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연리 연쇄살인사건 - 1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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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부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강두와 영숙이 뼈와 살을 태울려고 몸부림 치던 그 시각…

강두와 영숙이 묵고 있던 모텔촌에서 불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좀 더 후미진 골목에 위치한 여관에서는 명국과 건욱 일당이 서로의 뼈와 살을 도려내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었다.



비록 후미진 곳에 위치한 여관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대도시 한복판에서 건욱 일당이명국과 일전을 별일 수 있었던 것은 명국이 묵고 있는 여관을 온전히 통제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건욱은 강두가 대왕건설에서 난동을 핀 후 곧바로 모든 정보망을 통원하여 명국을 쫓았다. 불과 몇시간 지나지 않아 명국의 움직임이 인천에서 포착되었다.

명국은 건욱에게 간간히 태국에서 왕처럼 살고 있는 선배 얘기를 하며 부러워했었다. 그 선배는 인천에서 중국으로 밀항한 후 태국 국경을 넘었다고 했다. 건욱은 명국의 생각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결정적인 도움을 준 곳은 인천의 폭력조직 ‘부두파’였다.

인천연안부두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부두파’는 위장취업, 매춘, 마약, 불법성매매, 암달러거래등을 주수입원으로 하는 폭력조직으로 그 두목이 대왕건설 김종팔과는 형님 동생하는 사이였다. 명국의 움직임은 고스란히 포착될 수 밖에 없었다.



건욱은 이과장을 중심으로 몸이 빠르고 충성심 높은 조직원 10명을 선발하여 인천으로 향했다.



강두가 들뜬 마음으로 영숙과 같이 인천으로 향하던 그 시각이었다.



건욱은 인천에 도착하자 마자 부두파 두목을 찾아갔다. 부두파 사무실은 연안부두에서 조금 떨어진 어느 뒷골목 3층 상가건물에 있었다. 창문에는 ‘부두 인력’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쓰여 있었다.

1층은 인력공급업체로 위장한 사무실이 있었고, 2층은 조직원들의 휴식장소겸 체력단련실, 3층은 부두파 두목 조철수의 사무실이었다.



부두파 두목 조철수는 오른쪽 입꼬리부터 시작하여 귀밑까지 이어진 흉터를 일그러뜨리며 정건욱을 맞이하였다. 조철수는 남도출신으로 16살에 홀홀단신으로 인천에 입성하여 산전수전공중전을 거쳐 부두파 우두머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조직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현금위주의 알짜배기 조직으로, 조사장 입가의 지렁이 같은 흉터는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의 훈장이였다.



“ 워매~ 동상~ 오랜만이구마이~ 월매만이여? 한 3년은 넘었쩨? “

“ 네~ 별일 없으시죠? “

“ 계집들 밑구녕 딱는 내야 별일이 딱히 있을랑가? 그나저나 형님은 잘 계시고? “

“ 네… 잘 계십니다 “

“ 허허~ 잘 계신다니 이 동상이 쪼매 안심은 되는구마이~ 근디… 대체 뭔일이당가? 이게 뭔 난리여? 꿈이 크신 형님이 뭔 골아픈 일에 꼬여버렸당가? “

“ 하하~ 네… 제가 잘 모시질 못해서… “

“ 아니제… 아니제… 정이사야 똑부러지제 그건 내가 알제… 여튼간에 내가 아~들보고 잘 좀 도와주라고 했으니께 걱정 붙들어매더라고… 내가 안 도와주면 누가 도와줄라꼬? 허허~ 대신에 난중에 이 이 은혜 잊자뿔고 그라먼 안되야~ 알제? “

“ 그럼요~ 회장님께서도 감사하다고 꼭 보답하실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 허허~ 아이고 내가 또 그런걸 바라는 건 아이고~ 형님하고 내 사이에~ “



걸죽한 남도 사투리로 조사장이 너불거렸다.

형님 동생? 웃기는 소리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특히 이 세계는 더 그렇다. 의리? 믿음? 다 옛말이다. 돈에 움직인다. 아마도 김종팔은 조철수에게 부탁하며 모종의 딜을 했을 것이다.



명국은 재수가 없었다. 하필 찾아든 여관이 ‘부두파’가 운영하는 여관이었다.

