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렘은 나의 지옥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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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강현준. 선천적 여자기피증을 가지고 있는 남자다. 3남의 막내로 태어난 나는 어머니 외의 여자들이



내 주위 반경 3미터 이내에 접근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다행히 우리집은 대한민국에



서 손꼽히는 재벌이었기에 이런 내가 학창시절을 보내는데 있어서 어려운 점은 없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미



리 교육청과 학교에 손을 써서 내가 남자 학교와 남자 담임선생님만을 만나도록 조치하셨고 심지어 우리교실에



들어오는 모든 과목 선생님들 역시 남자 선생님들 뿐이었다. 양호선생님마저 내가 다니는 학교는 남자 선생님으



로 바뀌었었다.





그렇게 나는 초중고를 무사히 졸업했는데 문제는 대학이었다. 이상하게도 우리나라는 '여대'는 존재하는데 '남



대'는 없는 것이었다. 이것도 남녀차별인가? 어쩔 수 없이 명문 S대에 들어간 나는(돈써서 들어간 것은 아니다.



나 공부 잘한다. 고등학교까지 전교 1등을 놓쳐본적이 없는 몸이다) 원래 경영학과에 들어가 후계자 공부를 해야



하지만 경영학과에는 여자가 많다는 이유로 가장 여자가 적은 공과대학에 들어갔다. 그것도 여자들이 싫어하는



화학공학과에 말이다. 덕분에 50여명의 동기 중에 여자는 고작 1명이 있을 뿐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나는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미팅이나 소개팅은 물론이고 그 흔한 개파(개강파티)한번 나간 적



이 없었다. 동기 녀석들이 허구헌날 '조인트 개파(남자나 여자등 한쪽 성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과에서 다른



쪽 성비가 높은 과와 함께 하는 개강파티)'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러다보니 대학교 와서 사



귄 친구라고는 가끔 과방에 가서 만나는 2~3녀석이 다였다. 간혹 다른 과에서 나를 보고 사귀자고 하는 여자애



들도 가끔 있었으나(읽는 여러분들은 화나겠지만 나는 미남이다. 화나지? 공부잘하고 재벌에 미남...) 내 선천적



체질을 알게 되면 금새 물러났다. 뭐, 그래도 우리 집안의 재산을 노린 두세명은 끝끝내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노



리는 모양이지만... 미팅과 소개팅이 대학생활의 절반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의 경우는 저 '절반'을 하



지 않으니 자연적 시간이 남게 되었고 그 시간동안 공부를 한 덕인지 대학교 와서도 나의 성적은 여전히 '과톱'이



었다.





하지만 내 문제는 그리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조교야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힘으로 전원 남자로 배치되게 할 수



있었지만 교수님마다 전공분야가 다르기에 해당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그 교수님 수업을 듣는 수밖에 없었는데



문제는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의 전공 교수님이 여자라는 것이었다. 30대 초반의 젊고 예쁜 교수님



의 이름은 이은진이었다. 1, 2학년 때야 수업만 듣고 내라는 과제 제출하고 시험만 보면 되었기에 별 문제가 없었



지만 3학년이 되면서부터는 교수님과 조교들과의 면담이 빈번했다. 장래 진로 등의 이유였다. 특히 너무도 열성



적인 교수님 때문에 적어도 2주에 한번은 교수님과의 학년 간담회를 가져야 했고, 두 달에 한번은 1대 1 면담을



해야 했다. 공교롭게도 내 성적이 좋아서 그랬는지 교수님은 나에게 큰 기대를 가지신 눈치였고 자연적 나는 다



른 학생보다 자주 교수님과 면담을 하며 진로상담을 해야 했다.





물론 교수님 역시 나의 여자 기피증을 주변과 학교 당국으로부터 들었기에 특별히 면담을 할 때도 직원 회의장



에서 회의 테이블의 양끝에 앉아 면담을 하게 해주시는 배려를 보여주셨지만 그래도 나에게 있어서는 껄끄러운



일이었다. 교수님께서는 내가 대학 졸업 후에 교수님의 연구실에 들어와 연구를 계속했으면 하는 뜻을 보이셨지



만 그것은 나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솔직히 나도 교수님이 하고 계시는 연구가 매우 맘에 들었고 계



속해서 대학에 남고 싶은 생각도 간절했다. 후계자 교육도 받아야겠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나는 막내고 극단적인



경우 내가 후계자 수업을 받지 않아도 두 형님들이 알아서 할 것이기에 나는 공부를 더해 교수가 되고 싶은 생각



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여자기피증이 나의 발목을 잡는 것이었다.





이은진 교수님의 연구실에는 2명의 석사 과정과 1명의 박사 과정, 그리고 2명의 포스터 닥터(박사 학위 후에도



계속해서 연구를 위해 대학에 남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2명의 석사 중에 1명과 박사 과정의 1명이 여자



라는 것도 내가 공부를 계속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사안이었다.





