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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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부턴가 난 초조해지기 시작했어.

이 봉사활동이 끝나기 전에 연아와 더 얘기도 나누고 싶고, 친해지고 싶고,

가까이 있고 싶고, 사랑을 고백하고 싶었어.

 

무엇보다 오밀조밀한 입술에 키스를 하고 싶었어.

밤마다 걔 방 앞에서 서성였지. 혹시 나오면 우연히 마주친 듯 얼굴이나 보려고.

 

봉사활동 기간이 한 일주일 남으니까, 인솔자 선생도 우릴 풀어주더라.

그동안 빡세게 달려서 그런지 일정도 일찍 소화했고.

남은 일주일은 그냥 놀아라, 하는 분위기였지.

 

 

그때부터는 난리들이 났던 것 같아.

매일 밤 술파티에, 파트너가 있는 사람은 둘이 나가서 밤새고 들어오기도 하고,

없는 사람은 나가서 클럽을 가기도 하고, 그랬지.

 

나는 현지 대학생들과 친해져서 집에 초대를 많이 받았는데, 거의 거절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바보 같지. 예쁜 애들도 많았는데.

 

 

난 그냥 연아랑 같이 있고 싶었거든.

 

 

처음에 싫어했던 언니들도 나중엔 연아를 되게 예뻐하더라.

오빠들은 말할 것도 없고. 늘 사람들이 모인 곳에 연아가 중심에 있었어.

도도하고 차가운 모습으로. 난 그 주변에서 연아를 힐끔거리고.

형들이 만날 클럽가자고 꾀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피곤하다며 연아랑 둘이 있을 기회만 노렸지.

 

 

내 마음은 점점 급해지고.

그렇게, 한국에 돌아갈 날이 성큼 다가왔어.

 

 

 

어느 오후, 계단에 혼자 앉아 햇볕을 쬐는데, 연아가 떡 나타났어.

 

 

내 옆에 무심하게 앉더라.

내장 전체가 쿵쿵 뛰는데, 소리가 그 애한테 들릴까봐 걱정됐어.

 

 

“심심하다”

 

 

연아가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어. 의외로 감정 섞인 말투. 참 느닷없더라.

 

 

“재밌는 얘기 해줘”

 

 

내 귀를 의심하며 문득 보니 웬 일로 머리도 풀고 있더라.

 

찰랑찰랑 생머리.

 

내 옆에 같이 쪼그려 앉아 고개를 기울여 턱을 괴고 있는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더 그럴 듯 했어.

 

 

따뜻한 오후 햇살에 잡티하나 없는 연아의 민낯이 드러났어.

 

 

길게 머리를 늘어뜨리고, 눈이 부신 듯 찡그린 그 애의 얼굴을

 

 

난 하염없이 바라봤지.

 

 

계속..

 

 

 

“뭘 그렇게 봐. 자꾸.”

 

사랑스럽게도, 연아가 툭 쐈어.

 

 

“내가 언제...자꾸 봐”

 

 

“자꾸 보잖아 너가. 나를”

 

 

“그랬냐?”

 

 

“.......재밌는 얘기 안 할꺼냐?”

 

 

“나 그런 거 몰라”

 

 

이번엔 연아가 턱을 괴고, 날 물 끄 러 미 바라보더라.

숨이 막히도록, 예뻤어.

처음엔 왜 몰랐을까, 할 정도로.

 

 

7월 말이었지만, 우리나라의 늦봄날씨였지. 어디선가 불어오는 미풍. 희미한 흙냄새, 나무냄새.

바로 옆에서 나는 그 애의 샴푸냄새. 멀리서 아득히 지저귀는 발정난 참새.

 

두근두근.

 

 

난 연아에게 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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