여관은 9층의 건물로 예전에는 꽤 장사가 잘되던 여관이었다. 하지만 모텔경기가 두블럭정도 떨어진 러브모텔촌에 집중되면서 3년전부터 파리를 날리고 있었다. 주위 여관 모두가 그랬다. 오피스텔로 리모델링 하든지 아니면 팔아버렸다. 명국이 묵은 모텔도 작년에 ‘부두파’가 반협박으로 헐값에 인수한 것이었다.



건욱은 명국이 쉽게 잡히지 않을 놈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CCTV와 몰래카메라 파일을 입수하긴 하였지만 뭔가 개운찮아서 명국을 족쳐 호연리 일을 확실하게 매듭짓는 것이 최선이겠으나, 차선은 건욱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도 좋다.



명국을 처리하기전에 건욱은 여관에 묵고 있던 몇 안되는 손님들을 모두 조용히 내 보냈다. 이제 온전히 여관은 명국과 건욱 일당… 그리고 부두파에서 지원 나온 인원만 남게 되었다.



이중삼중으로 그물망을 쳤다.

부두파는 명국이 새벽 2시 30분에 꽃게잡이 배로 밀항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12시부터 7층, 5층, 3층 엘리베이트 앞에 정예인원을 배치하고, 1층 엘리베이트 앞에 자신과 5명이 막아섰다. 비상구 계단에는 10명을 배치하였다.

7층에는 부두파로부터 지원받은 여자를 배치하였다. 조선족인데 중국여군 출신이었다. 부두파 행동대장 애인이기도 한 그녀는 돈 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독한 성격의 여자였다.



건욱은 5층에서 끝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제 아무리 뛰어난 명국이라도 순진해보이고 앳된 여자의 최루액 공격은 예상치 못할 것이며, 5층에 배치한 2명은 데리고 있는 애들 중에서도 가장 악랄하고 빠른 놈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예상은 빗나갔다. 역시 명국은 뛰어난 놈이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최후의 보루인 이과장을 3층에 배치한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건욱은 정신을 잃은 명국을 단단히 결박하고, 입에는 재갈을 물려 차 뒷트렁크에 실었다. 뒷처리는 이과장에게 맡겼다. 잘해낼 것이다. 믿을 만한 부하였고, 또 부두파 조사장이 도와줄 테니까 말이다.



건욱은 비릿한 바다냄새가 싫었다. 빨리 광역시로 돌아가고 싶었다. 명국을 족쳐서 호연리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김종팔은 이번 일만 마무리되면 자신을 놓아준다고 약속했다.



건욱은 18살때부터 몸 담았던 이 세계에 몇 년전부터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비상한 두뇌와 냉철한 이성으로 김종팔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있었지만, 김종팔 따까리로 사는 것에 점차 지쳐갔으며 항상 팽팽한 긴장감속에서 사는 삶이 싫었다. 누나가 있는 미국으로 가서 평범하게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다.



‘ 개새끼… 같이 갔으면 됐지… ‘

명국은 그동안 친형처럼 자기를 따랐고, 또 그런 명국을 건욱은 친동생처럼 살펴줬다. 의리와 우정은 간데없고 오로지 돈과 배신이 난무하는 이 세계지만, 명국만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둘이 함께 해온 삶이 어떤 삶이던가…

그런 명국에게 배신을 당했다. 그래서 더 분했다.



‘ 호연리 일이 끝나면 반드시 없애야 할 놈이야… ‘



상념에 젖은 건욱을 태운 차가 고속도로 진입을 얼마 앞두고는 신호에 걸렸다. 왕복 팔차선 도로의 신호등은 꽤나 길었다.

건욱은 피곤한 눈을 비비며 시계를 보았다. 새벽 4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 야~! 사람 없음 대충 지나가자~ “



“ 예~? 예! 알겠습니다! “



불량배 티를 별로 내지 않는 건욱의 평소와는 다른 모습에 운전을 하는 똘마니가 당황스러워 했다.



신호를 무시하고 막 출발할려는 순간…!



덜컹~!

갑자기 차 뒷 트렁크가 열리더니 명국이 튀어나왔다.



“ 어~! 어~! 이사님~! 저 새끼…. 저거~! “

조수석에 앉은 건욱의 오른팔 똘마니가 소리치며 차 밖으로 뛰쳐나갔다. 명국이 탈출한 것이다.



피곤한 눈을 비비고 있던 건욱이 그제야 사태를 파악하였다.