공부는 계속 하고 싶고, 교수님 이하 2명의 여선배들을 생각하면 끔찍하고... 이런 생각을 하며 캠퍼스를 걷고



있는 내 눈에 학생들이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무슨 일인가 궁금하여 다가가 보니 한 남학생이 왠 거지형상을 한



할아버지의 멱살을 잡고 있는 것이었다. 그 남학생은 기껏해야 신입생으로 봐줄 정도였는데 아무리 안좋은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나이드신 분의 멱살을 잡고 있는 것을 나는 그냥 보아넘길 정도로 속이 좋지 못했다. 혹시라



도 내가 재벌집 도련님이라고 나의 싸움 실력을 무시하는 분이 계실까봐 미리 말하는데 나는 태권도가 3단에 유



도가 2단, 검도가 4단이다. 점점 더 내가 재수 없는가? 그냥 참고 봐라. 나는 앞으로 나서서 일단 할아버지의 멱



살을 잡고 있는 그 신입생 녀석을 바닥에 패대기 쳐버렸다. 갑작스레 바닥에 던져진 녀석이었지만 그 녀석도 운



동 좀 했는지 금새 일어나 나에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어디서 어설프게 배운 솜씨로는 어려서부터 국가대표급 선



수들에게 개인지도를 받은 나를 이기기는 역부족이었다. 가뿐히 그 녀석을 제압하고 주변에 지켜보고 있는 학생



들을 노려보며 한마디 했다.





"나이 드신 영감님이 행패를 당하고 있으면 말릴 생각을 안하고 지켜보고만 있습니까? 이러고도 우리나라 최고



대학의 학생들입니까?"





말을 마친 나는 할아버지의 손을 잡아 일으켰고 할아버지는 나에게 연신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다. 상황이 종료



되자 구경하던 학생들은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고 나에게 맞은 그 녀석도 상대가 안된다는 것을 느꼈는지 조용



히 물러갔다. 주변의 사람들이 사라진 후 나는 영감님을 부축하여 근처의 벤치로 모시고 갔다. 학교 카페에 들어



가려고 하였으나 할아버지의 행색상 학생들은 물론이고 카페 직원들조차 달갑지 않게 생각할 것을 알았기에 그



리한 것이다. 나는 근처 자판기에서 따뜻한 캔커피를 뽑아 할아버지께 드렸다. 할아버지는 내가 드린 커피를 마



시며 무엇인가 생각하는 듯 하였다. 나는 할아버지께 아까 왜 그런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았으나 할아버지는 쓸쓸



히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으셨다.





이윽고 커피를 다 마신 할아버지는 무엇인가 결심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셨다. 그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젊은이, 오늘 정말 고마우이. 내가 보답을 하고 싶은데 다른 것은 줄 것이 없고 이거라도 받아줬으면 좋겠어."





말을 하며 할아버지가 내미는 것은 박카스 병이었다. 하지만 개봉되었다가 다시 닫혀 있는 것이 박카스가 아닌



다른 내용물이 들어있는 듯 했다. 나는 사양했다.





"아닙니다. 영감님. 나이드신 분이 어려운 일 당하셨는데 마땅히 도와드려야죠. 이것은 영감님이 드시는 것이



더 나을 듯 하네요. 저는 마음만 고맙게 받겠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고개를 흔드시면서 다시 말했다.





"아닐세, 젊은이. 나는 이미 늙어서 이 약이 효과가 없어. 이 약은 모든 남성들의 꿈이야. 내 필생의 역작인데 아



무에게나 주면 이 세상이 혼란해질 것 같아서 맘씨 착한 젊은이를 찾고 있었어. 오늘에야 내가 만난 것 같아. 부



디 이 약을 받아주게. 그래야 이 늙은이가 마음편히 세상을 뜰 수 있을 것 같아."





할아버지가 그렇게까지 말씀하시자 나는 더 이상 사양할 수 없었다. 내가 약병을 받아쥐자 할아버지가 다시 말



했다.





"그 약은 반드시 다 마셔야 하네.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갔다간, 특히 사악한 이들에게 들어가면 이 세상은 지옥이



될꺼야. 내가 젊은이는 그렇지 않을 것 같아 주는 것이니 부디 이 늙은이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기 바라네."





말을 마친 할아버지는 비틀거리듯 걸어 교문쪽으로 나가셨다. 배웅해 드리려는 내 팔도 뿌리치고 말이다. 나는



멀어지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다가 내 손에 쥔 약병을 떠올렸다.





'모든 남성들의 꿈? 초강력 정력제라도 되나? 그러면 뭐하지? 나한테는 아무 쓸모도 없는 약인데... 에라 설마



죽기야 하겠어? 설마 이상한 약이라도 위세척 한두번하면 되겠지.'





이렇게 생각한 나는 약병의 약을 마셨다. 맛은 박카스와 비슷했는데 약간 톡 쏘는 맛이 들어있는 듯했다. 그런



데 먹고도 내 몸에는 별다른 이상이 보이지 않았다. 이를 봐서 정력제나 흥분제는 아닌 것 같은데... 그러나 그



때 나는 내 몸속 깊은 곳에서 나에게 생긴 이상의 징후를 아직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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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소설의 각 지명과 성명은 실제 사실과 전혀 무관하며 특히 필자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100% 상상 및 허구



임을 미리 밝힙니다(바꿔 말하면 1인칭 시점으로 썼지만 저는 재벌2세도, 미남도 아닙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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