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5

페이지 정보

본문

“나 사실 너 좋아한다. 진짜”

 

 

웃긴 건, 연아 눈을 바라보지 않고, 앞을 보고 말했어.

눈을 보고 고백해야 하는데,

그럴 용기까지 안 난건지, 깜빡한 건지.

 

몇 초 후에야 그 사실을 깨닫고 겨우 고개를 돌려 연아를 바라봤어.

아니나 다를까.

연아는 똑같은 표정이더라.

 

 

연아 왈,

 

 

“나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난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걸 느꼈어.

 

 

“아, 그래 미안. 내가 좀 착각했네.. 미안미안”

 

황급히 자리를 일어나서 가려는데 그 애가 내 손을 잡더라.

 

 

“잠깐만”

 

 

“왜”

 

 

“잠깐 앉아봐”

 

 

“....”

 

 

“앉아 보래두”

 

 

난 다시 앉았어. 얼굴이 벌게지고 제정신이 아니었지.

멍하게 있는데 연아의 시선이 옆얼굴에 가깝게 느껴졌어.

 

1초, 2초, 3초.

 

왜 그랬는지, 난 고개를 돌려 입을 맞춰버렸어.

 

순간 봤는데 미소 짓고 있더라.

 

첫키스는 아니었지만 첫키스보다 날카로웠어.

 

다 알고 있다는 듯 그 애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줬고,

난 다시는 못 볼 것처럼, 그 애를 바라봤어.

 

 

어깨를 기대고 계단에 걸터앉아,

 

저녁이 늦어야만 볼 수 있는 러시아의 여름 석양을 기다리며,

 

서로에 대해 수많은 얘기를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입을 맞추고, 얼굴을 쓰다듬으며, 서로를 안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걸 받아들였어.

 

 

연아는 내가 자기의 코피를 닦아주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에 반했데.

몸집이 커서 눈에 띄긴 했지만 좋아하진 않았는데, 자기 코피 닦아주는 모습이

너무 믿음직해 보였데, 그럼 그전까지는 내가 싫었냐고 물었더니,

그렇진 않았데. 별 느낌 없었데. 그런데 나한테 왜 그렇게 얄밉게 굴었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원래 그렇데. 그래서 오해도 많이 받는다고. 나한테 아무 감정 없었데.

 

곧바로 난 연아에게 말했어. 난 널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고,

너와 가까워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으며, 같은 조 형이 너에게 느끼하게 굴 때 죽여 버리고 싶었고,

한국에 돌아가서도 학교도 멀지않으니 너랑 계속 만나고, 사귀고, 사랑하고 싶고, 너랑 영원히 같이 있고 싶다고,

 

내 평생 너처럼 예쁜 여자는 본적이 없으며, 만약 있다 해도 난 너만을 사랑하다가 죽고 싶다고,

만약 그럴 상황이 생긴다면 널 위해 싸우다 죽고 싶다고,

 

그래서 너가 날 그런 남자로,

널 위해 죽을 때까지 싸운 남자로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내 평생 가장 열정적인 고백이 아니었나 싶어.

두서없지만 난 더 말하고 싶었어.

밤을 새서라도 말 할 수 있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어떤 여자가 그렇게 지루하고 유치한 고백을 들어주고 있을까 싶지만.

 

 

석양을 한 참 바라보다가,

 

 

연아가 찡긋 웃으며 말했어.

 

 

“배고파. 우리 방으로 가자”

 

 

갈색 빵, 커다란 소세지, 훈제 연어, 말린 과일, 와인 등을 꺼내놓고

우린 나무로 된 방 바닥에 앉아 먹기 시작했어.

 

방안에 마침 있던 촛불 하나 켜놓고,

와인이 줄어갈 때마다 서로를 더욱 아련하게 바라봤고,

 

와인 한 병을 다 비울 때쯤엔 그 애가 내 옆으로 와서 안겼지.

숨소리가 새근새근 하길래, 침대에 눕게 했어. 나도 그 옆에 슬며시 누웠고.

 

 

연아 이불에서 풍기던 달큰한 냄새.

 

 

“언니들 언제와?”

 

 

“클럽 갔으니까 새벽에 올 걸”

 

 

난 천천히 일어나 방문을 잠갔어. 그러고 다시 곁에 누워,

 

 

연아를 내려다 봤어.

 

긴장된 순간, 농담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안 하더라.

 

 

입을 맞추고, 조심스레 입술을 깨물고, 손으로 옆구리를 쓰다듬었어.

거칠어지는 그 애의 숨소리가 귀여웠어. 저항하지 않더라.

내가 정말 이래도 되나 하는 기분.

 

 

근 한 달 동안 치열하게 상상해왔던 일들이,

하루 동안 한꺼번에 일어나니까,

 

시간의 흐름과 공간에 대한 지각이

여느 때와 달리 낯설고 기괴했어.

 

손을 내려 얇은 추리닝 위로 연아의 그곳에 손을 올려봤어.

눈을 감아버리더라.

 

 

다시 입을 맞추고,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어.

 

 

 

 

따뜻했어.

 

 

 

내 손목을 부여잡고 날 애처롭게 바라보며 그 애가 말했어.

 

 

“무서워”

 

 

“처음이야?”

 

 

“...경험이 별로 없어서”

 

 

 

“진짜?”

 

 

 

 

바보 같은 질문이라는 걸 스스로 느끼며, 그 애를 꼭 안았어.

기다란 목에 키스를 하고, 점점 뜨거워지는 연아의 그곳을 천천히 만졌어.

 

 

경험이 별로 없는 건 나도 마찬가지라,

 

머릿속으로 한 가지 생각만 했어.

 

 

 

 

‘천 천 히’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