



"크다고 좋은건 아니야. 음.... 조금 만져 볼래?"



방미연의 제안에 강설영은 귀여운 눈을 크게 떴다.



"언니. 그래도 돼?"



"응."



방미연을 허락을 듣자 조심스럽게 양손을 풍만한 방미연의 유방에 가져가는 소녀. 오늘 오후에 음마황이 손에 정복당하지 않았다면 설사 같은 여자였다 하더라도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을테지만 이미 처녀를 잃은 몸이니 소녀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것쯤은 상관없게 느껴졌다. 물론 음마황외의 다른 남자의 손길은 생각만해도 끔찍하기만 느껴졌지만 말이다.



"언니 가슴. 너무 부드러워."



강설영은 작은 손으로 조심스레 방미연의 유방을 만져보다 감탄했다. 강설영 자신의 젖가슴은 무언가 딱딱하게 굳은 결정이 들어간듯 만지기만 해도 아픈데 미연이 언니의 가슴은 부드럽고 풍만해 무엇이든 감싸주는 엄마의 품 같았기 때문이다.

강설영은 고운 손으로 방미연의 유방을 조금 더 만져보다 손을 떼곤 입을 열었다.



"언니 고마워. 참고가 됐어."



"그래. 다행이네. 그럼 이제 씻는걸 마무리하고 옷을 입으러 갈까?"



방미연의 말에 귀엽게 고개를 끄덕이는 강설영.



"응. 알았어 언니."











"상공?"



어느덧 둘은 씻는 것을 마치고 채주의 침실에 돌아왔다. 그런데 음마황이 침상에 대자로 누워 쉬고 있었던 것이었다. 둘 다 옷을 벗어 놓고 욕실에 들어갔기 때문에 지금 걸치고 있는 것은 커다란 얇은 수건 한장.

방미연은 그나마 상공인 음마황에게 모든 것을 보이고 만져진 몸이기 때문에 부끄러움이 덜했지만 소녀인 강설영은 발가벗은 몸이나 다름없는 모습이라 남자에게 알몸을 보인다고 생각하자 부끄러움에 몹시 가슴이 떨려왔다.



"이제야 겨우 다 씻다니 생각보다 많이 늦었군. 지금 옷을 입을 생각이지?"



음마황의 말에 방미연은 꼬박꼬박 답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네. 상공."



"알았다. 내가 눈을 감고 돌아서 있지. 둘다 얼른 옷을 입어라."



음마황은 다시 방을 나가기는 귀찮은지 그냥 눈을 감는 것만으로 끝내려 했다. 그에 어쩔수 없다는 듯 방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데 막 목욕을 마친 수건에 가려진 그녀의 몸이 무척이나 요염하였을까? 음마황은 그만 참지 못하고 방미연을 부른다.



"아니 미연이 너는 여기에 앉아보거라."



음마황이 침상 끝에 걸터 앉으며 침상을 탁탁 손바닥으로 치자 방미연은 쭈뼛쭈뼛 하면서도 음마황곁에 나란히 앉는다. 그렇게 앉은 방미연을 음마황은 손으로 가볍게 들어 자신의 무릎에 앉힌다. 방미연은 강설영이 보고 있어 부끄러웠지만 이내 익숙해진 몸의 반응대로 자연스레 음마황을 껴안고 그의 품에 들어갔다.



"핫."



그러자 음마황은 그런 방미연을 한손으로 그녀의 유방을 움켜쥐며 입술을 그녀의 입술에 가져다 댄다.



"저. 저기. 설영이가 .... 읍."



방미연은 설영이가 보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음마황의 입에 가로막혀 버리곤 그의 혀가 들어오자 자신도 모르게 그의 혀를 맞아들여버렸다.

하지만 방미연은 설영이의 존재를 잊어버린 건 아니었다. 실눈을 뜨고 설영이를 쳐다보니 귀여운 눈을 동그랗게 뜬채로 놀란 표정으로 자신과 음마황의 입맞춤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미안해 설영아.'



아마도 소녀인 그녀에겐 엄청나게 충격적인 장면일것이다. 아마도 지금의 방미연 자신도 다른 사람의 입맞춤을 본다면 놀라 가슴이 두근거릴것인데 아직 어린 그녀는 얼마나 놀라고 있을까. 방미연은 자신의 탓이 아닌데도 설영이에게 죄책감이 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어느덧 혀와 혀가 서로의 입속에서 들락거리며 '쩔꺽 쩔꺽' 하는 물소리를 만들고 강설영의 작은 손으로 만져보았던 방미연의 유방은 커다란 음마황의 손안에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설영이가 보고 있어서 더 자극적이었는지 금새 딱딱하게 일어서는 방미연의 유두. 은밀한 그곳에서는 이미 애액을 머금고 있었다.