“ 에이~! 씨팔~! “



건욱이 명국을 잡는 것 까지는 괜찮았으나, 그 이후 안일했다. 명국을 너무 우습게 봤다.

명국이 부상을 입었고, 정신도 잃었으며, 또 결박도 단단히 하였다고 안심한 것이 화근이었다. 놈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특수부대 UDT… 그것도 교관출신인 명국에게 일반인이 어설프게 묶은 결박을 푸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정신을 회복하는 속도 또한 일반인보다 두배 이상 빨랐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건욱 일행은 차를 버려두고 명국을 뒤쫓았다.

명국은 팔차선을 가로질러 인근 아파트 단지로 뛰어들어갔다.



여관 엘리베이트에서 이과장에게 바디체크를 당할 때 엘리베이트 벽에 부딪친 왼쪽 어깨가 탈이 난 것 같았다. 정상의 몸이었다면 건욱과 똘마니 둘… 3명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자신 있었는데…



‘ 이과장… 이 개새끼… ‘



명국은 뛰면서 이과장을 떠올렸다.



칠성파 조직원들중 이과장이 가장 쎈 놈이었다. 김종팔의 핵심 보디가드로 럭비선수 출신이며, 힘이 장사였다. 무기없이 맨몸으로 부딪친다면 명국 또한 자신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놈이었다.

그런 놈이 바위 같은 어깨로 부딪쳐 왔으니 명국이 성할 리가 만무하였다.



‘ 개새끼 반드시 목을 따 주겠어 ‘



뛰어가는 명국 앞에 2M는 족히 넘어보이는 높이의 아파트 단지 외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명국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오른손으로 외벽에 튀어나와 있는 장식물을 잡고는 그대로 몸을 솟구쳐 올려 흡사 장대 높이뛰기 하듯이 아파트 외벽을 훌쩍 뛰어 넘어 들어갔다.

뒤따라 오던 건욱 일행중 조수석에 앉은 놈이 명국이 했던 것처럼 뛰어 넘으려 했으나 볼썽사납게 나자빠지고 말았다.



뒤따라 오던 건욱이 그 모습을 보고는 소리쳤다.



“ 병신~ 육갑 떨고 있네~ 야~! 엎드려! “



건욱과 운전하던 놈은 엎드린 놈의 등판을 밝고는 외벽을 뛰어넘어 들어갔다. 이어 조수석 놈이 낑낑거리며 외벽을 넘었다.



명국은 아파트 단지를 무작정 달렸다.

저만치 왠 사내가 이른 출근을 하려는 지 승용차에 시동을 걸어놓고는 차 밖에서 마누라의 배웅을 받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신혼인지 뽀뽀하고 볼을 부비고 야단도 아니었다.



명국은 그들 앞으로 곧장 뛰어갔다. 명국이 뛰어오는 소리에 사랑을 나누던 젊은 부부는 소스라치게 놀라 달려오는 명국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남자의 안면으로 명국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퍽~!



“ 꺄악~! “



여자의 날카로운 비명이 고요한 아파트 단지에 울렸다.



시동걸린 남자의 차 운전석에 잽싸게 올라탄 명국은 그대로 차를 몰아 앞으로 튀어나갔다.



“ 쾅~! “



튀어나간 차는 순간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앞차를 들이받았다.



“ 삐요삐요~! “ 삐요삐요~! “



받친 차는 요란한 경비음을 울렸다. 아파트 단지에 난리가 났다. 명국은 개의치 않고 방향을 바로잡고는 그대로 달아났다.



아닌 밤중에 홍두께도 유분수지…



놀란 표정의 두 부부 앞으로 난감한 표정의 건욱 일행 3명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 씨발~ 야~! 빨리 차로 돌아가~! “



명국의 차는 아파트 정문 자동차 게이트를 그대로 치고 나갔다.

건욱 일행은 다시 차로 돌아와서는 명국의 차를 뒤쫓았다.



요란스런 경찰싸이렌 소리가 인천 중구 일대를 뒤덥었다. 아파트 주민의 신고로 경찰의 추격이 시작되었다. 추격의 행렬 맨 앞에는 명국이 사활을 걸고 도망가고 있었고, 곧바로 건욱의 차가 역시 사활을 걸고 쫓아가고 있었다. 또 바로 뒤에는 경찰순찰차 두대가 따라붙었다.



