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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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러분. 닭새끼라는 필명으로 글을 올린지도 벌써 일 년이 다 되가네.

물론 그동안 뜸하긴 했지.

헌데 누군가에게 그것도 불특정 다수에게, 내 얘기를 꾸준히 한다는 게 나로선 흔치 않은 일이야;;

스스로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ㅋ

 

왜일까, 잠시 생각해 봤는데..

 

먼저, 재밌게 읽어줘서 인 것 같아. 사실 이거 쓰는 것도 일이거든.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쉽지만은 않아.

그럼에도 ‘재밌다’, ‘꼴린다’, ‘공감한다’ 등등의 댓글이 달리면,

솔직히 말해 참 기분이 좋아. 더 쓰고 싶어져. 다들 이 맛에 쓰는가봐 ㅋ

 

또 다른 이유는 말이지,, 이게 좀 중요한데.

 

내 경험을 이렇게 글로 쓰다보면,

그때의 감동과 흥분, 설렘 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어서야.

그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도, 이야기로 풀어내다보면 “아 내가 그때 그런 마음이었구나!!”

또는 “아, 걔가 왜 그랬는지 이제야 알겠네~!”라고 새삼 깨달음을 얻기도 해.

 

젊은 날에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노래 가사처럼, 나 역시 어릴 적 겪었던(지금도 어리지만;;) 일들의 의미를

전혀 모르고 살아오다가,

섹겔에 썰을 푸는 과정 중에 그 의미를 깨닫기도 해.

 

좀 과장이긴 해도,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이런저런 사건의 나열에 불과했던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와 ‘완성도’를 입힌다는 생각도 들어.

 

 

이거 뭐, 주저리주저리 사설이 너무 길었네 ㅋㅋ 미안.

섹겔이니 야하고 뜨거운 이야기를 써야 제 맛이지 ㅋㅋㅋㅋㅋ

 

그럼 시작한다.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 난 XX 해외봉사단원 자격으로 러시아로 떠났어.

나만 간 게 아니라 전국의 대학생들과 한 팀을 이뤄서 같이 가게 된 거지.

스무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과 와글거리며 외국의 길거리를 휘젓고 다닐 생각에 기대가 엄청 컸지.

출국 전날 느낀 흥분감이란ㅋㅋㅋ

 

같이 가는 팀원들은 대부분 나보다 형 누나였어. 형들은 다 군대갔다왔고, 누나들은 3학년이 대부분이었지.

내가, 나랑 동갑인 00여대 학생과 함께 제일 막내였어.

형, 누나들은 그 여학생과 내가 젤 어린데다가 동갑이라 그런지,

러브라인으로 엮으려는 분위기였어.

그냥 애기들 데리고 놀면서 자기네들 끼리 웃고 그런 거 있잖아. 근데 난 결코 웃을 수 없었어.

 

 

그 여자애가 너무 싫었거든.

 

 

첫 만남부터 어긋났어. 봉사활동 떠나기 전에 팀원들끼리 미리 OT비슷한 걸 했어. 서로 친해져야 봉사활동도 잘 할 거라는 주최 측의 배려였지.

그 여자애가 혼자서 말도 없이 계속 뚱하고 앉아 있길래,

내가 슬며시 옆자리로 다가가 먼저 말을 걸었어.

한 달이 넘는 타국생활을 앞두고 모두 으샤으샤하는 분위기였고 술에 좀 취하기도 했었고.

 

“우리 동갑이네. 친하게 지내자”

 

시끄러울 때 몰래 말 한다고 한 건데,

일순간 형, 누나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되면서

 

“오~~오~~” “둘이 뭔가 있는 거야?” “어려서 좋다 좋아~!!” “우하하하” “깔깔깔” “호호호” “잘 어울려 잘 어울려!!!” “사겨라~! 사겨라~!” 등등..

술집이 아주 난리가 났지. 난 그냥 당황해서 웃었고. 그런데,

 

 

“초면인데, 반말하시네요. 좀 무례하신 거 아닌가요”

 

 

여자애의 낭랑한 목소리가 시끌벅적한 술자리를 관통했어.

아주 날카롭게. 갑자기 술집 전체가 조용해지는 것 같더라.

 

어떤 형이 “으하하”하고 혼자 웃었지만 이내 눈치를 보고 입을 닫았어.

20살짜리 여자애의 입에서 나온 말투 치고는, 너무 당돌하고 차가웠어.

 

난 “어..버버버버버” 하면서 옆에 앉은 형을 보며 어깨를 으쓱거렸어.

그냥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 바랐지.

조금씩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하고,

 

“그래 너가 잘못했네” “초면에 반말하면 기분 나쁘지” “그래도 좀 그렇다야..” “요즘 애들 무서워” 등등

 

뭔가 그 여자애 하나 때문에 분위기가 촤악 가라앉게 됐지.

 

난 멘붕이 와서 황급히 자리를 옮겼어.

마침 어떤 누나가 날 끌어당겨서 자기 옆에 앉히더니 술을 따라 주면서,

“괜찮아, 괜찮아” 달래주더라. ㅋㅋㅋ

 

그 여자애는 한마디로 싸가지가 없었어.

모두가 예라고 할 때 혼자 아니오 라고 말하는 걸 의무로 아는 여자.

그 어떤 것도 그냥 넘어가는 법 없이 꼬치꼬치 따지는 여자. 늘 턱을 치켜들고 뾰쪽한 콧날로 앞에 있는 사람을 찌를 것 같은 여자.( 너무 인신공격인가?)

 

어쨌든 내 생각으로는, 단체생활엔 결코 어울리지 않는 여자애였지.

나뿐만 아니라 형 누나들도 살짝 불편해 하더라. 술자리에서도 결국 그 누구와도 말을 섞지 않았어.

팔짱끼고 앉아서 묻는 말에만 대답하면서 잘난 척 하더라고.

뭐 결국 그렇게 자리는 파토났어. 어영부영.

 

시간이 지나고 방학을 했어.

 

출국 날 공항. 잊고 있던 그 여자애를 다시 보게 됐지.

 

생각 없이 마주쳤는데, 참 ‘새초롬’하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더라.

머리는 뒤로 묶어 틀어 올리고,

봉사단 조끼를 입고 커다란 등산배낭에 운동화를 신고 있었지.

이마가 하얗고 예뻤어. 코도 손으로 뽑은 것처럼 오똑하고.

전체적으로 하얀데다 여리여리 했는데, 엉덩이만 불룩 튀어나왔었지.

감히 비할 바는 아니지만 ‘김연아’와 비슷한 느낌이었어.

무표정에 턱을 치켜든 모습과 툭툭 내던지는 말투도 지금 생각해보니 김연아랑 많이 닮았네. (느낌만 닮았다는 거임. 나도 연아 빠돌이)

 

외모야 어쨌든 난 그 여자애(이하 연아)가 싫었어.

 

그래도 눈이 마주쳐 인사를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먼저 고개를 획 돌리더라. 씨발.

 

형, 누나들, 인솔자 선생님과 반가운 해후.

공항이 떠나가라 파이팅을 외치고 드디어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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