강설영은 수건하나를 걸친채 멍하게 서서 색마인 음마황을 전혀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방미연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언니의 몸짓하나 반응하나가 진짜 그녀가 음마황을 좋아하는 아니 사랑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있는데도 이러다니.'



강설영은 색을 밝히는 음마황이 그러는 것은 이해할 수 있어도 자신이 알던 미연이 언니까지 이러는건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마치 언니가 창녀처럼 보였다.

게다가 서로가 혀를 얽는 추잡스러운 소리가 들리자 강설영은 부끄러움과 혐오감에 두 눈을 막고 두 귀를 막고 싶었다. 하지만 호기심일지 본능일지 소녀는 그들이 하는 짓을 두 눈에 박아두는듯 외면하지 못하고 있었다.

서서히 강설영은 작은 가슴이 떨려오고 심장의 고동소리는 귓가에 울릴만큼 긴장하고 있었다.



그렇게 있기를 한참 음마황은 방며연의 입술에서 천천히 입을 떼곤 그녀가 떨어뜨린 수건으로 몸을 가려주며 품안에 꼬옥 방미연을 안아준다. 방미연은 그에 애써 가려준 수건이 상반신을 드러내는것도 상관않고 음마황을 두손으로 껴안았다. 그리곤 서로 행복한 눈으로 연인처럼 마주보며 속삭이는 두사람.

강설영은 이렇게 가까이에 있어도 소근소근하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이 진짜 지금은 행복한 연인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자 지금껏 친 언니같던 언니여서 참아왔던 질투가 슬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게다가 일부러인지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강설영 자신을 보고 도발하듯 웃는 미연이 언니의 웃음이 그렇게 밉고 아니꼬울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참을 귓속말을 하는 음마황은 서로 밀어를 나누는게 아니라 방미연에게 강설영의 내력을 물어보는 중이었다. 아마 강설영이 알면 오해임을 알고 허탈함에 무척이나 김이 빠질 것이었다. 그러나 음마황과 방미연은 대화는 진지했고 방미연은 밀어가 아니라도 이렇게 이야기를 귓속말로 나누는 것만해도 즐거웠다.



이윽고 방미연에게서 자초지정을 다 들은 음마황은 단순히 그녀들 사이가 처음 만나는 사이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왕래해서 알던 친자매같은 사이라는 것도 이젠 알게되었고 소녀가 강무세가의 가주의 딸이라는 것도 알게되었으며 강무세가에 이상한 변고가 생긴것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음마황이 우려했던 사사련의 첩자는 아닌것은 같았다. 강무세가의 딸이라면 너무나 확실한 신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입고 있던 비싼 비단옷이나 미색이 뛰어나고 피부가 고운 소녀라는 것도 이젠 충분히 납득이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제자로 들이는것도 마냥 거부할만한 일은 아니었다. 무림세가의 직계이니 보통사람보다는 확실히 근골이 뛰어날테고 아무리 여자라도 어려서부터 주어들은 것이 있으니 가르치기 편할터였다. 게다가 음마황의 눈에 가장 돋보인것은 무엇보다도 이 소녀의 총명함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암중의 거대한 세력이 강무세가를 장악한 듯 한데 자신에게 찾아와 우환을 안겨준것은 괘씸하지만 지금 가장 최선의 판단을 내린것에 대해 절로 감탄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 지역은 강무세가가 있기 때문에 강무세가인(人) 외의 뛰어난 고수는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호남성의 정의맹으로 가자니 금새 추적당해 잡힐터.



암중세력이 자신의 가문을 장악했다고 알았을때 탈출하는 그 결단력과 색마로 유명한 자신이 있다는 걸 알고도 만나려는 대범함과 판단력.



열 네살 소녀라고는 믿어지지 않을만큼 뛰어난 상황판단이고 행동력이었다. 아마 이 소녀는 자신을 만나기만 한다면 최악의 경우에도 청백만 잃을 뿐 목숨을 부지할 뿐만 아니라 얼마간 안전까지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셈을 충분히 하고 있을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이든 색랑이든 여자를 취하기는 하지만 목숨까지 빼앗는 일은 없고 몇 번 교합을 하고 난후, 대개 이틀정도가 지나면 보내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디론가 끌려가 어린나이에 누군가의 성 노예로 사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결정이었다.