명국은 직감하고 있었다. 잡히면 죽는다

건욱도 직감하고 있었다. 놓치면 죽는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하는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한편, 연안부두 러브모텔촌에서 강두 일행을 태운 권경사는 명국을 뒤쫓고 있는 순찰차와 무선을 주고 받으며 현장으로 곧장 달려갔다. 권경사는 급히 무선으로 도주차량들이 중구를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주요 도로에 바리게이트를 치도록 지시했다.





명국은 무작정 차를 몰았다. 일단 지금 잡히면 안된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이 위기만 벗어나면 후일은 또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덕수는 죽기전에 동영상 복사본이 있다고 했다. 그 복사본만 먼저 손에 넣는다면 건욱과 또 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10억을 달라고 할 것 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이 위급했다. 왼쪽 어깨는 심하게 탈골이 되었는지 통증이 점점 더 심해졌다. 건욱의 차는 여전히 바짝 뒤를 쫓고 있었고, 또 그 뒤를 경찰 순찰차가 꼬리를 물고 있었다.



“ 개씨발좆도! “



명국은 목이 터져라 욕을 했다.

그 순간 눈앞에 경찰 바리게이트가 보였고, 순찰차들이 앞을 막고서는 경찰들이 총을 겨누고 있었다. 급히 차를 오른쪽으로 꺽어 골목으로 들어갔다. 건욱의 차가 바로 따라붙었다.



쾅~! 와장창~! 콰쾅~!

뒤따르던 경찰차는 꺽는 과정에서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골목입구에 위치한 핸드폰 가게로 쳐박혔다. 두번째 경찰차는 그 차를 들이받았다.



이제 건욱만 떨쳐내면 된다. 명국은 집중하였다.



명국은 다시 왼쪽으로 꺽었다.



끼이익~!



이른 아침 쓰레기를 치우던 청소부가 기겁하고는 비켜섰다. 건욱은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 끈질긴 새끼~ “



다시 왼쪽으로 꺽었다. 순간 눈앞은 막다른 골목이 가로막고 있었다.



끼이익~!



명국이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급히 뒤를 돌아보며 후진할려고 하였으나 어느새 건욱의 차가 뒤를 막고 있었다.



“ 이런 씨발~! 후~ “



명국이 차에서 천천히 내렸다.

건욱 일행도 내렸다. 건욱 똘마니 두놈의 손에는 사시미칼이 희미한 빛을 받아 번쩍거렸다.



멀리서 경찰차 사이렌이 들려왔다. 막다른 골목은 쓰레기 천지였으며 쾌쾌한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명국은 어스럼한 새벽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예정대로라면 지금쯤 공해상에서 중국쪽 배로 옮겨탔을 것이고 며칠뒤면 태국에서 피부 까무잡잡한 야들한 년들 끼고 무릉도원을 노닐고 있을 것인데…



‘뭐가 잘못됐지?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나? 건욱이 너무 빨리 도착했는데…‘



그랬다. 명국은 덕수가 시체가 발견되기까지 적어도 일주일은 넘게 걸린다고 생각했다.

광역시에 인접해 있지만 외진 산속 아닌가?



‘ 그래… 그 노인네 때문에 내가 좀 미적거렸어… 하여튼 도움이 안돼! 제길…!! ‘

명국은 일이 틀어진걸 치매걸린 모친탓으로 돌렸다.



“ 명국아~! 더 이상 소란 피우지 말고 조용히 가자. 목숨만은 살려줄께~ “

똘마니 놈들 보다 한발짝 뒤에 떨어져 있는 건욱이 조용히 말했다.



“ 크큭~ 형~! 그 말을 나보고 믿어라고? 뭔 개 풀 뜯어먹는 소리야~! 시간 없으니까 빨리 와~ 안아프게 한방에 다 죽여줄께~ “



명국이 낮게 방어 자세를 잡았다.



건욱도 시간이 없었다. 경찰이 곧 찾을 것이며 그럼 골치 아파진다. 살려서든, 죽여서든 일단 데려가야 한다. 건욱은 두명에게 눈짓했다.



두놈이 천천히 명국을 압박해 왔다. 칼을 잡은 폼새가 자연스러워 보이는 놈들은 칼을 한두번 써본 솜씨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명국에게 가장 큰 적은 탈이 난 왼쪽어깨였다. 평상시 명국이라면 이런 놈들이 다섯이라도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위기일때는 퇴로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퇴로가 안보인다. 뒤로는 벽이 가로막고 있다. 이 정도 벽이야 가볍게 뛰어 넘을 수 있지만, 그 사이 놈들에게 당하기 십상이다. 양옆은 모두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주택이다.



퇴로는 없다!

있다면 살인쯤은 우습게 생각하는 놈들이 가로막고 있는 앞 뿐이다.

명국같이 고도의 특수훈련을 받은 군인들은 육체적 능력 뿐만 아니라, 두뇌도 명석해야 한다. 명국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 세 놈중 두놈만 처치하자! 싸이렌 소리로 봐서는 앞으로 2분안에 경찰이 도착한다! 그 전에 끝낸다. 먼저 친다! ‘



칼을 잡은 두놈은 자세를 잔뜩 웅크리고는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운전하던 놈은 오른쪽으로, 조수석에 있던 놈은 왼쪽으로 다가왔다. 두 놈중 조수석 놈이 좀 더 센 놈이었다. 눈빛이 운전석 놈보다 차분했다.



‘ 오른쪽부터 친다! ‘

명국의 오른손이 번개같이 움직였다.



쉬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조수석 놈의 안면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 흡~! “

조수석 놈이 급히 헛바람을 삼키며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여 날아오는 물건을 피했다.



고개를 숙인 놈의 시야로 빠르게 날아드는 명국의 무릎이 보였다.



퍽~!

“ 커흑~! “



명국의 왼쪽무릎이 놈의 인중을 정확히 가격하였다. 놈의 몸이 뒷편에 서 있던 건욱에게 나뒹굴자, 건욱은 재빨리 몸을 피하며 허리 뒷춤에서 마취총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명국은 공중으로 몸을 솟구쳐 자동차 지붕위로 뛰어올라 막다른 골목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건욱은 황당스럽기 그지없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조수석 놈은 한손으로 입을 막고는 끙끙대고 있었고, 그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 내리고 있었다.아마도 앞니가 몽땅 털렸을 것이다.

운전석 놈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건욱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고, 조수석 놈은 한손으로 입을 막고는 끙끙대고 있었으며, 그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 내리고 있었다.

아마도 앞니가 몽땅 털렸을 것이다.



저만치 일회용 라이타가 벽에 부딪쳐 깨져 있었다. 바로 조수석 놈에게 던진 흉기였다. 명국이 훔친 자동차 안에서 뒹굴고 있던 것이었다.



“ 이 병신새끼들아~! “



건욱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명국의 실력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칼 좀 제법 쓴다는 놈들 두명과 마취총까지 든 자신이 놓칠 줄은 몰랐다. 더구나 명국은 어깨가 부상을 입었지 않은가? 두놈이 명국에게 엉겨붙으면 자신이 마취총으로 끝낼려고 했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놓칠 줄은 미쳐 생각 못했다.



“ 으아악~! 이런 개씨발~! “



분에 못이겨 악다구니를 쓰는 건욱 뒤로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현장에 도착한 강두와 영숙은 허무했다. 명국이 핵심인데… 그 핵심은 도망가버렸다. 건욱은 발뺌하면 그만이었다. 명국을 체포해야 얽혀있는 호연리 실타래를 풀 수 있기 때문이었다.



“ 에이 씨발 좆도~! “

강두와 영숙은 곧바로 명국이 사라진 방향으로 곧장 뒤쫓아갔다.



명국은 어느 3층짜리 상가건물에 숨어들었다. 어둡고 문이 열리는 곳 아무데나 찾아던 것이 바로 이곳이었다. 건욱에게서 도망친 현장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는 거리였지만 명국은 많이 지쳐갔다. 어깨의 통증은 점점 심해져 갔다. 탈골이 아니라 뼈가 골절된 것 같았다.



건물은 완공된 지 얼마 안됐는지 1층을 제외하고 2층, 3층은 거의 비어있었다. 계단을 통해 3층으로 올라간 명국은 맨 끝에 위치한 빈 사무실로 들어갔다. 시야를 확보하기 가장 용이한 사무실이었기 때문이었다. 밖은 소란스러웠다. 아마도 이 일대에 경찰들이 쫙 깔렸으리라…



지친 명국의 눈에 저만치 바다가 보였다. 거리는 약 300미터 정도… 명국이 자신있는 바다였다. 기회는 단 한번밖에 없고, 살길은 바다뿐이다



경찰들이 명국이 숨어든 건물쪽으로 점점 접근해 오고 있었다. 한 건물 한 건물 샅샅히 뒤지면서 포위망을 좁혀왔다.