게다가 영구히 자신을 방패막이로 삼으려는지 제자로 들어오고 싶다고 했다. 아마 나이가 좀 많았으면 처나 첩으로 들어오고 싶다고 말했을지도 몰랐다. 아니 틀림없이 그랬을 것이다. 음마황은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크크큭. 맹랑해.'



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음마황은 방미연처럼 착하고 순한 여자를 좋아하지만 강설영처럼 톡톡 튀는 재지를 가진 여자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이 소녀를 제자로 삼는 것도 충분히 재미있을것 같았다. 미색과 재지가 넘치는 아이니 나중에 그 재롱만 보아도 흐뭇하리라. 게다가 총명함도 돋보이니 잘 가르친다면 자신 못지 않은 고수가 될 것이었다.



그런데 강무세가를 장악한 세력은 사사련인가? 강무세가를 그렇게 장악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세력은 사사련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사련에게도 그만한 역량은 없는 줄 알았는데..

말단이라고는 하나 육대세가중 하나인 강무세가를 그렇게 소리소문없이 집어 삼키다니 정파가 점점 쇠하자 사사련이 크게 흥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고보면 이번에 정의맹의 극비중의 극비가 틀림없는 정천무관의 비밀 훈련지를 알아낸 것이나 이번에 사사련이 제안한 것만 봐도 정말 사사련은 정의맹을 집어 삼킬만한 힘을 비축했는지도 몰랐다.



'하하. 우습군.'



그러고보니 웃기게도 사사련의 총사라는 야율초도 눈 밑의 티끌을 못 보고 지나간 셈이었다. 때문에 사사련의 비밀스런 행사를 이 소녀로 인해 자신이 알게 되었지 않은가. 아마도 워낙에 바쁜 몸이다 보니 세세한 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중요한 단추하나가 빠져나와 버렸으니...

사사련을 엿먹일만한 약점을 잡은 음마황은 야율초가 나중에 골탕을 먹을 것을 생각하자 마음속으로 대놓고 웃었다.





음마황은 흐뭇한 얼굴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방미연이 자신의 뺨에 가볍게 입술을 대자 더 생각을 잇지 못하고 방미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방미연은 마음이 조금 풀어진듯 상반신을 반쯤 드러낸채 얼굴에 홍조를 띄고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은 몽롱하게 뜨여있어 왠지 더 요염하게도 보인다. 게다가 귓가에 속삭이는 그녀의 목소리.



'상공.. '



'지금은 조금만 참자꾸나. 저 아이가 옆에 있으니 말이야.'



음마황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거절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조금이나마 정신이 맑아진듯 눈빛이 돌아오는 방미연.



'네. 그런데 설영이를 제자로 삼으실건가요?'



'아무래도 그럴 생각이다. 근골도 좋고 총명하니 제자로 받아들이는것도 좋겠지.'



음마황의 말에 좋기도 하고 씁슬하기도 한 기분이 드는 방미연. 자매같은 여동생인 강설영이 음마황의 제자가 되면 매일 만날 수 있고 같이 이야기라도 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았지만 색마인 음마황이 혹시 강설영을 탐하면 어쩌나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걱정이 강설영을 걱정하는게 아니라 강설영이 자신에게서 음마황을 빼앗아 갈까봐 그게 더 두려웠다.





'스스스스슷'



네 명의 검은 옷을 입은 죽립인들이 긴 수풀을 가르며 빠르게 질주하고 있었다. 어느 한 곳에 조직된 구성원인 듯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그들은 네 쌍둥이로 보일만큼 복장이나 체형, 움직임 심지어 지니고 있는 무기조차 동일했다. 순식간에 산을 가르고 지나 탁트인 대로에 들어선 그들.

그들은 누군가를 추적하고 있던 중이었다.



"흔적이 끊겼습니다."



"뭐? 흔적이 끊겨?"



"네. 이곳부터는 전혀 흔적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들 4명의 죽립인 중 우두머리인 듯 허리에 흰색 띠를 두른 자가 나와 끊겨진 흔적이 있는 부근을 돌아보았다. 정말 자신도 모를 만큼 흔적이 사라져 있었다.



"그 계집이 우리가 흔적을 놓칠 만큼 뛰어난 고수였나?"



"그건 아닐겁니다. 지금까지 우리를 따돌리기는 했어도 흔적을 지우지는 못했지 않습니까?"