“ 저기… 김형사! 수색은 내랑 경찰들 있으니까 김형사는 서에 가서 정건욱 조사 좀 해봐요 “

“ 싫어요! 나도 이명국 꼭 잡고 싶어요! “

“ 에헤~! 고집부리지 말고~ 거 좀 가라고 하면 가쇼~! “

“ 내가 왜 가야 돼요? 건욱은 나중에 조사하면 돼요~! 건욱보다 명국 잡는 것이 더 중요하잖아요!

그리고 우린 파트너잖아요. 항상 2인1조로 행동해야 된다는 거 몰라요? “

“ 아놔~! 위험하니깐 내 하는 말 아니요! 놈은 보통 놈이 아냐~! “

“ 알거든요. 그러니까 2인1조로 움직여야죠. 내가 백업할께요. 그게 오히려 더 안전해요 “

“ 어이구~ 하여튼 고집은… 알았수~ 그럼 먼저 나서지 말고 내 뒤에 꼭 붙어요! “

“ 흥~! 내가 어린애예요? 나도 형사거든요~! “

“ 아 예~ “



역시나 둘은 티격태격거리며 명국이 숨어든 건물로 들어섰다.



3층 창문에서 둘의 모습을 지켜본 명국은 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빈 사무실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명국은 사무실에 딸려있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 역시 특별한 것이 없었다. 그런데 세면대 위에 일회용 칫솔인지 조잡한 칫솔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아마도 사무실 경비나 누군가가 잠시 사용하였던 것일 게다.



잠시 살펴보던 명국이 칫솔의 머리를 툭하니 부러뜨렸다. 칫솔대는 머리부터 사선으로 부러지며 날카로운 끝을 가진 흉기로 돌변했다.



부러진 칫솔을 오른손으로 꼬나잡은 명국이 사무실 방문 옆에 바짝 붙었다.



날이 어느새 밝아오기 시작했다. 30분이면 사람들이 깨어나 활동을 시작할 것이며, 그러면 잡기는 더 어려워진다.



강두와 영숙은 서둘렀다. 1층에 입점해 있는 대부분의 상점들은 디지털 도어락으로 잠금돼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칸칸히 나눠져 있지 않고 층 전체가 횡하니 뚫려 있었다. 아마도 규모가 큰 학원이나 병원이 입점할 모양이었다. 아무도 없었다.



강두와 영숙은 3층으로 향하였다. 강두가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랐다. 그 뒤를 영숙이 따랐다. 3층으로 올라선 강두는 빈 사무실 하나하나를 차례차례 점검해갔다. 한곳 한곳 조사해가던 강두와 영숙이 드디어 명국이 숨어있는 맨 마지막 사무실 앞으로 이르렀다.



강두는 뒤따르는 영숙에게 수신호로 말했다.

‘내가 먼저 들어갈 테니 뒤에서 엄호 부탁해요 ‘

영숙이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권총을 잡은 손은 떨고 있었다.



강두가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돌렸다. 역시 다른 사무실과 마찬가지로 안으로 열게끔 돼 있었다.

강두는 방문을 천천히 밀어 열었다. 문이 열리면서 시야가 점점 더 넓어졌다. 자세를 잔뜩 웅크린 강두는 앉아쏴 자세로 권총을 겨누며 방안을 훑어 보았다. 역시 아무도 없었다.



“ 쩝~ 여기도 헛탕이네 “



긴장된 몸과 마음이 약간 풀어진 강두가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영숙도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강두의 뒤를 따라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 순간~!

열려진 문 뒤 어둠속에 숨어있던 명국이 나타났다. 소리없는 바람처럼 뒷모습을 보이고 있는 강두와 영숙을 향해 다가갔다. 손에는 칫솔로 만든 흉기가 들려져 있다.



쉬이익~!



명국의 흉기가 뱀처럼 영숙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 계속 >>





PS : 담주에 15편 올릴 수 있도록 많이 응원해주세요

감기조심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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