그랬다. 계집이 망아지를 타고 가는 척 자신들을 따돌리는 바람에 장장 하루를 허비해야 했지 않은가. 애꿎은 망아지가 멍청한 눈으로 산속에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땐 고작 열 네살 먹은 계집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고 미친듯한 분노에 망아지를 수십토막으로 만들어 놓았다.

위에서도 잡아오라는 지시가 아닌 척살하라는 지시였기에 잡히기만 한다면 자신들을 골탕먹인 계집의 등판부터 반으로 쪼개 놓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흔적이 끊기다니... 그 계집을 놓치는 것은 자랑스런 삼령의 집행자라는 그들의 이름을 먹칠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자신들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죽립인 중 누군가 입을 열었다.



"행수(行首). 고수의 조력을 받은게 아닐까요?"



"고수? 314호. 이 근처에 우리들 이목을 따돌릴 고수가 있었나?"



314호라 불린 죽립인은 행수라 불린 우두머리의 반문에 말을 잇지 못했다. 아닌게 아니라 추적과 사냥에 따라올자가 감히 없는 그들이었다. 열 명 중 네 명이 탈락하는 뼈를 깍는 지옥의 훈련을 이기고 령의 집행자가 되었을 때 이미 자신들이 추적하지 못할 고수는 중원에 백명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외딴 산길에서 그런 고수가 우연히 있었다? 그리고 열 네살의 풋내어린 계집의 말을 듣고 도와주었다?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색랑.."



"색랑? 이 근처에 음마황이 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색랑이 우리도 흔적을 못 읽을 만큼 고수였나?"



"4년전 회람문(돌려보는 통문. 일종의 소식지)에서 그들의 실력이 일류고수에 근접하고 있다고 본적이 있습니다. 음마황이 꽤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하니 지금쯤이면 일류고수를 넘나들지도 모르지요. "



행수라고 불린 우두머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해도 말이 안돼. 도주만 전문적으로 하는 놈들이라면 모를까. 일류고수라도 우리의 추적을 따돌릴.. 가만 도주만 하는 놈들?"



우두머리는 무언가 자신의 말에서 걸리는게 있자. 아차 싶었다.



"!!"



그리고 우두머리에 말에 무언가 깨달은 듯 나머지 세명도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렇군요. 색랑 놈들은 본래 무림의 쓰레기인 색마 출신입니다. 정의맹의 추적에 도망다니다보니 흔적을 지우는 법을 익히지 않으면 애초에 살아남지 못했을 놈들이지요. 아무래도 아직도 그 버릇이 남아 있는 모양입니다."



"제길. 하필이면 색랑 놈들한테 잡혀가다니. 그 계집. 진짜 가랑이를 찢어버리고 싶군."



행수는 도망간 열 네살 계집을 죽이는 가벼운 일이 갈수록 틀어지자 속에서 열이 뻗쳐 견딜 수가 없었다.



"이대로 침투한다. 음마황이 있는 곳은 어디지?"



행수의 말에 조금 당황해하는 죽립인들.



"행수. 음마황 근처에서 그녀를 암살하기란 우리도 어렵습니다. 령에 보고하고 지원이 더 있어야 합니다."



'퍽.'



행수의 주먹에 방금 이의를 제기했던 죽립인이 나가 떨어졌다.



"닥쳐. 우리가 하는 일에 실패란 없다. 모두 침투 준비해."



그러자 다른 죽립인이 나와 행수를 말렸다.



"행수! 음마황은 본가((本家)-그들끼리 쓰는 음어)에서 불가촉 명령이 떨어진 자입니다. 령주의 명령이 있어야 그나마 접근할 수 있을 겁니다. 이대로 가면 우리는 명령위반자로 처형됩니다."



다른 죽립인의 말에 크게 놀라는 행수.



"음마황이? 본가에서 불가촉 명령까지 내릴만큼 비중있는 자였나?"



"엊그제 접선시에 내려온 명령입니다. 아무래도 다른 령과 연결이 되어 있는 듯합니다."



우두머리인 행수는 한참을 이를 갈다 씹듯이 내뱉었다.



"제길. 철수한다."



돌아서며 행수는 령주께 보고할 일이 까마득해졌다. 십여년을 지옥에서 보낸 그였지만 령주는 되도록이면 보고 싶지 않은 대면하는 것조차 심적부담을 느끼는 두려운 상관이었다. 뭐랄까 산채로 지옥의 사신과 면담하는 기분이랄까 령주의 음습한 죽음의 분위기는 꿈에서조차 만나기 싫은 두려움이었다. 게다가 지금의 실패까지 감안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아놔. 여자이름 짓는게 가장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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